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불황에 고수온까지…" 추석 대목 타격 우려
언론보도에 민감 "치사율 아주 낮은데 공포감 키워"

15년 만에 국내에서 발생한 콜레라 환자 두 명 중 한 명이 거제시민이고 첫 번째 환자가 거제와 통영을 다녀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제·통영지역 횟집과 어류 양식업계 관계자들이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조선업 불황 속에 그나마 거제를 지탱하는 게 바다산업인데 콜레라가 웬 말이요."

평소 다니던 교회 교인이 연안에서 잡은 삼치 회를 먹은 거제지역 노인이 콜레라에 감염됐다는 사실에 지역 업계 분위기가 깊이 가라앉았다. 소비자들이 거제산 어류 섭취를 삼갈 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지역 내 양식업자 김모(55)씨는 "불볕더위에 따른 어류폐사도 감당키 어려운데 그나마 살린 고기도 콜레라 때문에 판로가 막히면 도산밖에 더 있겠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양식업자 박모(59)씨는 "언론에서 콜레라 감염에 관한 보도는 극성을 부리면서 치사율이 0%에 가깝다는 사실은 왜 보도를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당국도 콜레라 감염자의 완치율을 홍보해서 지역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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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레라 자료사진./연합뉴스

거제시 고현동 바닷가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한 횟집 주인은 "뉴스를 통해 콜레라 발병소식을 알게 된 지인들이 영업에 지장이 있으면 어찌하느냐며 묻는 전화를 수십 통이나 받았다"며 "곧 추석이 다가오는데 명절을 어찌 쇨지 막막하다"고 하소연 했다.

이에 대해 거제시 관계자는 "지역에서 콜레라 환자가 발생했지만 완치됐고 밝혀진 환자가 한 명뿐이라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지역 횟집과 양식업에는 큰 영향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우려했다.

거제시에 국내 두 번째 콜레라 환자가 발생하면서 국내 최대 횟감 생산·유통지인 인근 통영시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통영 어민들과 횟집 종사자들이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고 있는 가운데, 정확한 원인 규명이 먼저이고 지역을 자꾸 들먹이는 언론 보도 형태를 무엇보다 걱정하고 있다.

통영 수협 김덕철 조합장은 "어민들은 대목인 추석인 앞두고 고수온에 이어 콜레라를 맞았다"고 우려했다. 그는 "농어회를 먹고 콜레라에 걸린 것처럼 보도를 하는데 첫 환자가 먹은 고기가 '농어'인지 '적농어'인지 정확하지도 않다. 적농어라면 80~90%는 중국이나 일본에서 수입하는 것이다. 정확한 원인 규명부터 하고 지역을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렇게 되면 회를 먹는 것 자체만으로 탈이 난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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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항 전경./경남도민일보DB

통영시 한 횟집 이모(51) 사장은 "매스컴이 무섭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인근 횟집은 오늘 개시도 못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손님이 확 줄어버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조심한다고 지나치게 많이 움츠린다. 정확한 원인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영 회 초장집 김모(44) 사장은 "콜레라가 오기 전인 올봄부터 매출이 확연히 줄었고 콜레라 이후에는 더 줄었다. 중앙시장으로 오는 사람 중 관광객이 90% 이상이다. 우리 집은 중앙시장 입구이기 때문에 좀 낫다. 하지만 콜레라 이후 매장에서 시장을 내려다보면 썰렁하다. 회를 파는 상인들도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다. 콜레라와 연관해 정확한 근거 없이 통영 지명을 거론하는 식의 보도는 안 된다. 앞으로 한 달 이상은 엄청나게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통영 충무김밥집 모 사장은 "휴가철이 지나서 매출이 줄어드는 것은 있지만 콜레라로 말미암은 걱정은 크게 없다. 다만 관광객이 줄면 충무김밥도 영향을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통영시민 김민지(37) 씨는 "며칠 전 서울 사는 언니와 창원사는 동생네가 와서 회를 먹었다. 아침에 전화가 와 괜찮을지 걱정을 하기에 나도 걱정했다. 다행히 아는 분이 의사여서 콜레라를 예방할 만큼 한국은 상하수도 시설이 잘 돼 있고 감염 우려도 적다며 안심시켜줬다. 회를 먹고 콜레라에 걸릴 확률이 낮다고 들었다. 나같이 걱정하는 시민들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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