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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열고 발로 뛰는 일본 구리야마 주민 밀착자치

[지방자치의 눈으로 본 홍준표 도정] 4부 일본의 지방자치 (3) 구리야마정 의회 개혁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2016년 09월 12일 월요일

일본 홋카이도 구리야마정 의회기본조례 제정 10주년 행사가 지난 8월 26일 현지에서 진행됐다.

구리야마역 강당에서 기념행사가 진행된 2시간 30분 동안 300여 명의 청중은 쉬는 시간 10분 외에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특히 80~90이 넘어 보이는 노인들, 방금까지 일하다 작업복 차림으로 온 노동자와 농민들도 꿈쩍하지 않고 토론을 경청했다. 지겹기 짝이 없는 의회기본조례 성과와 과제 토론회를 심지어 메모까지 하는 청중들이 많았다. 놀라웠다.

'주민의견 현장 청취의 의무화', '주민의 정책제안 수렴 의무화', '예외 없는 의원 찬반태도 표명의 공표', '의회활동 모니터링 및 서포트기구 의무화' 등이 우리 '읍'에 해당하는 일본의 정 의회 사상 처음으로 이곳에서 조례로 만들어졌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 조례 효력은 '구리야마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이름으로 구리야마정 주민 1만 1811명이 사는 각 가정에 매달 발송되는 엽서에서 드러난다.

8월 26일 일본 홋카이도 구리야마역 인근 강당에서 구리야마의회 기본조례 제정 10주년 기념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모든 것의 출발은 주민이다

구리야마정은 홋카이도 삿포로시 근교에 있는 서비스업·농업 지역이다. 인근 유바리시는 일본 최초의 재정파탄 선언도시로 유명하다.

구리야마정청에는 144명의 공무원이 있고, 이곳의 자주재원 비율(재정자립도) 역시 25% 수준으로 다른 정과 비슷하다. 하지만 2000년 일본에서 시행된 '지방분권일괄법' 이후 자치사무 비율이 선거·여권·주민등록·저소득층지원 등 국가위임사무에 비해 70%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한국의 기자가 이곳을 찾은 계기는 지난 2006년 5월 일본 최초로 제정된 '의회기본조례'다. 이를 시작으로 현재 일본 736개 의회가 같은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 일부는 한국에서도 이미 시행된다. '의원의 질문과 정장의 답변 이후 반문권'이나 '회의내용의 인터넷 공개' 등이 그렇다. 하지만 주민의견 청취와 현장방문 의무화, 의원 규범성 측정의 의무화 등은 만연한 도내 의장선거 비리, 형식적 현장방문 등을 감안하면 금과옥조다. 기념행사 모토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주민과 함께'였다. 실제 구리야마정은 인구 1만 1000여 명에 의원 수 10명으로 생활단위 의견수렴이 가능한 구조다. 이처럼 생활단위 의견수렴은 인구 평균 1만 명 안팎인 일본 기초 지방의회 활동과 평균 22만 명인 한국 시·군·구 의회 활동 간에 생길 수밖에 없는 격차다.

◇생활 속에서 주민의견 듣는다

그래서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우카와 가즈히코 의장도 처음부터 끝까지 "주민과 함께 해왔다. 주민과 함께할 것이다"라고 몇 번을 강조했다.

그러고는 "'의회는 무엇을 해야 하나?' '누구를 위해 일하나?'라고 끊임없이 반문한다"고 했다. "답은 주민이다. 10년 전 의회기본조례를 만든 뜻이 그것이다." 그가 말한 즉답이었다.

토론에서 우카와 의장과 하시바 도시카츠 전 의장이 반복해 한 말이 또 있다. "의회를 바꾸니까 주민들이 바뀌었다.", "주민과 함께한다는 게 생각에만 그치지 않고 생활 속에서 실천된다.", "주민들과 만나면 쓴소리를 주로 듣는다. 사기가 떨어지지만 그 속에서 난관을 극복할 의지가 생긴다."

이들이 주민들과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만나는 게 가능한 이유가 있다. 10명의 의원 대부분이 농업(4)·자영업(4)이고 나머지가 회사원(1)·정당원(1) 등이다. 이들의 정견도 우리처럼 정당에 좌우되지 않는다. 무소속이 8명이고, 2명만 각각 공명당, 공산당 소속이다.

2시간 30분간 진행된 이날 토론회 결론 역시 '주민과 함께'였다. 심지어 정청 업무를 안내한 정청 경영기획과 미키 주사도 "주민 이야기를 자주 듣는 것! 그래서 의원들에게 잘 전달하는 것!"을 정청의 주요 업무로 소개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곳 의회의 한계도 지적됐다. 토론자 중 한 사람은 "의원들을 보좌할 의회 직원이 단 세 명뿐이다. 이 숫자로는 전문적 보좌가 어렵다"고 했다. 또 다른 토론자는 "주민들이 모이고 의원들에게 의사를 전달할 공간이 없는 건 문제다. 독립된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의 지적대로 현재 구리야마정 의회는 정청 청사 내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끝> 

오늘 이 기획을 마무리합니다. 제목대로 2012년 12월 현 홍준표 도지사 취임 이후 지방자치 부문 경남도정을 기록하려 했습니다만 많이 모자랐습니다. 하지만 6월 7일 자 '지방에 산다는 것'을 쓸 때에는 이 주제만으로 10편의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전문가들 의견과 책 속의 관념적 표현에 의존하던 기획은 7월 4일 자 '자치재정권'에 이르러 지방자치의 내밀한 현실에 접근하는 생동감을 얻었습니다. 8월 1일과 8일 자에서 박완수, 김두관 국회의원은 홍준표 도정의 채무제로 정책을 통박하면서 '재정'과 '개헌'이 진정한 지방자치의 길임을 전했습니다. 기획이 연재되는 동안 '경상남도지방분권협의회'가 출범했습니다. 2할 자치의 극복을 위해 이처럼 언제나 지방 사람들은 출발해야 합니다. 그간 도움 주신 전문가들과 공무원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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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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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실을 향해 뚜벅 뚜벅 걸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