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소녀들의 눈물 '깔창 생리대'그 후] (2) 결국 정부 방관 속 독과점 문제

저소득층 소녀들의 '깔창 생리대' 사연이 알려진 후 지자체가 지원에 나서고 기업·개인의 생리대 기부가 늘었다. 더 이상 이런 문제가 생기면 안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3개월이 지나도록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다.

서울시·경기도 성남시·전북 전주시 등 9개 지자체는 저소득층 생리대 지원을 계속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승인만 기다리고 있다.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사회보장과 관련된 신규 사업은 단체장의 선심성 행정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액수와 상관없이 복지부와 협의하도록 돼 있다. 쉽게 말하면 지자체의 생리대 지원 사업은 사실상 복지부 합의나 승인 없이 할 수 없다. 복지부는 지자체에서 협의 신청이 들어온 지 60일 내 통보를 해야 하기 때문에 9월 초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창원시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복지부에 협의 신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창원시는 만 10~18세 국민 기초생활수급자를 대상으로 분기마다 1회 3만 원 상당의 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창원시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최근 〈경남도민일보〉와 통화에서 "많은 후원 물품이 들어왔다. 한 해 정도 버틸 수 있는 양이기 때문에 2차 추경 때도 예산편성은 따로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후원 물품이 떨어지면 사업 지속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곧 생리대 높은 가격 문제로 귀결된다. 지자체마다 다르긴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닌 한부모·조손·장애인 가정 등을 지원하지 않는 지자체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주 당연하게도 높은 생리대 가격은 모든 여성 그리고 가정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생리대 가격은 정찰가가 아닌 오픈프라이스로 결정된다. 제조업체가 제품에 권장소비자가를 표시하지 않고 유통업체가 최종 판매가격을 정한다.

지난 5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2010년부터 2016년 4월까지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를 분석한 결과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는 10.6% 오른 반면 생리대 가격은 25.6% 올랐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생리대 원재료인 펄프와 부직포의 수입 물가지수(2016년 4월 기준)는 2010년보다 각각 29.6%, 7.6%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지난 7월 12일 김승희 새누리당 의원이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생리대 시장은 유한킴벌리가 55%, LG유니참이 23%, 한국P&G가 15%를 차지하고 있다. 3개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전체의 93%에 이른다.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르면 '일정한 거래 분야에서 1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이 100분의 50 이상 또는 3 이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100분의 75 이상일 경우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한다'고 돼 있다.

김 의원은 유통업체 폭리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이 지난 6월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 계열 한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유한킴벌리 '좋은느낌 좋은순면 중형' 제품의 경우 편의점이 납품받는 가격이 2445원인 반면 판매가는 8900원으로 납품가 대비 판매가가 264%에 달했다.

제조업체의 독과점과 유통업체 폭리에 소비자는 비싸도 울며 겨자 먹기로 생리대를 구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 의원은 "정부가 (2004년) 부가가치세 면세품목으로 지정한 생리대는 소비자들에게는 아무런 혜택도 주지 못하고 있다. 제조업체가 설정한 높은 가격, 유통업체의 폭리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며, 이러한 상황에서 저소득층 청소년의 깔창 생리대 문제까지 발생했다"면서 "(가격) 관련 부처인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는 지금처럼 자기 일이 아니라고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경영 경남여성단체연합 회장은 "생리대·탐폰 외에 대안 생리용품이 유통되지 않는 시장도 문제다. 한 번 사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생리컵은 우리나라에서 유통조차 안 되는 실정"이라면서 "생리대와 관련한 대안 문화도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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