'한글 書×라틴 타이포그래피'전…박금준 작가, <천개의 바람> 표현 전시 후 세월호 가족에 기증키로

시가 회화성을 지닌 한글 판화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박금준(53·디자이너) 작가가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리는 '한글 書×라틴 타이포그래피-동서 문자문명의 대화'에서 김유철(57) 시인의 <천개의 바람>(2015, 도서출판 피플파워)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천개의 바람' 시 "그 바람마다/소리가 있기를//그 바람마다/춤이 있기를//그 바람마다/진정, 바람이 있기를//천개의 바람마다//"를 단락별로 한글로 형상화했다.

시를 형상화하고 한글의 회화성을 탐색한 이 작품은 가로 105㎝, 세로 149㎝ 크기로 한 화면에 한 단락씩 4개의 작품으로 표현됐다.

작가는 참나무를 얇게 잘라서 거기에 물감을 묻혀 찍어내고, 다시 재배열해서 바람과 조우하는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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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철 시인의 〈천개의 바람>을 박금준 작가가 한글 판화로 표현한 작품.

나뭇가지 끝에 먹물을 묻힌 후 조형미, 율동미 등을 살리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작품을 완성했다.

한지 위에 판화 형식으로 나타낸 이 작품은 글을 읽으면서 글이 내포한 의미까지 한글 이미지에 담아내고자 했다.

박 작가는 "바람을 좋아한다. 그래서 김유철 시인의 '천개의 바람' 시를 읽게 됐다. 삶을 대변하는 간절함을 느꼈다. 세월호의 아픈 기억을 노래한 것 같기도 했다. 이번 작품에서 한글 문자의 조형 언어로 우리 사회의 현실을 담아서 표현하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박 작가는 홍익대 미술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고, 타이포그래피 작품을 만들고 있다.

2014년 골든비11 모스크바 국제그래픽디자인 비엔날레 그랑프리, 2014년 뉴욕 원쇼 금상, 2012년 레드닷 어워드 그랑프리 등을 수상했다. 암스테르담시립미술관, 프랑스국립도서관, 함부르크박물관, 파리예술장식박물관 등에서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시를 쓴 김유철 시인은 삶예술연구소 대표로 한국작가회의, 가톨릭문협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경남민족예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박 작가는 전시를 마친 후 세월호 유가족에게 작품을 기증하기로 했다.

이번 전시는 서예와 타이포그래피 분야 작가 60여 명이 참여해 서예와 디자인이 만나 새로운 문자 예술의 방향을 찾고자 기획됐다.

전시는 예술의전당에서 27일부터 내달 19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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