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바래길에서 사부작] (18) 6코스 말발굽길 훑어보기
창선교서 죽방렴 풍경 감상, 추섬 이어진 조용한 방파제
묘한 매력 품은 모상개해수욕장, 장포항 닿으면 어민들 시끌벅적

6코스 말발굽길은 남해 창선교에서 시작한다. 남해를 구성하는 두 큰 섬, 창선도와 남해도를 잇는 다리다. 다리 아래는 지족해협이다. 다르게는 '손도해협'으로 불린다. 섬 사이에 있는 좁은 바다라는 뜻이다. 경상도 말로 좁다는 뜻인 '솔다'에서 나온 말이다. 좁은 물길이어서 물살이 빠르다. 예로부터 이곳은 빠른 물살을 이용해 고기를 잡는 죽방렴(竹防簾)으로 유명하다. V자 형으로 나무 말뚝을 박고 그물을 걸어 고기를 가둬 잡는 도구다. 창선교에 서면 다리 좌우로 바다 위로 죽방렴이 듬성듬성 늘어서 독특한 풍경을 이룬다. 6코스의 끝인 적량마을은 고려시대 군마(軍馬)를 키우던 곳이다. '말발굽길'이란 이름은 여기에서 비롯했다. 적량마을에는 버스가 오전 9시 30분과 오후 4시 40분 즈음 두 번뿐이니 버스로 이동할 계획이라면 여유 있게 움직여야겠다.

창선교 오른편으로 보이는 죽방렴과 지족해협./이서후 기자

삼동면 하나로마트 주차장 끄트머리에 조그만 바래길 표지판이 있다. 이곳에서부터 시작해 창선교를 건넌다. 다리 왼편으로 가면 죽방렴을 포함해 지족해협의 아기자기한 풍경을 볼 수 있다. 다리 오른편 길로 가면 아주 가까이서 죽방렴을 볼 수 있다. 다리를 지나자마자 바로 오른쪽 내리막이다. 이곳에 정식으로 6코스 시작점 안내판이 있다. 하지만 굳이 창선교를 건너서 오라고 권하고 싶다. 다리 위에서 본 죽방렴 풍경을 그냥 생략하기엔 아쉬운 까닭이다. 내리막은 지족해협 바닷가로 이어진다. 몇몇 횟집과 펜션이 들어선 조그만 마을이 있다. 이 구간은 짧지만 뜻밖에 조용하고 고즈넉한 맛이 있다. 마을을 지나면 창선교에서 바로 이어지는 도로를 만난다. 삼천포대교를 지나 남해읍으로 가는 길목이라 차가 많고 속도도 빠르니 조심하자.

버스정류장이 나오면 바로 당저2리 마을 입구다. 바래길은 마을로 들어간다. 마을 길을 지나고 나면 큰 호수 같은 곳이 나온다. 코앞에 있는 추섬과 마을을 이어 만든 곳이다. 원래 새우 양식장을 했었다는데 지금은 그저 빈 곳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방파제와 양식장 그리고 그 너머 바다까지 층층이 보이는 경치가 제법 좋다. 오른편 마을 어항은 추섬과 방파제에 둘러싸여 잔잔하고 조용하다. 추섬은 남북으로 길게 뻗은 섬이다. 지난 2003년 공원이 만들어져 지금은 '추섬공원'이다. 섬으로 가는 길은 자동차가 다닐 정도로 넓다. 바래길은 추섬을 한 바퀴 돌고 다른 방파제로 이어진다. 파도 소리도 없이 고요한 방파제다. 방파제를 지날 때 오른쪽으로 보이는 섬이 구도다. 

