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기준치 이하라 문제 없다" vs 전문가 "장기간 섭취 시 문제 생길 수 있어"

낙동강 수계에 매년 녹조가 심해지면서 정수과정에서 투입 염소 양이 늘어나고 부산물로 생기는 발암물질 총트리할로메탄 농도도 높아지고 있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환경부는 검출된 발암물질 수치가 기준치 이하여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한 만큼 농도가 높아지는 현상은 문제가 있고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 염소 소독 과정서 총트리할로메탄 생성…샤워도 '조심'

발암성 물질인 총트리할로메탄(THM)은 염소 소독으로 생기는 가장 일반적인 소독부산물이다.

일반적으로 정수 과정에서 투입된 염소가 물 속 유기물과 만나 생성된다.

염소와 자연유기물이 반응할 때 생성되며 일반적으로 클로로포름, 브로모디크로포 메탄, 디브로모클로로메탄, 브모로포름 등 4개 물질을 묶어 총트리할로메탄이라 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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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컵에 담긴 녹조의 모습. / 연합뉴스

1974년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수돗물을 마신 사람이 암으로 사망한 뒤 총트리할로메탄이 발병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됐다.

실험 결과 발암성이 입증됐으며 신장과 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따라 마실 수 있는 수돗물 총트리할로메탄 농도를 0.1㎎/ℓ 이하로 정해 관리하고 있다.

휘발성이 있어 수돗물을 끓일 경우 성분 대부분이 증발한다. 농도가 높다고 하더라도 끓인 물이라면 안심하고 마셔도 되는 것이다.

하지만 샤워할 때는 뜨거운 물이라 하더라도 수증기 형태로 피부나 호흡기에 노출된다. '뜨겁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 것이다.

◇ 4대강 사업 이후 매년 THM 농도 높아져

문제는 기준치 이하로 관리된다 하더라도 인체에 무해하다는 보장이 없으며 나라별로 기준치가 달라 수돗물을 식수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환경부가 제공한 연도별 평균 총트리할로메탄 농도와 염소투입량을 살펴보면 낙동강을 원수로 사용하는 경남 김해 명동 정수장은 2011년 0.028㎎/ℓ·1천808㎏/일, 2012년 0.051㎎/ℓ·1천528㎏/일, 2013년 0.047㎎/ℓ·1천808㎏/일, 2014년 0.053㎎/ℓ·2천46㎏/일, 2015년 0.031㎎/ℓ·1천594㎏/일을 기록했다.

작년 농도가 다소 줄긴 했으나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다 2014년에는 2011년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더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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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록색으로 변한 창녕함안보. / 연합뉴스

양산 신도시 정수장은 2011년 0.041㎎/ℓ·256㎏/일, 2012년 0.046㎎/ℓ·387㎏/일, 2013년 0.033㎎/ℓ·293㎏/일, 2014년 0.037㎎/ℓ·313㎏/일, 2015년 0.051㎎/ℓ·336㎏/일로 나타났다.

양산 범어 정수장은 2011년 0.039㎎/ℓ·179㎏/일, 2012년 0.049㎎/ℓ·320㎏/일, 2013년 0.030㎎/ℓ·229㎏/일, 2014년 0.043㎎/ℓ·314㎏/일, 2015년 0.049㎎/ℓ·197㎏/일을 기록했다.

이밖에 합천 해인사 정수장은 2011년 0.021㎎/ℓ에서 0.032㎎/ℓ로, 합천 가야 정수장은 2011년 0.019㎎/ℓ에서 2015년 0.030㎎/ℓ로 오르는 등 이들 정수장의 평균 총트리할로메탄 농도는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인 것을 알 수 있다.

경남 모든 정수장 평균도 개별 정수장 총트리할로메탄 농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2008년 6월 경남 9개 정수장 총트리할로메탄 농도 평균값은 0.031㎎/ℓ였으나 2015년 0.047㎎/ℓ로 뛰었다.

7월 평균은 0.023㎎/ℓ에서 0.038㎎/ℓ로, 8월 평균은 0.028㎎/ℓ에서 0.039㎎/ℓ로, 9월 평균은 0.036㎎/ℓ에서 0.042㎎/ℓ로 각각 높아졌다.

