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중국 등 결혼 이민자 12명 멘토-멘티 짝지어 추석문화 체험…보름달 모양 송편 만들며 '웃음꽃'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이 다음에 예쁜 아기를 낳는답니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이주연 창원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가정생활지도사가 지난 6일 창원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5층에서 진행한 '결혼 이민자 멘토링 가족 추석문화 체험'에서 결혼 이민 여성들에게 말했다. 추석을 앞두고 아직 낯선 한국의 명절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였다. 강사가 발언하자마자 20∼30대 참석자들이 "선생님, 이미 아기 낳았는데요"라며 까르르 웃었다.

강사는 <달이네 추석맞이>라는 그림책을 읽으면서 추석문화를 자연스레 알렸다. 이날 수업에는 베트남, 중국, 캄보디아 등에서 한국으로 온 결혼 이민자 12명이 참석했다. 나라별로 한국에서 살며 명절 문화를 몸에 익힌 멘토와 이제 갓 결혼해 한국으로 온 멘티가 짝이 됐다. 출신 나라의 전통의상을 갖춰 입고 온 이도 다수여서 눈길을 끌었다. 이날 차례상 차리기를 종이 모형으로 만들어본 후, 송편을 직접 빚어보는 것이 수업의 하이라이트.

강사가 추석의 대표 음식으로 송편을 소개하며 이미지를 먼저 보여주자 탄성이 나왔다. "오~예쁘다. 맛있겠다."

창원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주최한 결혼이민자 추석 문화체험 행사가 지난 6일 오후 창원시 성산구 창원시여성회관 창원관에서 열렸다. 행사 참석자들이 송편 빚기 체험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간편하게 송편을 만들 수 있게 준비됐다. 방앗간에서 쌀로 만든 흰색, 쑥색, 분홍색 떡과 깨, 콩, 설탕이 속 재료다. 손으로 주물러 만드는데 떡이 손에 붙을 것을 염려해 마가린도 준비해뒀다. 손을 씻고 돌아온 결혼 이민 여성들에게 강사는 외쳤다. "정해진 것은 없어요. 집마다 속 재료를 다르게 하고 모양도 다릅니다. 자, 이제 한번 만들어보세요. 보름달 모양으로 동글동글하게 만들면 돼요."

참석자들은 고국의 명절 음식을 떠올리며 송편 빚기에 열중했다. 대다수가 한국에 빨리 적응하고자 이름을 한국식으로 개명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왕옥리(35) 씨는 "중국에서 남편과 살다가 한국에 온 지는 3년 정도 됐어요. 송편은 처음 만들어요. 중국에서는 명절 때 만두 빚어 먹어요. (해보니) 애기(아기)도 만들 수 있어서 좋아요"라고 말했다.

베트남 출신의 홍유진(27) 씨도 "송편 이번에 처음 만들어요. 어려워서 해보지 못했는데, 이렇게 만들어보니 많이 쉽네요"라며 "베트남에서는 추석 때 '문 케이크' 사 먹었어요. 동그랗고 손바닥만 한 크기인데, 찹쌀가루 반죽에 녹두가루 넣고 만드는 거예요"라고 설명했다.

베트남 전통의상인 '아오자이'와 아오자이의 간편한 차림인 '아오바바'를 입은 베트남 참석자들이 한데 모여서 베트남 명절 음식을 알려줬다.

캄보디아 전통의상을 입은 류혜윤(28) 씨는 "한국에 온 지 4년 8개월 정도 됐는데, 송편은 이번에 처음 만들어요. 달콤하네요. 집에서 애들이랑 만들면 좋겠어요"라며 좋아했다. 캄보디아에서는 송편처럼 떡과자 '롱꽁'을 만든다고 했다. 류 씨는 "여름휴가 때 1주일간 집에 다녀왔어요. 명절이 가까워지니 고향 생각이 더 나요"라고 말했다.

이날 추석문화 체험을 한 결혼 이민자들은 지난 4월부터 창원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멘토-멘티 결연식을 한 후 한국 생활 정착을 위한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에 갓 입국한 멘티에게 국내에서 거주한 지 5∼6년 이상 된 멘토가 짝이 되어 도움을 줄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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