부윤2리마을 안내석 옆 남해승마장 말들./이서후 기자

방파제 끝에서 도로를 만난다. 바래길 표지판은 오른쪽을 가리킨다. 구도를 오른편으로 끼고 걷는다. 곧 부윤2리 마을 안내석이 나온다. 조금 걷자니 왼쪽으로 말들이 보인다. 남해승마장이다. 승마장을 끼고 길은 왼쪽으로 90도 꺾여 논길로 이어진다. 잠시 후 두 갈래 길이 나오는데 바래길 표지판이 있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시멘트로 포장이 되어 있지만 으슥하고 깊은 숲길이다. 숲을 빠져나오면 부윤2리 마을 뒤편이다. 마을 정자나무나 지붕들 너머 마을 항구를 바라보며 잠시 걷는다. 길은 다시 왼편 숲 속으로 이어진다. 보현사로 가는 길이다. 길 주변으로 밭들이 이어지다가 곧 소 축사가 나온다. 축사 입구에서 잠자던 개가 인기척에 놀라 잠 덜 깬 소리로 짖는다.

추섬마을에서 육지로 이어진 방파제./이서후 기자

산길이 계속된다. 갈림길마다 바래길 표지판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드문드문 오른편으로 전망이 트일 때마다 바다가 보인다. 보현사는 기와집 두 채로 된 작은 절이다. 대웅전 앞에 서면 창선 바닷가와 바다 건너 삼천포화력발전소가 보인다. 대웅전 아래 앉아 잠시 쉬어간다. 보현사를 지나고부터는 대체로 내리막이라 걷기가 한결 수월하다. 내리막길의 끝에서 도로를 만나면 바래길 안내 화살표를 따라 왼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갓길이 좁으니 조심하자. 곧 오른편으로 전망이 탁 트인다. 장포마을과 그 앞 장포항이 보인다. 장포항 너머 바다 건너로 보이는 곳이 고성이다.

장포마을로 들어가는 길목에 큰 삼거리가 나온다. 직진하면 장포마을이고 오른쪽 잘 다듬어진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가면 사우스케이프오너스클럽으로 가는 길이다. 남해 바다를 배경으로 잘 꾸며진 골프클럽이다. 그대로 장포마을을 향해 직진, 가다 보면 마을 초입에서 오른편으로 빠지는 길이 나온다. 모상개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이다. 길 입구에 바래길 표지판이 있다. 걸으면서 왼쪽으로 보이는 장포항 풍경이 일품이다. 한동안 오르막을 오른다. 길은 사우스케이프오너스클럽을 에둘러 간다. 내부가 보이지는 않지만 드문드문 골프장도 보인다. 모상개해수욕장이 가까워지면서 갈대밭이 펼쳐지는데 왠지 을씨년스러우면서도 묘한 풍치가 있다. 모상개는 한적하고 작은 해변이다.

해수욕장 끝에서 길은 해안 절벽 위 산길로 이어진다. 아까 지나쳐온 장포항을 향하는 것이다. 산길은 깊고 좁고 거칠다. 혼자 걸으니 으스스한 기분마저 든다. 산길이 끝나면 해변이 나온다. 모래도 자갈도 아닌 투박한 돌덩이로 가득한 곳이다. 한 번 더 산길을 잠깐 탄 다음 다시 거친 해안을 지나면 시멘트 포장이 된 길이다. 그 길을 따라 쭉 가면 장포항이다.

장포항엔 정박한 배들이 많다. 홍합, 굴 양식하는 배들이라고 한다. 해안 공원에 수도 시설이 있어 손도 씻고 세수도 하며 잠시 쉰다. 장포마을은 제법 큰 동네다. 큰 나무 그늘에 어머니들 수다가 왁자하다. 아이스크림도 팔고 낚시용품도 팔고 담배도 팔고 약도 파는 마을 가게에서 맥주를 한 캔 사 마신다. 장포마을 해안도로 끝에 바래길 이정표가 있다. 다음 목적지인 대곡마을까지는 1㎞ 남짓 한적한 도로를 따라 걷는다. 대곡마을 초입에 이르자 바다 건너 적량마을이 가까이 보인다. 그대로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적량마을, 바래길 7코스 고사리밭길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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