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억조창생' 주제, 용지공원·문신미술관 등…14개국 120여 명 작가 참여

광주, 부산 등 지역 곳곳에서 현대 미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비엔날레가 한창이다. 창원도 예외가 아니다. 창원은 조각을 주제로 한 비엔날레를 오는 22일부터 연다.

지난 2010년 문신국제조각심포지엄에서 출발한 조각비엔날레는 올해로 3회째를 맞았다. 2010년 문신국제조각심포지엄을 열면서 문신미술관이 있는 마산합포구 추산공원에 국제적인 조각가들이 제작한 작품을 설치해 국제 조각 공원을 조성했다.

2012년 문신, 김종영 등 조각가의 예술 정신을 확장하고자 제1회 창원조각비엔날레로 이름을 바꿨다. 국·내외 조각가의 작품을 마산합포구 돝섬에 설치했다. 2014년에도 아시아 11개국 작가 40여 명이 문신미술관, 돝섬, 마산항 중앙부두 등 마산 일대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2016 제3회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어디서 어떻게 펼쳐질까.

◇'일상 속 예술' 선보여 = 올해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억조창생(億造創生)'을 주제로 했다. 본래 '수많은 백성'을 뜻하는 고어 '억조창생(億兆蒼生)'에서 따온 이 말은 사물에 예술가의 혼을 불어넣어 예술작품으로 거듭 태어나게 한다는 뜻을 담았다.

회화와 조각, 공예와 조각, 미디어아트와 조각의 탈경계 현상에 주목해, '일상 속의 예술', '예술 속의 일상'을 찾고자 했다.

윤진섭(시드니대학 명예교수) 총감독은 "그동안 기존 전국의 비엔날레는 대중을 소외시켰다. 주제부터 내용까지 대중이 알아듣기 어려웠다.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야외 용지호수 공원 등 다중이 모이는 공간에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의 책, 필통, 신발 등 일상용품을 수집해 '창원 시민의 추억 조각'이라는 설치 작품도 만든다.

이주민 축제 '맘프(MAMF)'와 협업해 진행되는 신광(중국)의 '이동하는 물건'은 창원시에 거주 중인 외국인들의 물건을 수집해 전시한다.

시민들이 즐겨 찾는 창원 용지호수 공원을 조각공원으로 조성하고, 도심 속 전시장을 주 무대로 했다.

국내외 14개국 작가 120여 명의 작품을 창원 용지호수공원(31점), 성산아트홀(88점), 문신미술관(6점)에서 만날 수 있다. 올해는 창원시에서 창원문화재단에 행사를 위탁했다.

용지호수공원에 설치된 김승영 작가의 '누구나 마음속에 정원이 있다' 작품. /우귀화 기자

◇용지호수공원이 조각공원으로 = 창원조각비엔날레를 열면서 용지호수공원이 조각 공원으로 바뀐다. 프로젝트 전시로 야외에 조각품을 비엔날레 기간에만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 절반 이상을 용지호수공원에 남겨둘 예정이다.

영구 설치 작품이 17점, 일시 설치 작품이 14점이다. 공원을 천천히 걸으면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꽃무더기 속에 이재효 작가가 나무로 원 모양을 만든 작품 '0121-1110=115095', 벤치에 앉아서 홍지윤 작가의 '빗방울과의 입맞춤' 작품을 마주할 수 있다.

용지호수공원 잔디밭에 설치된 김영원 작가의 '그림자의 그림자'/우귀화 기자

용지호수공원 잔디밭에 이르면 국내외 작가 작품이 다수 설치돼 있다. 이곳에 설치된 작품 대부분이 영구 설치된다. 이탈리아 조각가 노벨로 피노티, 밈모 팔라디노,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를 비롯해 중국의 첸웬링, 양치엔 등 국외 작가 작품을 선보인다.

밈모 팔라디노의 '말' 작품은 푸른 말이 용지호수공원을 내려다보게 설치돼 인상적이다.

이와 더불어 한국의 김영원, 박은선, 이일호, 한진섭, 신한철, 한효석, 이경호, 김승영, 윤진섭, 박원주, 이응우, 전원길, 고승현 등 중견 및 중진 조각가 작품도 놓였다.

밈모 팔라디노의 '말'/우귀화 기자

강동현, 강창호, 노순천, 이정희, 정풍성, 탁영우 등 경남에서 활동하는 젊은 작가 작품도 함께 설치된다.

◇성산아트홀서 '물질적 상상력' 전시 = 성산아트홀에서는 '오브제-물질적 상상력'이라는 대규모 전시가 열린다. 국내외 작가 70여 명이 초대됐다. 프랑스 과학철학자인 가스통 바슐라르의 개념에서 빌려 온 '물질적 상상력(Material Imagination)'은 우주를 채우고 있는 기본 4원소인 '흙, 물, 불, 공기'를 근거로 삼는다. 여기에 동양 철학의 5개 범주 '물(水), 불(火), 나무(木), 쇠(金), 흙(土)'의 개념을 융합하고자 했다.

창원 성산아트홀에 전시할 데비한 작가의 '미의 조건 VII' 작품. /창원문화재단

이탈리아 대표 작가 밈모 팔라디노 특별전, 40년간 추상 조각의 세계를 구축한 김인경 특별전, '창원 조각의 어제와 오늘-5인의 거장 특별전'도 준비됐다. '5인의 거장'은 김종영, 문신, 박종배, 박석원, 김영원 조각가다. 비평가와 전시기획자로 활동하는 이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또 다른 시선-비평과 창작의 사이'전도 열린다.

◇문신미술관에서 헨로재단 국제조각상 전시 =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은 이탈리아 헨로 재단이 주최하는 '헨로국제조각전(SIHX: 6 Marble Art Works from the Henraux Foundation International Sculpture Award)'에서 대상을 받은 역대 수상 작가들 작품을 전시한다. 2012년 시작된 '헨로국제조각전'은 올해 3회째로, 2년마다 공모를 통해 40대의 젊고 유망한 작가를 선정하고 있다.

전시는 10월 23일까지. 문의 055-714-1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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