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블로거 콜레라균 경로 추측에 누리꾼 다수 공감…낙동강 콜레라균 검사 주체 놓고 관계기관들 '멘붕'

경남 거제와 부산에서 콜레라가 잇따라 발병하는 가운데 "콜레라 원인이 낙동강 오염 때문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와 SNS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주장을 제기한 사람은 블로거 김지민 씨로 지난 2010년부터 '입질의 추억'이라는 제목으로 수산물 관련 글을 꾸준히 써왔으며 블로그 누적방문자가 45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김 씨는 2015년에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연두 m&b)라는 책을 발간해 수산물 안전성에 대해 분석하기도 했다.

◇블로거의 콜레라 발병 원인 추론에 전문가들 "글쎄" = 김 씨는 12일 오전 11시 6분 블로그에 '콜레라 발생 원인을 둘러싼 썸뜩한 추론'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씨의 추론에 따르면 "콜레라균이 검출된 거제 대계항 지역은 낙동강 하구와 멀지 않은 곳으로, 낙동강에서 발생한 콜레라균이 강 하구를 지나 대계항까지 확산한 것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또한 질병관리본부에서 제공하는 콜레라 정보에도 "콜레라균은 해수와 담수가 만나는 해안 지역에서 증식이 활발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유독 심한 올해 낙동강 오염을 떠올리며 "가능성 있는 추측이다"며 글을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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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거 김지민 씨가 블로그에 올린 글 일부와 지도 캡쳐 이미지./블로그 '입질의 추억'

김 씨의 추론은 어느 정도 근거가 있을까? 창원대학교 생명보건학부 백도현 교수는 "콜레라균은 생명체 밖 해수나 민물에서 오래 생존할 수 없다. 특히 낙동강 하구 일대는 유속이 굉장히 느리기 때문에 콜레라균이 거제까지 전파되기 극히 어렵다"고 했다. 이어 백 교수는 "다만 바닷물이나 강물 온도가 체온과 비슷할 정도로 높은 상태고 바다 말고도 낙동강 하류에서도 콜레라균이 발생할 수 있어 조사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경상남도 보건환경연구원 미생물역학팀 여영희 연구사는 "강물에서 콜레라가 생기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번 콜레라 사태를 총괄하는 질병관리본부의 입장은 무엇일까?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과 관계자는 "현재 남해안에서 발생한 콜레라 원인에 대해 답할 내용이 없다"고 했다. 또한 "콜레라 발병이 멈추고 역학조사가 마무리돼야 원인을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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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병관리본부에서 배포한 콜레라 해수(바닷물) 검사 결과 이미지.

◇전염병 통합 컨트롤 타워 아직도 "혼란" = 지난 8일 질병관리본부는 '콜레라 관련 플랑크톤 및 해수 검사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바닷가 662곳에서 바닷물을 검사한 결과 거제 대계항에서만 콜레라균이 검출됐다. 그러나 낙동강물에 대한 조사결과는 없었다. 김 씨의 추측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낙동강에서 콜레라균 검사여부와 검사결과를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여러 기관에 전화를 돌렸지만 제대로된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방자치단체나 보건소 같은 곳에서 민물에 대한 검사를 한다"며 경상남도에 문의할 것을 권했다. 이어 경남도 보건환경연구원에 문의했지만 "우리는 들어오는 검체만 조사할 뿐이다"며 경남도 보건행정과 감염병관리담당에게 넘겼다. 보건행정과 감염병관리담당은 "낙동강 문제는 수질관리과에 물어봐야 한다"고 했다. 경남도 수질관리과에서는 "콜레라는 법정 전염병이라 위에서(질병관리본부) 총괄한다"며 다시 질병관리본부에 넘겼다.

질병관리본부는 다시 지자체에 문의하라고 넘겼고 경남도 수질관리과에 재문의한 결과 "우리 부서에서 콜레라균 관련된 통보 받은 내용은 없다. 낙동강은 국가하천이라 낙동강유역환경청에 문의하라"고 했다. 이에 낙동강 유역환경청 측정분석과에서는 "보건복지부나 환경부, 질병관리본부의 지시가 없어 콜레라균 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정말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에야 그런 일(콜레라균 검사)을 한다. 보건복지부나 환경부에 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사실상 소관이 아님을 밝혔다.

결국 '어느 기관도 낙동강에서 콜레라균 검사를 하지 않았다'는 내용은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지만 낙동강 콜레라균 검사의 주체가 누구인지는 끝내 파악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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