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혈당조절 자칫 저혈당 위험…운동·운전 전 혈당체크로 사고 대비

지난해 창원의 30대 버스 운전자가 중앙선을 침범해 정차된 트럭과 충돌해 트럭 운전자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또 올해 초 서울의 한 택시 기사는 10분간 세 차례나 교통사고를 냈다. 두 사고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두 운전자 모두 당뇨병 환자였고 사고 당시 저혈당 상태였다는 것이다.

당뇨병은 혈당이 상승하는 질병이다. 고혈당은 신경과 혈관을 손상시켜 심장이나 뇌혈관 질환, 콩팥 질환, 실명, 당뇨 발 등 다양한 합병증을 초래하므로 철저한 혈당 조절로 이를 예방하는 것이 현대 당뇨병의 치료 목표이다. 당뇨병 환자의 높아진 혈당을 낮추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지만 아이러니하게 저혈당 또한 위험하다. 혈당 조절을 엄격하게 할수록 저혈당 위험은 높아진다.

저혈당은 혈당이 70mg/dl 이하로 떨어지는 상태이다. 가벼운 정도에서는 불안감, 두근거림, 식은땀 등의 증상, 50mg/dl 이하에서는 시력장애, 인지기능 장애, 이상행동을 보일 수 있다. 30mg/dl 이하의 심한 저혈당에서는 의식소실이나 경련이 발생할 수 있고 저혈당이 지속되면 영구적인 신경학적 손상이나 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저혈당을 자주 경험하면 뇌손상에 의한 인지기능 장애(기억력 저하, 치매)와 사망의 위험이 증가한다.

저혈당은 주로 언제 생길까? 가장 흔한 원인은 식사량이 적었거나, 식사를 늦게 하거나 혹은 거르는 경우이다. 또 운동량이 지나치게 많은 경우, 당뇨병 약물이나 인슐린 용량이 많은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당뇨병을 앓은 지 오래된 환자, 간이나 콩팥, 심장 기능이 나쁜 환자는 저혈당에 더욱 취약하다. 저혈당이 의심되는 경우 가능한 한 혈당을 측정해 확인해야 한다. 유사한 증상이 다른 원인에 의해서도 발생 가능하기 때문이다.

저혈당이 확인되면 의식이 있는 경우 빠르게 혈당을 상승시킬 수 있는 음식들(사탕 3~4개, 콜라나 사이다, 주스 1/2컵, 요구르트 1개 등)을 섭취한다. 의식이 없다면 억지로 먹이지 말고 병원으로 이송해 치료해야 한다.

최선의 치료법은 저혈당을 예방하는 것이다.

혈당 측정과 규칙적인 식사는 필수적이다. 등산 같은 장시간의 운동 시에는 적절한 간식을 섭취하도록 하고, 운전 중 저혈당은 사고 위험과도 직결되므로 운동이나 운전 전에 혈당을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끔 혈당을 측정하지 않아도 증상을 알 수 있다고 믿는 환자도 있는데 저혈당이 자주 발생하거나 자율신경계 합병증이 동반된 경우에 '저혈당 무감지증'으로 증상을 느끼지 못하다가 심한 저혈당으로 진행해 의식을 잃을 수 있으므로 과신해서는 안 된다.

저혈당이 위험하다고 해서 혈당 조절을 등한시해서도 안 된다.

최근에는 일률적이 아닌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맞는 혈당 조절을 중요시한다.

주치의와 상의해 자신의 상태에 맞는 혈당 조절 목표를 정하고 식사요법과 운동, 약물 요법으로 치료의 균형을 잘 유지하면 충분한 혈당 조절과 함께 저혈당도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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