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광주 전남 근현대 미술여행…남종화 대가 제자 키우며 5대 화맥·예향 기틀 마련

'예향'이라 불리는 광주·전남.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광주, 진도 등의 미술관을 찾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 광주지사가 진행한 '예향 광주 전남 근현대 미술여행' 교육에 참여했다. 현대미술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펼쳐지는 현 시점에서 과거 미술의 뿌리를 찾고자 했다. 광주·전남은 소치 허련을 중심으로 한 남종화의 맥을 이어왔고, 경남을 비롯해 전국적으로도 영향을 미쳤다. 광주·전남의 주요 화맥을 찾았다.

◇5대를 이은 화맥 '운림산방' = 조선시대 추사 김정희의 제자인 진도 출신 문인화가 소치 허련(1808~1893). 전남 지역 미술계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인물이다. 허련은 남종화(남화)를 본격화한 인물로, 선비들의 정신세계를 글과 그림으로 남겼다.

허상무 전남문화관광해설사가 소치기념관에서 허림의 '조'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허련은 49살에 스승 추사 김정희가 세상을 떠난 후 진도로 돌아와서 제자들을 가르쳤다. 운림산방(雲林山房)은 그가 머물며 지내던 화실의 당호다. 이곳에서 200여 년간 5대의 화맥이 이어졌다. 2대인 미산 허영, 3대인 허림, 남농 허건, 4대인 허문, 5대인 허진 등이 허련의 대를 이어 그림을 그렸다.

전남 진도군 의신면 사천리 쌍계사 인근에 있는 운림산방 옆에는 소치기념관을 두고, 허련의 작품과 그의 후대들이 그린 작품을 동시에 전시하고 있다. 후손 중 한 명인 허상무 씨가 전남문화관광해설사로 허련이 지내던 공간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운림산방 전경.

운림산방은 1982년 소치의 손자 남농 허건(1908-1987)이 복원해 국가에 기증했고, 2011년 8월 국가지정 명승 제80호로 지정됐다. 현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다.

경남 김해에서도 운림산방처럼 추사 김정희의 제자인 차산 배전, 아석 김종대, 수암 안병목, 운정 류필현 등으로 이어진 문인화맥이 있지만, 널리 알려지진 않았다.

운림산방에 들기 전에 진도군 시설관리사업소가 운영하는 남도전통미술관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소장품 '청색시대'전과 진도 출신 곽남배 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소치기념관.

◇의재 허백련과 노산 이은상 = 소치 허련을 계승한 의재 허백련과 남농 허건이 각각 광주와 목포에서 활동했는데, 의재미술관에서 의재 허백련의 작품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광주 동구 무등산 증심사 계곡에 있는 의재미술관은 허백련(1891~1977)을 기리고자 재단법인 의재문화재단이 중심이 돼 지난 2001년 지었다. 이 사립미술관은 건축가 조성룡과 한국예술종합학교 김종규 교수가 공동으로 설계한 곳으로, 무등산과 미술관이 한데 어우러질 수 있게 했다. 병풍 그림을 보고, 병풍 같은 투명창으로 밖 풍경을 바라보면 이 역시 그림이 되는 듯하다.

허백련은 진도 출신으로, 소치 허련의 고손자뻘인 후손이다. 남종화의 마지막 대가로, 초창기에는 중국풍의 수묵화를 그리다 차츰 창의적인 수묵화를 그렸다.

그는 미술뿐만 아니라 광주농업고등기술학교를 설립해 애천(愛天), 애가(愛家), 애토(愛土) 등 삼애사상을 전파하고 농업 부흥 운동을 꾀했다. 차 문화 보급에도 앞장섰다. 후진 양성을 목적으로 연진회도 결성했다.

미술관 인근에는 그가 40년간 지내면서 화실로 쓴 춘설헌, 교류의 장소인 관풍대 등도 남아 있다.

의재 허백련이 머문 '춘설헌' 모습.

허백련은 마산 출신 노산 이은상(1903-1982)과도 교류했었다. 이은상은 허백련이 타계하자 1977년 허백련을 위한 비문을 적기도 했다. "(전략) 한평생 산수를 그리고 산수 속에 누우신이여 남화의 대종 그 이름 길이 가시오리다. 참 인간 이상세계를 화도 속에서 구하신 이여 연진회 문인 동지들 그 뜻 대대로 전하오리다. 무등산 시냇물 따라 춘설차 떨기에 봄이 오면 새잎 따 돌솥에 끓여 님의 제상에 바치오리라."

현재 이곳은 허백련의 손자인 허달재 작가가 관장을 맡고 있다.

◇김환기·천경자 등으로 이어진 화단 = 의재 허백련 등 광주·전남 미술은 근대화, 서구화로 서양화 화단도 형성됐다. 일본 유학을 다녀온 오지호(1905~1982) 작가가 대표적 서양화가다.

이번 교육을 언론재단 측과 함께 기획한 최민석 <무등일보> 문화체육부장은 "<일제강점기 광주 전남 서화가들>이라는 책 등을 참고해서 보면 일제강점기 광주 전남 지역 미술계는 전통회화의 허백련, 허건, 항일지사들, 그리고 일본 유학을 통한 신진작가들이 등장해 활동했다. 이들은 지역 문화계 활성화와 동시에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서 광주 전남을 주요 거점으로 부상시켰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에서 전남 출신의 김환기, 천경자 등이 배출됐다는 것이다.

박상호 조선대 미술대학장은 '광주 전남 근현대 미술'이라는 제목의 강의에서 "광주 전남은 오지호, 김환기, 김보현, 윤재우 작가 등이 서양화 1세대로 활동했다"며 "현재 광주에는 이이남 등의 미디어아트 작가들이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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