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내내 볼 한번 제대로 잡아보지 못하고

고종수의 스트라이커 변신을 꾀했던 히딩크 감독의 작품은 참담한 실패작으로 끝났다.

히딩크호에 승선한 뒤 왼쪽 날개를 맡아 홍콩 칼스버그컵에서 맹활약했던 고종수는 8일 두바이 4개국대회 모로코전에서 최전방 공격수 밑에 포진, 스트라이커로 변신을 노렸으나 볼 한번 제대로 잡아보지 못하고 전반을 마쳐야 했다.

고종수는 칼스버그컵에서 뛰어난 개인기를 보이며 2경기 연속골을 뽑아냈지만 수비 가담에서는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히딩크 감독은 전반 고종수를 공격수에 포진, 수비의 부담을 줄이고 체력이 강한 박지성을 왼쪽 날개에 기용하는 전술 변화를 모색했다.

그러나 고종수는 위치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듯 개인기를 발휘하지 못한채 김도훈에게 제대로 득점기회를 만들어 주지 못했다.

약간의 전술변화마저 소화하지 못하는 미드필더들의 부진도 눈에 띄었다.

박지성, 유상철, 이영표, 박성배로 이어지는 미드필더진은 제 위치를 잡지못한채 볼을 따라다니기에 바빴고 날카로운 모로코의 패스에 쩔쩔매다 보니 수비에 치중, 히딩크 감독이 주문한 최전방으로의 연결과 측면공격 기회를 엮어내지 못했다.

여기다 고질적인 수비 불안도 경기를 힘들게 만들었다.

오른쪽 수비수 심재원은 전반 10분 엘 아사스의 전진패스를 헛발질, 제대로 차단하지 못해 선취골을 허용하는 빌미를 제공했고 왼쪽의 김태영은 쉽게 1대1 돌파를 당하며 여러차례 득점기회를 내줬다.

결국 히딩크 감독은 후반부터 고종수와 유상철을 위치 변경시켰고 고종수는 전반보다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잦은 패스 미스, 공격수들의 골결정력 부족으로 완벽한 득점찬스를 만들지는 못했고 다행스레 유상철의 행운의 동점골로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고종수의 위치변화로 새로운 탈출구를 노렸던 히딩크 감독은 이제 원점으로 돌아와 처진 스트라이커와 측면공격수 자리를 매워줄 선수 기용을 놓고 고민에 빠지게 됐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