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자동차전용도로 지정 동승자도 안전띠 매야…시내버스 무대책 통행

경남 창원시 성산구 성주동과 김해시 장유동을 연결하는 지방도 1020호선 창원터널은 자동차전용도로 구간(4.74㎞)이다.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자동차 전용도로 구간인 창원터널을 이용하는 차량 운전자는 모든 동승자에게 안전띠를 매도록 해야 한다. 입석 운행이 금지되는 것이다. 시내버스도 예외는 아니다.

◇현상 = 해당 구간을 운행하는 버스 노선은 창원시내버스 170번, 김해시내버스 58·59·97·98번 등이다. 현재 이들 시내버스는 모두 창원터널 구간에서 입석 운행을 해도 아무런 제재가 없다. 이들 시내버스는 사실상 모두 불법운행을 하고 있고, 감독·단속 권한이 있는 자치단체와 경찰이 이를 방관하고 있는 셈이다.

고속도로와 자동차전용도로는 말 그대로 자동차만 통행할 수 있고 고속운행을 위한 도로이기 때문에 안전띠 착용이 의무화되어 있다. 그러나 시내버스는 그 구조상 입석 승객까지 모두 안전띠를 착용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들 도로를 운행할 수 없다. 고속도로와 자동차전용도로를 달리는 시내버스를 볼 수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창원터널 자동차전용도로 구간에서는 자치단체와 경찰의 방조 아래 시내버스가 사실상 불법운행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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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지역 시내버스./경남도민일보DB

창원시민 박모(44) 씨는 "만약 창원터널 자동차전용도로 구간에서 입석 승객들을 태우고 달리던 시내버스가 대형사고라도 난다면 불법운행 중에 난 사고가 된다. 누가 책임을 지겠느냐? 이런 문제가 생기면 이를 방조한 자치단체와 경찰도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작년에 이런 문제를 해결한 서울시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원인 = 지난 1994년 개통된 창원터널은 개설 때부터 문제가 있었다. 자동차전용도로를 지정할 때는 반드시 대체도로(일반도로)를 두어야 하지만 창원터널 구간을 자동차 전용도로로 지정하면서 사실상 대체도로를 두지 않았다.

기존 창원시와 김해시를 연결하던 옛 1020호 지방도는 폐도가 된 지 오래이고, 장유에서 진례·동읍을 거쳐 창원으로 이어지는 1042호 지방도로는 너무 멀어서 대체도로라고 하기 어렵다.

대체도로가 없는 상황에서 창원터널 구간이 자동차전용도로로 지정되자 이륜차·자전거 이용자는 물론 보행자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기존 지방도를 대체하고자 터널을 만들었기에 창원터널 통행요금 징수는 부당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오랫동안 창원터널 자동차전용도로 지정 해제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이어졌고, 불모산터널이 개통되면서 더욱 힘이 실렸다. 시민 이모(47) 씨는 "창원터널 자동차 전용도로 지정 해제는 원천적으로 유료도로였던 창원터널을 만들고 자동차전용도로로 지정하면서 제기능을 할 수 있는 대체도로를 두지 않은 경남도에 잘못이 있다"라며 "만시지탄이지만 지금이라도 정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책 = 지난해 서울시는 양화대교 남단(선유도 인근)에서 한강대교 남단(노들역 인근)에 이르는 6.4㎞ 구간 노들길을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해제했다. 지난 2014년 12월 해제됐던 양화교∼양화대교 남단 2.1㎞ 구간에 이어 노들길 8.5㎞ 전 구간이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해제된 것이다.

서울시가 이 구간 자동차전용도로를 해제한 까닭은 시내버스 입석 때문이다.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자동차 전용도로 버스 입석 운행이 금지되자 해당 구간을 다니던 일반시내버스 운행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시민 불편이 이어지자 서울시는 자동차전용도로 해제라는 강수를 뒀다. 대신 교통사고를 방지하고자 운행 최고속도를 시속 80㎞에서 60㎞로 조정했다.

현재 창원터널 시내버스 입석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는 △해당 구간 시내버스 노선 변경 △옛 지방도 1020호 구간 대체도로로 완전 복원 △창원터널 자동차 전용도로 해제 등이 있다.

자치단체의 생각은 어떨까.

먼저 경남도 관계자는 창원시·김해시가 풀 문제라는 전제하에 "법률 준수와 주민 불편 고려라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즉 법률에 따라 버스 운행을 금지한다면 주민 불편이 뒤따른다는 설명이다.

창원시 관계자는 지난 13일 "추석 연휴가 끝나면 김해시와 본격적으로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버스 노선을 조정할 것인지, 자동차 전용도로 해제가 가능한지 등을 협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구간 노선 출퇴근 이용객이 전체의 40~45%를 차지한다. 입석을 단순히 금지하면 교통대란이 일어날 것이기에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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