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복원, 일본 민관협력에서 배우다] (2) 일본의 람사르습지 '오제국립공원'

따오기섬인 사도시를 출발하여 니이가타 항구에 도착하여 곧바로 후쿠시마가타습지로 향했다.

니가타시에는 도야노가타 후쿠시마가타, 사카타 우와세키가타 등 모두 15개의 석호(가타)가 있어 따오기섬을 다녀올 때는 필수적으로 이곳을 둘러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가타 즉 석호는 사구(砂丘)나 모래 등에 의하여 바다와 분리되면서 형성된 호수나 습지, 늪 등을 말한다. 이곳은 2008년 가시연꽃(옴니버스) 동북아지역 국제행사를 개최했던 지역이기도 하다.

여름철에는 일본 최북단 가시연꽃의 자생지로서 여름철에는 가시연으로, 겨울철에는 5000 마리의 큰기러기가 월동하는 일본 최대 큰기러기 서식지이기도 하다.

후쿠시마가타습지.

어쩌면 우포늪이 가시연과 큰기러기 서식지로 알려진 것과 비슷하다. 서식조건으로 말하면 국제적인 보호종인 큰부리큰기러기가 많이 오는 우포늪이 더 많이 보호프로그램과 서식지 보전을 위해 애써야 할 곳이다.

이곳 후쿠시마가타 습지에서 사계절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우리나라 관련기관들이 많이 보고 배웠으면 한다.

겨울철인 12월부터 2월까지는 큰기러기 관찰회가 매주 토요일에 진행되며, 특히 가시연과 큰기러기의 특성에 관한 자료는 특별하다. 그 외에도 연중 다양한 새 관찰회가 열린다. 이런 프로그램에 대한 공부와 실천은 배울만한 곳이다. 오전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고 오랜 시간을 달려 일본인들이 꼭 가보고 싶어 하는 오제국립공원(오제습지)으로 향했다.

오제습지에서 처음 공식 발견되어 '오제'라는 학명이 붙은 남개연.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왜 설치합니까?" = 오제습지는 일본의 대표적인 산지습지로 해발 2400m 정상아래 위치한 초원습지로 매년 5월이 되어야 문을 열고, 10월 말이면 눈 때문에 폐쇄되는 곳이다.

이곳도 한때 '히라노조조'와 그의 아들이 수력발전소를 만들겠다는 정부 방침에 극렬히 반대하여 살아남은 곳이다. 그래서 일본 습지운동의 성지인 셈이다.

5월에 문이 열리면 초원습지에 새하얀 미스바쇼 꽃으로 마치, 천상에 백의를 입은 천사들 모습처럼 꿈의 공간이 되어 일본인들이 꼭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다.

나는 10년 전 이곳을 다녀가면서 언젠가는 다시 오리라고 생각했는데, 로마분수에 동전을 던지면 다시 온다는 믿음처럼, 이곳 출입구 연못에 던진 동전 탓인지 한여름 장맛비 속에 짙은 구름 따라 산허리를 들어내는 아름다운 경관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오제습지는 늘 많은 노인과 아이들이 함께 좁은 목도를 따라 서로 양보하면서 오가며 물소리, 섬 휘파람새 소리 등을 들으며 유쾌하게 걷는다.

마침 안내를 환경성 산하 국립공원관리 담당자와 오제습지재단 관계자가 맡았다. 이곳은 자연을 잘 보전하면서도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여러 가지로 배려한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훼손되지 않도록 출입구에서 신발에 묻은 흙을 제거하는 일부터, 탐방로를 방부목이 아닌 일반 목제로 만들어 수시로 보완하는 수고를 들이는 것과 방문자교육, 관찰기록, 보행방법 등 세세한 것까지 애쓰는 모습이 정부와 지원조직들이 할 일이라는 생각이다. 국립공원 지정해 놓고 관리와 교육, 둘레길 설치 등 현명한 이용에 대한 고민보다, 케이블카 설치로 돈 벌기에 나서도록 부추기는 우리 정부와 지자체의 행태가 부끄럽다.

후쿠시마가타 습지센터 복도에 전시된 가시연꽃 성장과정.

이곳에서 처음 만난 국립공원담당자에게 먼저 말을 붙였다. 혹시 오제습지 등 일본국립공원에 케이블카 설치계획이 있을까? 관계자들에게 오제습지 케이블카 설치하자는 요구는 없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단호했다. 그런 요구도 없지만, 굳이 국립공원을 지정한 곳에 왜 설치하느냐고 되묻는다. 모든 것은 국립공원 관리계획에 따라 결정하고 시행한다는 것이다.

◇국가와 민간 보호재단이 습지 공동관리 = 오제습지보호재단 발행 관광안내서에는 오제국립공원은 군마현, 후쿠시마현, 니가타현, 도치기현 등 4개 현에 걸쳐 있으며, 광대한 습원인 오제가하라, 오제누마 늪, 그리고 시부츠산과 히우치가다케산 등 일본을 대표하는 명봉으로 이루어진 '오제 영역', 산정 부근 습원에 앵초과의 고산식물이 피는 아이즈코마가다케산이 위치한 '아이즈코마다케 영역', 산정 습원이 유명한 타시로야마산과 양귀비과 다년초의 군락을 볼 수 있는 타이쿠샤산으로 이루어진 '타시로야마산·타이샤쿠산 영역'의 3개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제국립공원에는 14곳의 산장이 있다. 트레킹 길목마다 산장과 무료 휴게소가 있어서 쉴 수도 있고 간단한 식사를 사먹을 수도 있고 도시락을 먹거나 캠핑용 가스버너로 간단하게 식사를 해먹을 수도 있다. 물은 시원하고 맛있는 샘물이 풍부하게 솟아나 무료 광천수를 즐길 수 있다. 물론 예약을 하면 산장에서 숙박할 수 있고 산장에서 비교적 맛있고 건강한 저녁, 아침 식사를 제공한다.

석유발전기와 태양광으로 야간에 전기가 들어오고 하루 중 오후 3~4시간 동안엔 욕실에서 간단한 샤워도 할 수 있다. 자연보호를 위해서 일체의 비누, 샴푸 등은 사용 금지다. 산장 시설은 소박하지만 깔끔하고 하루 숙식에 손색이 없다. 쓰레기통은 전혀 없어서 자기가 만든 쓰레기는 일체 자신이 다시 가지고 나가야 한다. 국립공원 전체가 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 자체를 만들어 놓지 않아서 공원 안에 있는 모든 산장들은 각종 생필품과 식사 재료 등을 모두 사람이 지게로 져서 나른다.

이처럼 국제적으로 보호되는 람사르습지는 보전을 통한 지역경제도 살리고, 오히려 보전지역을 확대해가면서 생물다양성증진과 조류들의 삶터를 넓혀가는 정책을 만들어간다.

우리나라의 순천만과 일본의 토요오카의 사례는 미래 자연유산 관리 모범 사례이다. 덧붙여 순천만과 우포늪을 비롯한 국내의 귀중한 습지들도 환경부와 해양부 그리고 지자체 등이 민관 협력으로 보호재단을 만들어, 가는 곳마다 지역주민과 방문자들이 참여하는 보호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글·사진 이인식(우포자연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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