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대부분 명소 시찰 집중, 공무국외여행 심사도 '부실'

경남도의회가 상임위원회별로 일제히 공무국외연수에 나서자 일정이 외유성인 데다 심의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의회 6개 상임위는 29일부터 내달 11일 사이 길게는 8일, 짧게는 6일 일정으로 국외 선진 행정 사례 벤치마킹에 나섰다. 방문국은 중국(기획행정·농해양수산·건설소방)과 대만(문화복지), 러시아(교육), 호주·뉴질랜드(경제환경) 등이다. 한데 일정을 보면 외유성이라고 볼 만한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기획행정위는 1∼6일 상하이 임시정부 기념관, 장쑤성 우시(무석)시 태호, 영산대불, 삼청산, 안후이성 황산·굉촌, 주가각, 동방명주탑을 방문한다. 태호는 중국 3대 담수호이고, 삼청산과 황산·굉촌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다. 실질적 현장 방문은 1일 상하이도시계획관과 2일 중국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방문에 불과하다.

농해양수산위는 30∼3일 청두(청도)시 구채구 무후사, 유비묘, 금비거리, 수정구, 측사왁구, 일측구 탐방 일정을 잡았다. 천주사, 황룡사 탐방, 낙산대불도 관람한다. 위원회 업무와 관계된 일정은 30일 청두시 농업테마공원 탐방, 2일 코트라 청두무역관 방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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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도의회 본회의 모습./경남도민일보DB

건설소방위는 31∼5일 윈난성 쿤밍(곤명) 내 중전, 여강 등에 머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여강 고성(古城)과 옥룡설산 등을 탐방한다. 이 사이 쿤밍 정무센터와 소방지소, 여강수원관리현장, 윈난성 공안소방중대 등을 방문해 고건축물이 많은 이 지역 치안과 화재, 방재시스템을 살펴본다. 이 지역은 중국 내 소수민족인 나시족이 건설한 곳이다.

문화복지위는 31∼5일 대만 국립중정기념당, 국립고궁박물관, 가오슝 불광산 용호탑, 좌영춘추각 등을 탐방한다. 화련 내 소수 원주민 민속문화 보존 사례도 시찰한다. 국립야류해상공원도 둘러본다. 이곳은 <비정성시>, <온에어> 등 영화 촬영지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관광상품화 사례를 연구한다는 계획이다.

그나마 교육위와 경제환경위가 연수 목적에 충실해 보인다.

교육위는 4∼11일 일정 대부분을 상트페테르부르크, 모스크바 내 교육기관과 시의회 방문으로 짰다. 일정 중 박물관, 미술관 방문도 있지만 공무적 성격 방문에 비하면 적은 수준이다.

경제환경위는 31∼6일 일정 대부분을 개발사업 현장 방문으로 잡았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도청 방문을 시작으로 해안·항만시설 개발 지역을 둘러본다. 로토루아 시의회 경제상임위원회 위원도 만난다. 호주 시드니에서는 도시계획관을 만나 시 현황을 듣고, 도심 공원인 바랑가루 개발 현장, 컨벤션센터 등을 둘러본다.

해마다 지방의회 의원 외유성 국외연수와 관련해 국민적인 불만이 비등하지만 전혀 달라지는 게 없다.

한 도의원은 이에 "국외 연수에 의원 1인당 지원비가 200만 원에서 250만 원에 불과해 가까운 중국 등지 외에는 가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면서 "여행사가 이 돈으로 일정을 맞추다 보면 공무적 관점에는 소홀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경제환경위는 개인당 40만 원 경비를 별도로 부담해 일정을 짜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외유성 국외 연수가 허술한 도의회 공무국외여행심사에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남도의회 의원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회는 총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의회운영위원장, 농해양위 부위원장, 경제환경위 부위원장, 건설소방위 부위원장 등 의원이 4명 포함돼 있다.

조유묵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이를 두고 “셀프 심사”라고 꼬집었다.

이에 더해 최상한 경상대 교수는 “이들 의원 외에 대학교수 2인과 시민사회단체 대표 3인이 포함되는데 이들 단체는 관변적 성격이 강해 제대로 감시·견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 탓에 지방의회 의원의 국외여행은 타당성을 전혀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유묵 처장은 “시민단체 차원에서 의원이 작성하는 연수 보고서 내용을 샅샅이 훑은 다음 정보공개 청구 등으로 방문지에서 무엇을 배워왔는지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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