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어민·농민·주부, 자치단체장에 보 수문개방 촉구

고기가 사라져서, 농사가 되지 않아서, 먹는 물이 걱정돼서….

낙동강이 죽어가자 저마다 처지가 다른 어민·농민·주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낙동강 물을 흐르게 해 달라는 간곡한 마음을 드러냈다.

낙동강네트워크와 농·어민, 주부들은 25일 오후 2시 경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 수계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낙동강 보 수문개방을 선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먼저 김해 어민 한희섭 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낙동강 하류에서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이들이 488명이다. 고기가 없을뿐더러 그나마 잡은 것도 녹조 독성 때문에 먹으려 하지를 않는다. 하루하루가 고통이다."

강 바깥 사정도 마찬가지다. 경북 고령 농민 박상수 씨가 멀리서 발걸음했다.

낙동강네트워크와 농·어민, 주부들이 25일 오후 2시 경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 보 수문개방을 촉구했다. 이날 오전 김해 대동선착장에서 떠온 낙동강 물을 그릇에 따라내자 역한 냄새가 진동했다. /남석형 기자

"지난 5년 동안 수박 농사를 포기했다. 합천보 상류 고령군 우곡리 들에서는 25㎝만 땅을 파도 물이 올라온다. 이 때문에 수박 뿌리가 썩고 익기도 전에 떨어져 버린다."

두 아이 엄마라고 밝힌 참석자는 먹는 물 걱정에 이렇게 나섰다.

"자치단체에 민원을 넣으니 괜찮다는 말만 하더라. 아무리 정수한다고 하더라도 똥물을 어떻게 먹을 수 있나. 더는 저 물로 아이들을 씻기고 먹일 수는 없다."

이들은 단기적 보 수문을 개방하고 장기적으로는 보 자체를 없애 물이 흐르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낙동강을 끼고 있는 도지사·시장들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이 경남도청 앞에서 열린 이유기도 하다.

낙동강 녹조는 줄어들기는커녕 확산하고 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난 23일 오후 7시를 기준으로 낙동강 창녕·함안 지점 조류경보 단계를 '관심'에서 '경계'로 상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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