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 넓지만 생활권 도시림 적은 창원시…공개했으니 녹색도시 자존심 회복 기대

'녹색도시' 창원에 감히 녹지 문제로 시비(?)를 걸 일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뜨거워진 창원 대책은?'이라는 기획을 준비한 계기도 최근 10년 동안 최고를 기록한 낮기온 하나뿐이었다.

도시 전체에 냉방장치를 할 수 없다면 기후 관리 시작은 녹지다. 그럼에도, 취재는 '녹지 현황은 괜찮을 텐데…'라는 전제를 깔고 시작했다. 녹지를 조성·관리할 조직 문제에 먼저 접근했던 이유다. 당장 창원시 녹지 담당 공무원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게 확인됐다. 조직 내 위상도 통합 이후 점점 축소됐다. 일단 인력과 조직 위상을 보강하지 않으면 녹색도시 자존심을 지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이어 녹지 관련 통계를 정리했다. 창원시 자존심을 치켜세울 수 있는 내용이라 생각했고 실제 그랬다. 계획도시 창원이 녹색도시를 내세울 수 있는 근거는 '1인당 공원 면적'이다. 예전부터 이 통계는 국내를 넘어 세계 유명 도시와 경쟁했고 그 성적은 여전했다. 산림 면적, 녹지 면적 등 관련 통계가 다른 지방자치단체를 앞섰다.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기반시설을 유난히 잘 갖춘 도시인 '우등생' 창원이 볼 때 녹지는 자신 있는 과목에 해당한다.

그런데 거슬리는(?) 뉴스가 하나 검색됐다. '울산, 1인당 생활권 도시림 면적 최고'라는 몇 년 전 보도였다. 17개 광역자치단체 통계를 비교한 내용인 만큼 창원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도시림? 도시 숲? 그래도 '녹지' 아닌가. 어디 울산 따위가 명함을 내미나 싶어 관련 자료를 뒤졌다. 늘 그렇지만 흔하디 흔한 각종 통계도 막상 필요한 내용을 찾으려 마음먹으면 아주 꼭꼭 모습을 감춘다. 제법 품을 들여 찾은 자료가 '전국 도시림 현황 통계'(2014년·산림청)이다.

광역시만 놓고 보자. 총 도시림 면적률 1위는 제주다. 하지만 생활권 도시림 면적률은 총 도시림 면적률 16위인 서울이 1위다. 두 가지 통계에서 눈에 띄는 성적을 보이지 못한 울산은 '1인당 생활권 도시림 면적'에서 1위를 기록한다. 인구가 많은 서울은 이 통계에서 다시 중위권으로 떨어진다.

아마 지금까지 제주는 '총 도시림 면적률', 서울은 '생활권 도시림 면적률', 울산은 '1인당 생활권 도시림 면적'을 집중적으로 홍보했을 것이다. 창원이 '1인당 공원면적'을 내세웠던 것처럼…. 이 바닥이 좀 그렇다.

창원은 '총 도시림 면적률'이 전국 평균을 웃돌았으나 '생활권 도시림 면적률'은 김해·진주에도 못 미쳤다. '1인당 생활권 도시림 면적'도 전국 평균에 못 미쳤다. 전교 1·2등을 다투는 우등생이 가장 자신 있는 과목 수학에서 유난히 집합 단원 성적만 평균 이하가 나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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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는 이 통계를 일부러 감추지 않았다. 취재 과정에서 창원시 산림녹지과는 요청 자료는 물론 요청하지 않은 자료와 내용도 제공했다. 결과적으로 상당한 오류를 줄일 수 있게 한 지원이었다. 통계를 잘못 해석할 수 있는 지점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3회에 걸친 기획을 마치면서 창원이 자존심 회복에 들일 비용이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으며, 행정이나 시민 처지에서 다행이라고 했다.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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