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vocabulary] (9) Hell, Green tea Latte, girl-statue

◇<경남도민일보>-<우리가 남이가> 공동기획방송 '보카치오'를 들으려면

- 웹 주소 http://www.idomin.com/, www.podbbang.com/ch/8406

- 포털 검색창에 '우리가 남이가 시즌2 보카치오'

- 팟캐스트 포털 '팟빵'에서 '우리가 남이가' 검색

한 달에 영어 단어 세 개 정도 익히자고 정치 이야기를 너저분하게 늘어놓는 '정치 vocabulary' 아홉 번째 시간입니다. 팟캐스트 <우리가 남이가>에서는 '보카치오'라는 제목으로 방송합니다. 거듭 강조합니다만 영어가 메인(main)이고 정치는 양념이니 '교육방송'을 표방합니다. 지난 9일 녹음했습니다.

방송 시작 전에 치킨을 먹었습니다. 지난 방송에서 내기를 했습니다. 며칠 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실형(징역 1년 6개월·추징금 1억 원)을 선고받은 홍준표 경남도지사 재판 결과를 예측했는데요. 진행자인 블로거 청보리와 흙장난은 '유죄', 저는 '무죄'를 예상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치킨 두 마리를 샀습니다.

홍 지사 열받다! '죽은 성완종 만나 따지고파'

홍 지사 선고 결과, 어떻게 예상하셨습니까? 유죄 선고에 대한 반응이 다양했습니다. 유죄가 예상 밖이라는 반응도 있었고, 지방자치단체장이라 구속은 하지 않는다는 재판부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판결에 대한 다양한 분석은 언론 보도를 참고하면 되겠습니다.

인상적이었던 점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먼저 판결이 확정되고 나서 홍 지사 반응이었습니다. "노상강도를 당한 것 같다", "저승에 가서 성완종에게 왜 내 이름을 적었는지 묻고 싶다" 같은 발언입니다. 방송에서는 '지옥'이라고 했는데, 저승이 영어로 뭔지도 모르겠고 누명(?)을 씌운 성완종 씨가 지옥에 갔을 게 분명하다 싶어 첫 번째 주제어를 정했습니다.

홍 지사가 인상적인 표현에 대한 강박감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 유죄 선고를 받은 정치인이 가장 일반적으로 하는 표현이 뭡니까? "유감입니다" 정도 아닐까요? 그런데 '노상강도'(물론 재판부를 겨냥한 표현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저승에 가서'라는 표현을 순간적으로 씁니다. 예전에 '개가 짖어도' 같은 표현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볼 때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스스로 평범을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레임덕을 언급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홍 지사는 이번 판결로 물리적으로는 경남도지사로서 권한을 제약받는 게 없습니다. 저는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들이 레임덕을 가정해 빈틈을 보인다면 오히려 '시범 케이스'에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담임 선생님이 화났을 때 함부로 행동하면 안 되는 원리입니다. 미리 조심하길 당부합니다.

역시 곧 진행될 가능성이 큰 '주민소환'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민소환투표가 열리게 되면 일단 이번 판결이 홍 지사를 반대하는 쪽에 큰 동력이 될 것은 분명합니다.

뭣이 중헌디! 정치 떠나 낙동강부터 살려야지

4대 강 녹조 유해성을 따로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공포가 눈에 보이지 않나요?

본격적으로 얘기를 진행하기에 앞서 흙장난과 청보리가 '낙동강'을 검색했습니다. 4대 강 사업 전 아름다운 낙동강 모습을 담은 사진이 나오더군요. 검색어를 '낙동강 녹조'로 바꿨습니다. 여러분이 예상하는 사진이 그대로 나왔습니다. 두 가지 사진을 다른 모니터로 보니 인간이 자연에 저지른 죄악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낙동강 녹조 관련 뉴스가 홀대받는 면이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한강이 아닌 이상 서울지역에 있는 매체가 낙동강 녹조 문제를 끈질기게 제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에 집중된 언론 유통 환경을 새삼 확인했습니다. 진행자들 걱정은 현재 4대 강 사업으로 말미암은 낙동강 녹조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단순히 물 색깔만 바뀐 게 아니라 강바닥과 생태계 모든 게 임계점을 넘은 게 아닌가 싶어 한숨이 나왔습니다. 단순히 보 문을 열고 유속을 높이는 수준으로 수질을 회복할 수 있을까요?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는 4대 강 문제를 정치 문제라고 칩시다. 이명박 정부를 지지하면 괜찮은 사업이고, 지지하지 않으면 나쁜 사업이라고 했다 칩시다. 하지만 이제는 정치적 성향을 떠나 말 그대로 환경 문제, 생명 문제 아닌가요? 사업에 대한 판단은 진영이 있을지 몰라도 생명과 환경에 대한 기준에 진영이 있을까요?

10억 엔 줬으니까 치우라니! 소녀상은 아직 웁니다

비상입니다. 재난입니다. 진행자 청보리가 진심으로 분노했습니다. 방송을 진행하면서 이렇게 화난 모습을 가까이서 보는 것은 처음입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만나서 나눈 대화를 보도한 뉴스가 문제였습니다. 일본 언론 보도를 인용한 내용인데요. 아베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 관련 한일협정을 언급하며 10억 엔을 보낸 대가를 요구했다는 내용입니다. 구체적으로 소녀상 문제였다고 합니다.

이 내용을 접한 청보리가 얼굴을 붉히며 사실이냐고 거듭 되물었습니다. 살짝 눈시울도 붉어지고 울분을 참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유별난 반응일까요? 당연한 반응 아닙니까? 스트레스는 자신을 망친다며 애써 담담한 모습을 유지했던 흙장난이 대단했습니다.

잠깐, 혹시 10억 엔이 우리 돈으로 얼마인지 아십니까? 108억 원 정도 됩니다. 돈이 중요한 문제도 아닙니다만, 정부가 내세우는 돈도 보잘것없습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에서 40대 차장이 횡령했다는 금액이 200억 원 정도라고 합니다. 한 나라 정부가 하는 짓이 어찌 회사원 한 명보다 스케일이 못합니다.

소녀상은 지난해 우리 지역에서도 문제가 됐던 적이 있습니다. 바로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에 소녀상을 세우면서 주변 상인과 갈등을 빚었던 일입니다.

소녀상은 어떤 의미일까요? 우리가 세우려는 소녀상과 일본 정부가 불편해하는 소녀상은 과연 무엇일까요? 다시 한 번 생각해 본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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