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장님]성기순 창녕군 유어면 세진마을 이장

그의 뒷모습은 다부졌고, 그의 목소리는 열정으로 가득했다.

"창녕군에서는 무농약으로 농사를 지으라고 하는데 일본 사도섬에 가 보니까 100% 무농약 아니어도 괜찮더라. 저농약으로 농사짓도록 해주면 좋겠다. 마늘과 양파도 저농약으로 많이 가고 있는데, 규제를 완화해줬으면 좋겠다."

그의 의견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창녕군 관계자는 "농업기술센터 소장, 군수, 부군수에게 보고하고 의논해서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답변했다.

지난 11일 '창녕 우포늪 람사르 습지도시 인증 추진' 주민 간담회장에서 만난 성기순(60) 창녕군 유어면 세진마을(세진길 41-6) 이장의 첫인상은 매우 선이 굵고 에너지가 넘쳤다.

그는 울산 태생인데 1979년 남편과 결혼해 창녕군에 정착했다. 창녕 주요 농산물인 마늘, 양파와 단감, 벼를 재배하고 있다. 세진마을 이장은 6년 전부터 맡았다. 이장으로 추천된 것은 40년간 일해온 마을 부녀회장 역할이 컸다.

사회단체 경험이 많아 마을을 부흥시킬 사업을 강단 있게 추진하고 있는 성기순 세진마을 이장. /이수경 기자

6년 전인 2010년 12월, 그는 마을 동회에서 이장으로 추천받아 선출됐다. 그가 추대된 이유는 '우포 친환경 사업 추진'을 할 적격자였기 때문이다. 창녕군 생활개선회 분회장도 겸임하고 있고, 그동안 봉사 위주로 살아온 사회단체 경험이 많아 마을을 부흥시킬 사업을 강단 있게 추진해나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그가 이장이 되고서 처음 뛰어든 사업은 '행복마을사업'이다. 이 사업에 공모해 지원받은 300만 원으로 그는 몽땅 꽃 모종을 샀다. 150~200m 길에 주민들과 함께 철쭉과 개나리 모종을 심었는데, 손수 꽃을 심으니까 나중에 스스로 풀 베기도 하고 마을에 꽃이 피니 행복해졌다. 사업 목적인 환경 개선에 딱 들어맞기도 했다.

'람사르 시범마을사업'을 추진할 때는 마을 어르신들을 괴롭혔다(?). 마을회관에서 어르신들 손자 손녀들이 참여하는 '옛날 음식 만들기'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러다 보니 명품마을로 선정되기도 했다.

경남도에서 공모한 '문화우물사업'에도 뽑혔다. 이 사업은 오지에 문화혜택을 발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마을에서 창녕을 상징하는 따오기 연극을 만들어서 주민들이 모두 연극에 참여하게 만들었다. 주민들이 배우로 출연하면서 서로 소통하게 됐고, 어르신들은 합창, 시화 등을 통해 그들의 삶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마을이 진화됐다. 따오기 연극은 경상대학교까지 가서 공연하기도 했다.

'농촌축제사업'을 활용해서는 마을 잔치를 벌였다. 마을회관 바로 옆 쉼터 공간에 무대를 설치해 어르신들이 그림을 그리고 시도 써서 전시하고, 합창발표회도 하고, 음식 솜씨 있는 어르신은 음식 전시를 하는 방식으로 마을 주민들을 사업에 총동원시켰다. 이런 방식이 성 이장의 성공적인 '마을 사업 기획' 노하우다. 특히 외지인들이 세진마을을 찾았을 때 이장이 나서서 마을 설명을 하는 게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직접 설명하도록 유도해 긍지를 높이고 있다.

성 이장에게도 어려움이 없을 리 없다. "마을사업을 할 때 인원 동원이 가장 힘들다. 새로운 사업을 하려면 돈도 많이 들어서 때로는 사비도 써야 한다."

하지만 "여자가 이장을 하니 섬세하다"는 칭찬을 들을 때면 그는 다시 힘이 솟는다.

그는 "주민이 참여하는 마을사업을 계속 해오면서 김왈수 곤충박물관장, 정봉채 사진작가 등 좋은 분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귀농·귀촌자들과도 함께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을사업을 해서 벌어들인 수익은 전부 마을 전체 공동기금으로 사용한다. '사업 수익으로 개인수당은 주지 않는다. 공동 이익이 돼야 한다'는 게 그의 굳건한 철학이다.

최근 그의 열정을 샘솟게 하는 일이 또 생겼다. 세진마을이 '농촌체험형 휴양마을'로 지정돼 '녹색농촌체험마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3년 동안 3억 5000만 원을 지원받는다. 마을에 음식체험, 식당 겸 먹거리 체험, 영화 상영 등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해 우포늪 관광객들이 세진마을에서 먹고 보고 즐기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농촌체험형 휴양마을 사업을 어떻게 알차게 꾸려갈지, 마을 공동 이익을 어떻게 많이 거둘지 방법을 찾아봐야죠. 우리 마을에서 먹거리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니 많이 놀러오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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