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수 해 가을은 비엔날레의 계절이다.

서울, 광주, 부산에서 9월 1일부터 하루 간격으로 비엔날레가 개막했고, 드디어 창원조각비엔날레가 개막한다.

일반적으로 비엔날레는 현대미술에서 새로운 사조를 예감 측정하고, 비평 논의를 확산시키며, 동시에 미술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기능과 역할을 하는 미술 축제로, 격년제란 의미다. 3년마다 개최되는 것을 트리엔날레, 4년마다 개최되는 것을 쿼드리엔날레라고 부른다.

대표적으로는 베니스비엔날레와 미국의 휘트니비엔날레, 독일의 카셀 도큐멘타가 있고, 쿠바의 아바나와 브라질의 쌍파울루비엔날레, 리옹비엔날레(프랑스), 이스탄불비엔날레(터키), 요하네스버그비엔날레(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5년 180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으로 출발한 광주비엔날레와 2002년의 부산비엔날레, 서울시에서 개최하는 미디어 시티 서울(2000년)이 있다. 그리고 창원조각비엔날레,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대구사진비엔날레 등이 전문 장르 비엔날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200여 개에 달하는 비엔날레를 대상으로 세계적 권위의 인터넷 미술매체 아트 넷(Art net)이 역사와 관객 수, 예산, 영향력, 큐레이터 등 다양한 지표를 산출해 세계 20대 비엔날레를 선정해 발표했는데, 선정된 상위 5대 비엔날레에 베니스비엔날레와 카셀 도큐멘타, 휘트니비엔날레, 광주비엔날레, 유럽의 순회비엔날레인 마니페스타가 뽑혔다.

비엔날레에 순위를 매기는 것은 온당치 않은 일이다. 기록이나 점수로 환산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고, 취향과 가치에 따라서 문화예술에 접근하는 시선과 감상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짝수 해에 한꺼번에 열리는 막대한 예산의 미술 축제에 순위를 부여하길 즐긴다. 물론 그 속내는 국제 비엔날레 행사들이 실험성과 지역성, 젊은 미술가를 육성하려는 당초 의도와는 달리, 최근에는 상업성과 국가 경제와 문화 이미지의 측면에서 접근하려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서로 경쟁 모양새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멀리서 보면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 미디어 시티 서울이 크게 다르지 않고, 그 와중에도 전문 장르를 가진 창원조각비엔날레,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대구사진비엔날레 등이 난립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확인하자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이 많은 비엔날레가 현대미술 새로운 사조를 예감측정하고, 비평 논의를 확산 시키며, 동시에 미술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기능과 역할을 갖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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