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흐름 4배 느려져 '물 정체 없다' 사실과 달라…전문가 "세 가지 요인 복합적, 한 가지로 단언 못해"

'낙동강 녹조 원인' 논란은 그동안 계속 이어졌다. 최근 홍준표 지사 발언으로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실제 들여다보면 과학적인 입증이 쉽지 않다. 또한 특정 원인만 내세우는 게 무의미한 측면도 있다.

◇독성물질 걱정 없다? = 조류는 바다·강·호수·연못 같은 물에 사는 작은 생물로 식물플랑크톤에 해당한다. 이것이 떠다니며 대량 증식하면 적조·녹조 현상을 일으킨다. 민물에 자생하는 담수조류는 규조류·녹조류·남조류·기타로 분류된다. 낙동강 등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녹조(현상)'는 진한 녹색을 띠는 남조류가 과도하게 성장한 탓이다.

이러한 녹조는 냄새 물질과 독소를 품고 있다. 냄새 물질은 인체에 영향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것을 정화해 수돗물로 사용하면 맛을 떨어뜨리고 불쾌감을 일으킨다. 독성물질은 간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이 대표적인데 사람 몸으로 들어가면 구토·설사·고열·발진 등을 일으킨다. 또 다른 독성물질인 삭시토신(saxitoxin)은 신경독소로 감각·언어 기능을 떨어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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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준표 경남도지사(왼쪽)가 29일 낙동강 녹조현장을 방문해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경상남도청

이 때문에 먹는 물에 대한 걱정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 근거로 지난 2013~2015년 원수에서 검출된 독성물질(마이크로시스틴) 평균농도가 0.53㎍/L로 우리나라 기준치인 1.0㎍/L(10억분의 1)보다 낮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수를 정수처리 단계에서 99% 제거하기에 지금까지 국내 수돗물에서 독성물질이 검출된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학자들은 다른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낙동강 특정 구간에서는 독소가 기준치 200~400배 이상 나타나는데, 이를 100% 아닌 99%만 정수한다고 봤을 때 기준치보다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수·폐수, 높은 기온, 물 흐름 = 환경부가 2016년 5월 발간한 '녹조현상은 무엇인가'라는 자료에 따르면, 주원인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하수·폐수' '높은 기온' '물 정체'다.

생활하수·공장폐수·가축폐수와 같은 오염물질이 강에 흘러들면 질소·인 등 영향으로 영양물질이 풍부해진다. 조류는 이러한 영양물질을 이용해 대량 증식하게 된다.

또한 수온은 조류 성장을 최적화하는 요인이다. 특히 남조류는 20~30도 수온에서 가장 왕성하게 성장하고, 햇빛까지 많이 받으면 가속화된다. 녹조 현상이 여름철에 심해지는 이유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물 정체다. 일반적으로 생각해도 유속이 빠르면 물에 떠다니는 남조류가 쓸려내려 가기에 증식이 어렵다. 또한 물 흐름이 정체되면 위·아래쪽 물이 섞이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수면 온도가 더욱 올라가면서 녹조 성장 여건을 만든다. 이례적으로 기온이 높았던 올해는 수면보다 깊은 곳까지 녹조 범벅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 "복합적 측면에서 봐야" = '녹조 원인 공방'은 이 같은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주원인에 대한 차이다. 홍 지사는 '하수·폐수 탓', 시민단체는 '보 설치에 따른 물 정체'라는 주장이다.

홍 지사가 말한 '하수·폐수'를 들여다보면 이렇다. 환경부 '전국오염원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낙동강권역 폐수 하루 평균 방류량은 2008년 172만 6899㎥에서 2014년 187만 2214㎥로 늘었다. 4대 강 사업 전후로 비교해 보면 일정 부분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갈수록 폐수 처리가 엄격해지고, 생활하수 또한 정수 처리 후 방류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축산폐수에서는 가축 수를 참고할 수 있겠다. 낙동강 권역 가축 수는 2008년 3480만 마리에서 2014년 4704만 마리로 매우 증가했다. 가축 수가 많아지면 비 등에 유해 물질이 유입될 가능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도내 전체 가축분뇨배출시설 위반 사례도 해마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농민 고령화로 과거 축산폐수 처리의 사각지대였던 소규모 축산농가 수가 크게 줄어들어 오염 유발요인이 줄어든 측면도 있다. 홍 지사의 '생활하수·축산폐수 탓' 발언은 사실일 수도,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4대 강 보는 물 체류일수가 평균 7일에 불과하다"며 보 설치에 따른 물 정체가 원인이 아니라는 주장은 사실에서 벗어나 있다. 낙동강 상류에서 하류까지 물이 흐르는 데 걸리는 시간을 보면 그렇다. 4대 강 사업 전에는 18.35일이던 것이 사업 후 75.7일로 4배 가까이 길어졌다. 낙동강 전체적으로 물 흐름이 느려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박혜경 국립환경과학원 낙동강물환경연구소 연구관은 "녹조는 결코 한 가지 원인으로만 생길 수 없다. 단순히 질소·인이 많아졌다거나 체류 기간이 길어졌다고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에도 녹조 제어 특효약은 없고 보편적인 대책도 없다. 주변 특성에 대한 다각적 연구를 바탕으로 정치·경제·사회·기술적인 면 등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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