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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래길에서 만난 사람들]남해 장포항 어르신

평생 걸어온 길 되짚어 '느릿느릿' 옛 시절 바다 풍경 떠올려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2016년 09월 26일 월요일

"어디서 왔노?"

남해바래길 6코스 중 창선면 장포마을 해안을 지나가는데 길가 그늘에 앉았던 어르신 한 분이 대뜸 말을 붙이신다. 주변에 큰 나무 그늘이 없지 않은데, 굳이 그 자리에 앉으신 걸 보니 아마도 평소 자주 앉으시는 자리인가 보다.

- 창원에서예

"아, 창원."

- 여 항이 억수로 크네요.

"하, 여 구경하러 많이 온다."

- 구경을 하러 온다고예?

"사람들이 차 타고 여 구경하러 많이 와. 옆에 골프장이 있어나 논게 거도 보고, 여도 보러 온다."

- 요 배는 와 이리 많이 있습니꺼?

"사업을 한께 안 그라나."

- 아아, 양식하는 배들인가베예.

"하."

- 뭐를 양식합니꺼?

"홍합, 꿀(굴)."

평생 살아온 해변을 따라 마을로 들어가시는 남해 장포마을 어르신.

지나가던 아낙이 어르신을 보고 반가운 인사를 한다. 잠시 말이 끊어진다. 어르신은 무릎이 아픈 듯 자주 무릎을 쓰다듬으신다. 그러고는 작은 어선 하나가 정박한 배들 사이를 지나 큰 바다로 나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신다. 그러다 문득 다시 말씀을 이어가신다.

"오드로, 차 타고 왔나?"

- 저 저, 오데고, 적량에 차 두고 지족에서 걸어왔으예.

"걸어옸다꼬? 아이고…. 가서 어여 점심 무라."

- 예, 빵 쪼가리 하나 사가, 오다가 무심더.

"아이고…, 차를 가 와서 구경을 해야 서언치."

- 아입니더, 걸어야지예. 어르신은 이 동네 오래 사셨습니꺼?

"하, 할아버지 때부터 살았제."

- 할아버지 때부터예? 우와~. 옛날에도 배가 이리 많았습니꺼?

"이리 많지는 않아도 사람은 많이 살았지. 인자 배가 많이 줄어진다, 고기가 많이 안 나니께."

- 아…, 예. 어르신 앉은 자리는 시원하고 좋네예.

"하, 살살 걸어가라 인자."

어르신은 그렇게 평생 살아온 해변을 따라 마을로 들어가신다. 느리고 힘없는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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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후 기자

    • 이서후 기자
  • 문화체육부에서 문학/영화/연극/출판 등을 맡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