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싸움에서 자신 이겨낸 스포츠맨십…번영·평화 위해 진정한 승부사 많아야

흔히 사람들은 상대를 이기는 것으로 승부를 삼지만 그것은 진정한 승부사의 세계가 아니다. 진정한 승부사는 나를 이김으로써 세상을 이기는 것이다. 이런 승부는 늘 우리에게 깊은 감명을 준다.

이번 리우올림픽 펜싱의 박상영 선수는 다섯 점이나 뒤지고 한 점만 더 내주면 패색이 짙은 경기에서도 혼자 주문처럼 중얼거렸다. 아부라카다부라!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끝까지 집중력을 놓지 않고 사력을 다한 그는 마침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이어서만이 감동이 아니라 자신과 극한의 싸움에서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이긴 결과라서 감동이 짙게 밀려온다.

꼭 금메달이 아니어도 좋다. 체조의 손연재는 4위에 그쳤다. 그는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정말 자신과 싸움이었다. 어제 예선에서 실수한 부분을 오늘 완벽하게 해내서 아주 만족한다"면서 "제가 자신에게 점수를 준다면 100점을 주고 싶다. 제가 주는 점수니까"라고 말하며 해맑게 웃었다. 그는 메달은 없었지만 승부를 즐길 줄 아는 아름다운 승부사였다.

최상의 승리는 실력에 있고 실력은 곧 진실한 노력에 있다. 대한민국에 마지막 금메달을 선사했던 골프의 박인비 이야기는 그런 감동이 있다. 그는 올림픽을 두 달 앞두고 손가락 부상에다가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출전 자체가 불투명했다. 그러나 그는 세상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벗어나 자신에게 침잠했다. 마치 도를 구하는 수도자들이 그러하듯 도를 가슴에 품고 잠거(潛居)해서 자신을 평정해냈다. 다시 그라운드에 나타난 박인비는 그 실력이 출중했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는 악천후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마치 돌부처와 같았다. 세상이 어떻든 환경이 어떻든 뚜벅뚜벅 제 갈 길만 가는 모습이 소름이 끼칠 만큼 감동적이었다. 마침내 그는 세계 4대 메이저 리그에다가 115년 만에 부활한 올림픽 우승까지 합쳐 세계 최초의 골든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명예로운 승자가 되었다.

메달과는 무관하게 세계를 감동시킨 선수도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승리나 메달이나 기록 경신보다 더 값진 것이 스포츠맨십'이라며 올림픽 육상 경기 중에 뒤엉켜 넘어진 선수를 일으켜세워 서로 도와가며 완주한 미국의 애비 디아고스티노와 뉴질랜드의 니키 햄블린에게 페어플레이상을 증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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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쟁삼매(無諍三昧)라는 말이 있다. 진정한 승부는 승부심을 초월할 때라는 말이다. 인자무적(仁者無敵)이라는 말도 있다. 성현의 마음 가운데에는 적이 없다. 우리는 보통 상대를 이김으로써 승리를 삼으려 하지만 성현은 마음 가운데 상대의 그림자까지 두지 아니하고 상대의 모든 것을 포용함으로써 최후의 승리를 삼는다. 그러므로 중생의 세계는 그릇이 작고 성현의 세상은 국한이 없다. 석가나 예수나 공자 같은 성인을 세상이 섬기는 이유다. 빈 수레일수록 소리가 요란하듯 세상이 시끄럽고 나라가 편안하지 못한 것은 세상 사람들이 승부의 도에 미숙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진정한 번영과 평화를 위해서 박상용, 손연재, 박인비 선수 같은 승부사들이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 등 각 분야에 두루 포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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