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 인정하면 인간관계도 통합니다" 가족·친구·직장인 등 관계 맺기
도형심리 상담으로 성향 파악, 상처·갈등 치유하고 대안 제시

중·고등학생 10여 명이 둘씩 짝을 지어 앉은 강의실. 어색한 분위기 사이로 속삭이는 대화가 간간이 들린다. 문을 열고 들어온 한 강사가 짧은 소개와 함께 미소를 던지지만 서먹한 공기가 쉽게 누그러지지 않는다. 잠시 후 책상 위에 한 장의 종이가 놓인다. 종이에 적힌 질문을 읽고 골똘히 생각하던 학생들이 볼펜으로 쓱쓱 긋는다.

도형이다. 삼각형, 사각형, 네모 그리고 영어 에스. 도형이 그려진 종이를 받아든 강사는 한 학생을 콕 집으며 타고난 기질을 분석한다. 명랑하고 사교적이며 분위기 메이커라고.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낯설면서도 공감 가는 듯 수줍게 웃는 학생. 이내 다른 친구 성향은 어떤지 귀를 기울인다. 자신과 어디가 같고 어떻게 다른지를.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난 형제, 자매 성향이 똑같을 수 없듯이 각자 특성이 다 달라요. 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장점이든 단점이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면 다른 사람도 이해할 수 있어요."

밀양시청소년수련관에서 소통 강의를 마친 류은주 씨가 서먹해하던 학생들 손을 서로 잡아 주고 있다. /문정민 기자

어느새 아이들 이름을 외우며 장래 희망을 상담하고 있는 강사. 밀양시청소년수련관에서 한 시간여 강의를 마치고 나온 류은주(37·김해시 외동) 씨는 스스로 소통 강사라 칭한다. 그는 도형 심리상담을 통해 사람들에게 다가서고 마음을 나눈다. 도형 심리상담은 4가지 도형(○△□S)을 정해진 양식에 맞춰 그림으로써 도형의 크기, 모양, 위치 등을 통해 기질과 적성, 심리상태 등을 파악해 치유와 잠재력 개발을 돕는 상담 요법이다.

은주 씨는 사실 연극계에서 몇 안 되던 여성 연출가로 촉망받던 인물이었다. 머릿속 세상을 무대에 펼치는 것을 매력적으로 느꼈던 그였지만 연극이란 것이 혼자 힘으로 하긴 어려운 일. 은주 씨는 소품, 음향, 조명 등 협업을 이끌어 내면서 관계 맺음에 힘겨움을 느꼈다. 그때 지인이 제안한 게 바로 도형 심리상담이다.

"나 자신과 상대방 유형을 알게 되니깐 그 사람이 내게 했던 행동이 비로소 이해가 되더라고요. 나쁜 감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원래 그런 성향의 사람이란 것을요. 다름을 인정하니 오해가 풀리고 스스로 옥죄고 있던 스트레스도 풀리기 시작했죠."

소통 강의하는 류은주 씨.

복잡한 테스트를 거치지 않고도 일상에서 쉽고 재밌게 마음을 읽는 데 흥미를 느낀 은주 씨. 사람과 곧잘 어울리던 그는 무대를 떠나 보험회사에 다니는 사이 자연스레 소통 강사의 길로 접어들었다. 사람 사이에서 힘들어하는 이들을 보며 정서 상태를 진단하고 갈등의 원인을 파악해 도와주고 싶었던 것.

가령, 부부 싸움 도중 남편이 일방적으로 박차고 일어나면 아내에게 억지로 붙잡지 말라고 전한다. 결코, 자신을 무시해서 하는 행동이 아니라 어렵고 불편한 상황을 당장 피하려는 남편 성향 때문이라고. 바람 쐬고 들어오거나 한숨 자고 일어났을 때 대화를 시도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직장인도 예외가 아니다. 동료와 트러블을 겪고 있다면 상대방 성격을 파악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한다, 술 한 잔 먹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야 할지, 진심이 담긴 메시지를 전할지, 아니면 묵묵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줄지를.

은주 씨가 상담할 때 특히 귀를 쫑긋 세우는 대상이 있다. 바로 청소년이다. 표현이 서툰 아이들 내면의 목소리를 허투루 흘리지 않고 기질과 적성을 진단해 진로를 지도해준다. 어른들이 학생이란 이유로 자신의 말을 무시했던 은주 씨 학창시절이 떠오르거니와 고등학교에서 연극 강사로 활동하던 당시 기억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연극놀이 수업 때 표현력과 창의력이 뛰어난 학생이 있었어요. 소위 일진으로 문제아 취급받는 아이였죠. 알고 보니 가정 폭력 등 부부 사이에 문제가 있더라고요. 재능 있는 학생인데 어른들 때문에 보호받지 못하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안타까웠어요."

은주 씨가 추구하는 소통은 결국 아이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함이다. 궁극적인 목표로 부부클리닉 센터를 운영하는 것도 이와 맞닿아 있다. 대화가 통하지 않으면 아이 삶도 불행해진다고 믿는다.

상담을 하면서 현실적으로 괴리감을 느끼기도 한다. 말처럼 쉽지 않은 게 소통이 아닌가.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사람으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에서 한걸음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나를 제대로 알고 또 자신과 다른 상대방을 받아들이면 그게 바로 소통의 첫걸음이라고.

지금 혹시 누군가와 대화하는 데 막힘이 있다면 입보다 마음을 먼저 열어 보는 게 어떨까. '귀를 훔치지 말고 가슴을 흔드는 말을 해라'는 온라인에 떠도는 소통의 법칙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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