부산 덕산·화명 정수장의 6~9월 평균 농도도 2008년 0.035㎎/ℓ에서 2015년 0.050㎎/ℓ로 껑충 뛰었다.

◇ '1급수' 한강보다 낙동강 발암물질 농도 훨씬 높아

1급수에 가까운 한강의 경우 올 8월 기준 37개 정수장의 평균 총트리할로메탄 농도는 0.029㎎/ℓ였다.

같은 기간 경남 9개 정수장의 평균 농도는 0.040㎎/ℓ, 대구 2개 정수장의 평균 농도는 0.071㎎/ℓ였다.

영남권 주민이 수도권 주민보다 많게는 두 배가 넘는 발암물질을 섭취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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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창원 본포취수장. / 연합뉴스

낙동강을 원수로 하는 정수장과 아닌 정수장의 차이도 크다.

낙동강 물을 원수로 하는 대구 매곡·문산정수장은 운문댐을 원수로 하는 고산정수장보다 총트리할로메탄 농도가 6배까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5년간 매곡·문산정수장의 6~8월 총트리할로메탄 평균 농도는 0.029~0.071㎎/ℓ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고산정수장은 1년 내내 0.011~0.024㎎/ℓ 수준을 유지했다.

종합하면 이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낙동강 조류경보 발령일수가 98일, 143일, 171일로 해마다 폭증하는 경향과 정비례하는 결과로 볼 수 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에 따르면 정수 과정을 거친 낙동강 물을 식·용수로 바로 사용하는 인원은 부산, 창원, 김해, 양산, 함안 5개 지역 약 540만명이다.

정수시설을 따로 갖추지 않은 이 지역 커피숍에서 차가운 커피를 먹는다면 자신도 모르게 발암물질까지 함께 마실 수 있는 것이다.

◇ 환경부 "기준치 이하라 문제없어" vs 전문가 "안심할 수 없어"

환경부는 먹는 물 수질 기준보다 낮게 총트리할로메탄 농도가 관리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 캘리포니아주 건강관리국이 1998년 임산부 5천144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하루 5컵 이상 수돗물을 마시는 경우 현행 기준치 이하 농도라고 해도 유산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또 독일과 노르웨이는 수돗물 총트리할로메탄 농도 기준이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인 0.05㎎/ℓ다.

이 기준을 적용할 경우 기준치를 상회하는 정수장도 생긴다.

이와 관련해 국립환경과학원 상하수도연구과 관계자는 "기준치 이상이거나 이하라고 해서 100% 안전하다 아니다 단정할 수는 없으나 WHO 기준이 '국제 컨센서스'이기 때문에 이를 따르는 것"이라며 "독일이나 노르웨이는 지하수를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기준치가 낮은 것이며 필요할 경우 0.1㎎/ℓ까지 기준치를 높이는 경우도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미국 연구사례처럼 다소 극단적인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중요한 것은 전 세계 전문가들로부터 채택되고 공인이 되느냐 여부"라며 "총트리할로메탄 농도가 높아지는 게 바람직하지는 않고 유해물질인 만큼 '0'에 가까워지는 게 좋으나 다양한 변수가 고려돼 기준이 정해지는 만큼 기준치 이하로 관리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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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조로 물든 낙동강의 모습. / 연합뉴스

하지만 기준치 이하라고 하더라도 유해물질인 만큼 장기간 섭취 시 인체에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르며 수돗물 음용률이 5.4%에 불과한 현실에서 수돗물에 관한 사람들의 불신감을 가속화할 문제가 있다는 전문가 지적도 있다.

부산가톨릭대학교 환경공학과 김좌관 교수는 "WHO 문건을 보면 0.1㎎/ℓ라는 기준은 어디까지나 '권고치'로 '가능한 한 낮을수록 좋다'고 함께 명시됐다"며 "독일이나 네덜란드 같은 유럽 선진국들은 이에 이미 염소 소독 대신 자외선 살균 방식으로 정수 과정을 바꾸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수도관 노후화로 누수율이 높아 다른 유해물질이 배수관을 타고 가다 들어올 가능성이 커 자외선 살균 방식을 채택하지 못하고 있다"며 "염소는 물속에 계속 녹아있는 특성이 있어 유해물질 유입을 대비해 염소 소독을 계속하고 있는데 이를 먼저 해결해야 총트리할로메탄 수치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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