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간 공포 떨며 메시지 전송, 전북소방본부서 연락와 '황당'

경북 경주에서 지난 12일 오후 잇따라 발생한 규모 5.1, 5.8 지진은 대한민국 안전 대응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하게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이번엔 119 문자 신고 시스템 문제다.

이날 오후 8시 36분께 두 번째 지진이 났을 때 김해시 삼정동에 사는  장모(32) 씨는 빌라 6층 집에 있는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가 변을 당했다. 엘리베이터에 갇힌 것이다.

장 씨는 119에 전화했지만 통화 상태가 좋지 않았다. 장 씨는 38분께 소방대원의 안내대로 119 번호로 엘리베이터에 갇혔다는 내용과 함께 집 주소를 입력한 문자 메시지를 전송했다. 하지만 장 씨의 이 신고 문자는 46분께 전라북도소방본부 시스템에 접수됐다. 그렇게 장 씨는 공포에 떨며 15분 남짓 갇혀 있어야 했다. 장 씨는 "경비실이 없는 빌라라 비상벨을 눌러도 받아줄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 그 앞을 지나던 이웃이 비상벨 연결 전화를 받아 집 앞 3분 거리에 있는 소방서에 뛰어가 신고해줬다. 덕분에 나올 수 있었다"며 "소방대원들이 올 무렵 전라북도소방본부에서 전화가 왔다. 황당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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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사진. / 연합뉴스

경남도소방본부 관계자는 "신고자의 위치 정보는 GPS로 찾는 것이 아니라 중앙소방본부 서버가 통신 연결 기지국 위치로 잡는다. 하지만 이날 해당 신고자의 문자는 위치 정보가 없이 접수됐다. 이런 문자는 무작위로 분배되기 때문에 전라북도소방본부에서 조회를 한 것"이라며 "지진에 따른 통신 장애와 서버 과부하가 원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19일 <경남도민일보>와 통화에서 문자 신고는 해당 지역 소방서 서버로 바로 접수되기 때문에 장 씨의 경우처럼 지역을 벗어난 신고 접수·조회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안전처가 국가 안전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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