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복원, 일본 민관협력에서 배우다] (3) 황새 터전 돌려주니 '교육·관광·먹거리'안겨줘

◇아이들이 건강한 생각과 행동을 한다

도요오카 황새 복원 현장과 오키나와 얀바루 숲의 뜸부기 복원 현장을 다녀왔다. 오키나와 최북단 얀바루 숲은 동양의 갈라파고스라 불리는 곳이다. 따오기와 황새 복원지역은 각각 5차례 이상 다녀왔지만, 뜸부기 복원지역은 이번이 처음이라서 관심이 많았다. 한편 도요오카 방문은 한·일 환경교육 어린이 교류 차원에서 이루어진 일이라 김해 화포천에 머물다 간 도요오카 황새(일명 봉순이)와의 인연으로 이루어진 교류여서 도요오카 공무원과 지역 주민의 관심과 배려가 깊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도요오카 나카가이 시장이 황새공원을 찾은 한국 어린이에게 일본 초등학생이 시장실로 찾아와서 나눈 이야기였다.

평소 도요오카시가 황새 복원지역의 14개 초등학교 아이들이 먹는 급식으로 '황새를 기르는 무농약' 쌀을 지원해 왔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쌀을 먹어 왔던 초등학생이 황새를 기르는 쌀을 당시 지진(동일본 지진)으로 고통받던 곳의 초등학교에 보내면 어떠냐고 제안하러 시장실을 찾아왔다는 것이다.

시장은 참 좋은 제안이라고 대답하고, 운송비는 학생들이 해결하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집에 돌아가서 부모님에게 "시장님은 구두쇠야"라고 하면서도, 운송비를 마련하고자 거리 모금활동을 한 행동을 소개하자, 참가한 한국의 아이들이 큰 박수를 치면서 큰 감동을 받는 표정이었다. 실제로 황새 복원 마을의 '다지마 농산물직판장'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과 공산품이 한곳에 모인 곳이다.

체험 관찰 후 생물들을 살려주는 교육./이인식

쌀을 비롯해 과일·채소 등 다지마에서 생산된 모든 유기농 농산물이 집결되며, 생산자가 값을 직접 정하고 파는 직영판매를 위주로 한다. 그리고 신뢰와 책임을 지고자 모든 물품에는 생산자의 이름이 적혀 있다. 이렇게 황새 복원을 통한 지역 경제를 살리고자 지역농산물의 가치를 높이고, 술 등 가공식품의 질을 높여 일본 국내에서 높은 가격의 소비뿐만 아니라, 평일 평균 4000명이 다녀가는 생태관광지가 된 곳이다.

◇지역경제를 살리는 멸종위기종 복원사업

우포늪과 순천만 보전 과정에서도 지역 주민이 환경보전으로 주변 개발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반대했듯이, 도요오카도 처음에는 토지이용 문제로 행정과 지역 주민 간에 갈등도 많았지만 사업이 성공한 지금은 시와 환경보호단체가 협력해 환경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지역경제의 밑거름이 된다는 성공 사례를 통해 주민 모두가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다.

도요오카의 지금 중요한 민관 협력사업은 자연을 잘 보전한 지역에 내국인과 외국인을 유치해 황새가 살아가는 습지와 숲 등에서 마을 주민이 나서서 환경교육을 체계적으로 하고 있다. 이런 일에는 환경과 지역경제를 동시에 살리기 위한 기초 조사·관광 홍보 등의 역할 분담을 통해 먼저, 공무원이 지역전문가가 되어 헌신적으로 주민활동을 지원하는 새로운 모습이었다.

덧붙여 지역을 방문할 때마다, 지역의 노인이 황새가 사는 마을이라며 자랑하면서, 아이들의 선생이 되어 배움을 나누는 모습이 일상화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을의 논 습지가 체험장이 되고, 주민이 아이들과 생태관찰을 하면서 자연 회복으로 사라진 황새가 돌아온 이야기를 나누며, 밥도 같이 먹고 잠자리도 마련해주며 마을이 살아나고 있었다.

황새 인공 둥지를 마을 논 가운데 세운 모습./이인식

◇오키나와 얀바루 숲은 뜸부기 복원지역

우리나라 동요에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따옥 따옥 따옥소리 처량한 소리"가 나오는 것을 보아서는 과거에는 우리 주변에 너무 흔했던 뜸부기와 따오기인데, 이번 일본의 따오기와 황새, 뜸부기 복원 현장을 다녀오면서 이제 우리나라도 멸종 위기에 처한 따오기와 황새는 복원 중이고, 뜸부기를 비롯한 멸종위기종에 대한 다양한 복원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특히 뜸부기가 얀바루 원시 숲에 외래종으로 들어온 몽구스라는 상위 포식자 때문에 개체수가 위협을 받게 되자, 울타리까지 쳐서 이들을 관찰하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보호하는 노력을 보면서, 향후 따오기의 야생 방사 과정에서도 우포늪의 천적에 관한 연구와 이에 대처할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보호센터 내의 환경교육을 위한 어린이 전문 자연도서관과 주변의 원시림이 잘 어울리는 건축물도 좋았다. 3주에 걸친 멸종위기종 복원 과정과 다양한 습지의 보호정책을 보면서, 황새든 따오기든 환경오염이 되기 전에는 동북아시아의 모든 나라에 살고 있던 생물이었다.

◇멸종위기종 복원은 동북아가 협력하는 일

황새와 따오기는 본래 러시아-몽골-중국-한반도-일본 등을 자유롭게 오가며 살아가던 철새로, 일부가 나라마다 텃새가 되어 살아갔지만, 대부분은 계절에 따라 자유롭게 이동하던 야생동물이었다. 황새도 복원센터에서 나가 야생에서 둥지를 튼 어미가 낳은 새끼는 사람에 의해 길들지 않은 황새여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유전인자를 가진 셈이다.

이미, 일본에서도 500㎞나 떨어진 가부쿠리 늪으로 이동한 일도 있다. 그래서 특정지역에서 사라진 종을 복원하기 위한 노력 과정을 민관이 공유하면서, 지역의 농축산 등의 산업적 측면에서 브랜드로 활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황새 브랜드를 활용해 만든 마을 농산물과 공산품 판매장./이인식

기본적으로 황새와 따오기 등의 복원을 통해 논 생태계의 환경 복원, 친환경농업과 생태관광의 활성화, 친환경 이미지 홍보 등의 환경·경제·사회적 부가가치 창출 효과를 통해 멸종위기종과 공생할 수 있는 다양한 가치창출의 매개체라는 주민의 인식을 높여 가야 한다.

멸종된 생물을 복원하는 과정과 그들을 야생으로 되돌렸을 때, 처음에는 쉽게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는 않지만, 도요오카 황새가 김해 화포천 습지에 나타난 것처럼 궁극적으로는 이런 멸종위기종이 동북아시아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여러 나라가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사라진 종을 되살리는 작업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결국, 멸종위기종 복원은 과거 생태환경을 되살려 자연과 사람의 공생을 통해서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업도 전통지식을 활용하여 GMO 같은 유전자 조작식품에 의존하지 않는 삶의 방식도 포함되는 것이다. 당장 내년에 우포늪에서 야생 방사할 따오기도 이런 관점에서 중장기적 대책 마련에 정부와 지자체, 민·관·산·학의 힘이 모이기를 기대한다. 〈끝〉

/글·사진 이인식(우포자연학교장)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