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에도 '사고예방·안전확보 절실'인식 확산

지진이 이어지자 원전 불안감도 확산하고 있다. '원전 가동 중단' '탈핵'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분위기다. 특히 원전을 끼고 있는 것과 다름없는 경남 지역민들도 '나의 문제'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영남 해안지역은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을 정도로 원전 밀집지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부산시 기장군에 고리 4기(가동 1978~1986년)·신고리 2기(2011~2012년), 경북 경주에 월성 4기(1983~1999년)·신월성 2기(2012~2015년), 경북 울진에 한울 6기(1988~2005년) 등 18기가 몰려 있다. 여기에 신고리 3·4호기는 시험 운전, 신고리 5·6호기는 건설 예정이다.

이처럼 원전이 영남 해안에 밀집해 있는 것은 서해·남해와 비교해 기후 여건에서 유리하고, 산업적 측면도 고려됐다는 게 한국수력원자력 설명이다. 이러한 원전 대부분(12기)은 이번 경주 지진 진앙에서 50㎞ 이내 거리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국내 원전이 규모 6.5~7.0에 견딜 수 있게 설계돼 있다고 강조한다. 최근 경주 지진은 규모 4.5~5.8이었다는 점에서 수치적으로는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간과해서 안 될 부분도 있다. 박종권 탈핵경남시민행동 대표는 이렇게 비유했다.

"휴대전화 사용해봐서 잘 알 것이다. 한번 떨어뜨린 것과 여러 차례 떨어뜨린 것은 엄청난 차이다. 원전도 마찬가지다. 지금 30년 된 노후 원전도 있다. 지진을 여러차례 겪으면서 손상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지진 충격이 계속 가해지면 정말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국내 원전 모두 내진성능을 규모 7.0까지 견딜 수 있도록 하는 보강작업을 2018년 4월까지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월성·고리원전은 내년 말까지 잠재적 취약점까지 측정해 안전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 안전강조와 시민 불안감에는 괴리가 크다. '지진은 막을 수 없지만 원전사고는 막을 수 있다'는 공감대 속에, 최악의 자연재해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탈핵경남시민행동은 20일 오후 창원종합운동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은 선제적 대응과 가장 보수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우선으로 '원전 가동 중지'를 촉구했다. 이들은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을 중단하더라도 가을 동안 발전설비 상황은 무리가 없다"며 "겨울 전기난방 수요가 오기 전 한시적으로라도 원전을 중단하고 안전점검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안전점검 때는 정부 영향을 받지 않는 객관적인 전문가, 시민·지역사회 인사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국 각 지역 시민단체는 비슷한 내용으로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도내에서는 창원 외에 양산·김해에서도 열렸다. 창원시 의창구 동읍에 사는 한 주부는 아이와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해 떨리지만 강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진도 무서웠지만 '원전이 터지면 어떡하나'라는 걱정이 더 앞섰다. 안전한 나라에 살고 싶은 마음에서 이 자리에 나왔다."

탈핵 양산시민행동은 19일 오전 양산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또다시 4.5 지진이 발생했다. 원전 가동 즉각 중단과 안전점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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