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여 명 뜻 모아 기자회견

창원시 진해구 용원에서 식육식당을 운영하는 정상규 씨는 STX조선해양이 휘청한 이후 매출이 반의반 토막이 났다며 한숨을 쉬었다. 정 씨는 "오후가 되면 거리에 쏟아졌던 작업복 차림의 노동자들이 STX 사태 이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며 "용원에서 요식업을 하는 사장들은 '이대로는 못살겠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고 했다.

같은 지역에서 논술학원을 운영하는 한선화 씨 역시 매출이 30%가량 줄었다. 한 씨는 "이미 많은 노동자가 회사를 떠나면서 용원지역은 공동화가 많이 진행됐고 그나마 남아 있는 주민들조차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해 아이들 학원비를 줄이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장천동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매출 감소보다 손님이기 전에 이웃인 주민들이 '월급이 안 나온다', '일감이 없다'며 고민을 토로하는 것이 더 힘들다고 했다. 석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상인은 "최근 진해에서 가장 번화가라고 할 수 있는 석동 골목에서 STX 작업복을 입은 노동자들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STX조선은 그동안 진해지역 경제의 커다란 축이었다. 이런 STX조선의 위기로 큰 타격을 입은 지역 중소 상인들이 STX조선 정상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힘내라 STX조선, 저희 매장은 STX조선 회생을 응원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든 상인들은 30일 오전 10시 30분 창원시청 프레스센터를 찾았다. 이들은 'STX조선해양 정상화를 위한 진해지역 중소상인 일동'으로 지역상인 170여 명을 대표해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상인들은 "현재 회생이냐 파산이냐 중대 기로에 서 있는 중요한 시기에 상인들이 나선 것은 진해 경제를 위해 STX조선이 반드시 정상화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들은 "STX조선 협력업체가 줄도산 나고 현장 노동자들이 희망퇴직 등으로 거리로 내몰릴 때 이번 사태를 일으킨 무능한 경영진과 채권단은 아무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장에 종사하는 노동자와 가족, 자녀가 소비를 통해 진해지역 경제의 축을 책임지고 있었다"며 "그러나 노동자들 수입이 급감하자 자녀 학원비와 식료품비가 줄어드는 등 경제활동 자체가 대단히 위축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회생 과정에서 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책임을 전가해 정리해고를 하면 지역경제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STX조선 정상화는 반드시 노동자 생존을 보장하는 조건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인들은 "이미 노동조합은 고용유지만 보장받는다면 순환 휴직 등 희생을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우리는 법원 판결로 STX조선이 회생하고 동시에 노동자 정리해고를 막아내 하루빨리 정상화할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참석한 고민철 금속노조 경남지부 STX조선해양지회장은 "지난해부터 인원이 빠지면서 상인들도 많은 고통을 받았을 것"이라며 "하루빨리 상인과 노동자들이 함께 정상화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STX조선은 2013년 자율협약 이후 두 차례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벌였다. 이때 정규직 42%인 1500여 명이 회사를 떠났다. 사측은 최근 740여 명 추가 감축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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