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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사람]유아체육 강사 권용옥 씨

금융업계서 억대 연봉 벌다가 친구한테 사기 당해 '빚더미'
전공 살려 유아체육 강사로 "아이 소심한 성격 극복 땐 보람"

강해중 기자 midsea81@idomin.com 2016년 09월 26일 월요일

"방학을 이용해 2개월간 독일로 태권도 사범을 하러 갔었어요. 우리나라와는 달리 독일은 유아체육이 선진화돼 있더군요. 미취학 아동들을 위한 전문 체육시설도 다양하게 잘 갖춰져 있었습니다. 초등학생 여자아이들도 대부분이 축구를 하더라고요. 이 길로 들어선 건 그때 경험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에 있는 '슈퍼키즈스포츠문화센터'(이하 슈퍼키즈) 권용옥(33) 대표의 말이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매주 한 차례씩 하는 체육활동 수업이 익숙할 터다. 권 씨가 하는 일이다. 권 씨는 어린이집, 유치원, 지역아동센터, 초등학교 등에서 진행하는 체육활동 강사다.

권 씨가 처음부터 유아체육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대학교에서 태권도학을 전공한 그는 ROTC(학생군사교육단) 장교 출신이다. 유아체육학을 복수전공으로 선택했지만 권 씨는 대학 졸업 후 금융업계에서 사회생활의 첫발을 디뎠다. 보험·주식 영업직이었다. 그는 이 일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서울 강남지역 영업실적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억대 연봉을 받았다.

'슈퍼맨' 별명으로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슈퍼키즈스포츠문화센터 권용옥 대표.

그가 잘나간다는 소문이 돌자 고교 동창이 연락해 왔다. 주식 투자를 함께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는 친구를 믿고 많은 돈을 투자했다. 친구는 투자금을 들고 잠적했다. 친구를 믿었던 그에게 돌아온 것은 수억 원대의 빚이었다. 모든 것을 잃은 그는 고향인 창원으로 돌아왔다.

빚을 갚기 위해 돈이 되는 것은 무엇이든지 했다. 낮에는 막노동판을 전전했고, 밤에는 주점에서 일했다. 기술을 배워볼까 싶어 미용학원에도 다녔다. 그러던 중 생활정보지에서 유아체육 강사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게 됐다. 대학 시절 기억이 떠올랐다. 그곳에 면접을 보고 취직했다.

"어린이들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수업을 하러 가면 아이들이 매우 좋아해주는 거예요. 힘들었지만 거기에 보람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급여가 적었다. 권 씨는 그만둘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다행히 여러 통로를 통해 빚 일부분을 탕감할 수 있었다. 상황이 조금 나아진 그는 일을 하면서 배운 노하우를 가지고 독립했다.

권 씨의 회사가 제법 성장하면서 2014년 말, 전에 일했던 업체 대표 이선호(38) 씨와 동업해 지금의 슈퍼키즈를 세웠다. 회사 내에서도 체육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체육관도 만들었다.

거래처를 늘리는 데는 영업왕에 올랐던 그의 경력이 한몫했다. 운전을 하다가도 노란색 통학차량을 발견하면 따라가 안내문을 돌렸다. 그렇게 연이 닿아 강의를 나가게 되면서 입소문이 퍼져 먼저 연락해오는 곳도 생겼다.

현재 권 씨를 포함해 슈퍼키즈 강사 13명이 출강하는 곳만 창원, 김해, 밀양, 창녕, 통영, 함안 등지에 200여 군데 수업 수는 300여 개에 이른다.

강사들은 따로 별명을 갖고 활동한다. 권 씨는 슈퍼맨, 다른 강사들은 폴리, 앰버, 코코몽, 피터팬, 번개맨 등 아이들에게 친숙한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이름을 따왔다.

천방지축인 아이들이 지시에 잘 따르지 않는 일은 부지기수일 터다. 권 씨는 "즐기면서 합니다. 오래 하다보니 요령이 생겼어요. 수업 시작하기 전에 규칙을 만들어요. '선생님 말씀 잘 듣기' '친구들과 싸우지 않기' 등 몇 가지 규칙을 정하고 약속하게 하면 제법 잘 따릅니다"라고 말했다.

권 씨가 보람을 느낄 때는 소심하고 내성적이던 아이들이 권 씨의 수업을 듣고 자신감을 찾아가는 모습을 볼 때다. "몸이 불편하거나 정서가 불안한 아이들이 놀이치료를 받으러 오기도 합니다. 함께 수업을 해가면서 눈에 띌 정도로 상태가 좋아지는 걸 보면 정말 보람차죠."

권 씨는 한 회사 대표로서 목표도 가지고 있다.

"더욱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아직 유아체육에 관한 통계 자료들이 많지 않아요. 자체적으로 연구해서 유아체육 전문업체로 키우고 싶습니다. 강사들에게도 비전을 주고 싶습니다. 성실히 활동하는 강사에게는 창원 외에 다른 지역에 지사(支社) 개념으로 지역을 떼어줄 생각도 있습니다."

젊은 나이에 성공과 실패를 두루 겪은 권 씨는 그 경험 덕분인지 서두르지 않고 확실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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