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 공통점 '막말·비리 혐의·버럭'…치욕의 역사는 유권자·정당 모두 책임

김맹곤 전 김해시장이 부정비리 혐의로 끝내 구속됐다. 비리혐의 수사를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주민소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 사람은 정치적 파탄이 났고 또 다른 한 사람은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김 전 시장의 비리로 김해시는 3명의 민선시장이 모두 부정·부패로 감방을 가는 치욕의 역사를 만들었다. 그런 시장을 뽑은 김해시민이 공동 책임을 느껴야 하겠지만 이보다 더 큰 책임은 정당에 있다. 정당이 그런 상습비리 혐의자에게 공천을 주고 주민의 선택권을 제한한 것은 정당정치의 실패다. 주민을 함부로 욕해서는 안 된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돈 공천·비밀공천이 빚은 결과가 비참하고 더러운 현실로 나타나는 것뿐이다.

재력가로 소문난 김 전 시장이 재임기간 김해 부봉지구 도시개발사업과 관련해 5000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시장은 또 제3자를 통해 거액의 특혜를 받도록 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받는 것으로 보도됐다.

재산이 많아도 부정한 돈을 업자로부터 받는 사람은 시장이 아니라 거지다. 70대의 나이에 감방을 드나드는 전직 시장은 본인에게도 수치지만 김해시와 김해시민의 자존심을 짓밟는 폭력이다.

그가 김해시장 선거과정에서 기자들에게 금품을 주고 부정한 방법으로 당선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1심 판결에서 '유죄 선고'가 내려졌을 때의 일이다.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후 지난해 2월 9일 '아침을 열며' 칼럼난을 통해 이런 주장을 한 적이 있다.

"김 시장은 '돈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받은 기자는 '받았다'고 처벌을 감수하며 일관되게 진술했다. 더구나 김 시장 비서도 '돈을 줬다'고 고백했다. 앞으로 대법원 판결을 가더라도 이런 사실관계가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선거법을 위반하며 부정하게 시장이 된 자에게 도지사가 '정치적 음모' 운운하는 것은 청렴 사회 구현에 역행하는 것이다."

대법원은 예상대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법률 적용 여부의 타당성 등을 확인하는 법률심이므로 사실관계 여부를 다투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은 그의 부정한 당선을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확인해줬다. 그런 그에게 이제부터 재임시절의 부정과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것이다.

전 김해시장의 부정한 당선과 부끄러운 중도하차. 다시 재임시절 비리로 감방으로 가는 70대 노인의 초라한 뒷모습을 보면서 "높은 지위는 훌륭한 사람을 더욱 빛나게 하고 졸렬한 인물은 더욱 조롱받게 만든다"는 격언이 생각난다. 돈으로 지위를 사려는 우매한 자들에 대해 이처럼 분명한 교훈을 주지만 겉모습의 화려함에 취해 대부분 자신의 본분을 잊어버린다.

시작도 과정도 결말도 모두 수치로 점철된 수준 이하의 시장을 격려하며 '대법원까지 가라'며 독려한 사람은 뜻밖에도 새누리당 홍 지사다. 더불어민주당 출신 김 전 시장을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고 해서 새누리당 당원들의 격렬한 항의를 받은 홍 지사는 '김해시 정치가 혼탁했기 때문'이라는 아리송한 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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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지사와 김 전 시장의 공통점은 최소한 세 가지다. 첫째 상대를 가리지 않고 막말을 함부로 한다는 점이다. 둘째 현재 부정·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겸손을 모르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버럭'부터 하는 비매너파라는 점이다.

자신을 비판하는 칼럼을 게재했다며 측근과 공무원을 동원하여 총장과 동료 교수들에게 협박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시장. 나에게 명예훼손 소송을 하겠다며 큰소리친 시장 측근들. 무엇이 진정으로 부끄러운 일인지 곰곰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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