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를 여행하기 전 미얀마 여행을 자제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우리가 여행하며 현지에서 소비하는 돈들이 고스란히 미얀마 군사정부로 들어가고 이 때문에 군사정부 주머니만 불리게 하는 꼴이니 미얀마인들을 위해서라도 여행을 자제해달라는 이야기이다.

설마 했던 이 이야기는 현실로 다가왔다. 알 수 없는 명목의 입장료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미 바간에서 지역 입장료를 경험했던 나는 껄로 트레킹을 하면서 또 다른 이해할 수 없는 입장료를 내야만 했다. 한밤중에 들어가게 되어 바간에서는 운 좋게 내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상태라 하이에나 같은 군복 입은 무리가 입장료를 받겠다는 명목하에 떡하니 수금 부스까지 만들어 지나가는 이들에게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입장료는 현지화폐 또는 달러로 내는 방법이 있는데 누가 봐도 달러를 내는 것이 이득일 정도로 현지화폐 가격이 높게 책정되어 있었다. 10달러짜리를 준비해 놓은 상태에서 앞줄에 있던 사람들의 구시렁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달러는 이제 안 되고 현지 화폐로만 받는다는 터무니없는 소리였다. 말도 안 되는 입장료를 내야 하는데다가 화폐도 가려 받는다니 더 기가 찰 노릇이다. 한 푼이라도 더 받겠다는 얄팍한 상술 아니겠는가. 어찌 됐든 그 누구도 실랑이하는 사람 없으니 거기서 안내겠다고 버텨봤자 뭣하리. 순순히 지갑에서 달러 대신 현지화폐로 입장료를 내고 영수증이라는 종이 한쪽을 받아 혹시나 잃어버릴세라 지갑에 접어 넣었다.

입장료를 지급하고 돌아선 나는 단체로 모여서 갈팡질팡하는 이들을 발견하게 되어 궁금한 생각에 다가갔다. 어젯밤에 술 마신다고 현지 화폐를 다 썼고 달러밖에 없는데 현지 화폐만 받는다니 걱정이라고 했다.

거기에 두 명의 한국 분이 있기에 같은 한국인이고 해서 입장료만큼의 현지화폐를 빌려드리기고 다음 목적지에 도착하면 돌려받기로 했다. 하지만, 연방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시는 그분들은 결국 내 도움이 필요 없게 되었다. 역시나 돈만 받으면 땡이라는 군인들은 그분들에게는 달러로 입장료를 받았다. 순간 나도 현지화폐 없다고 버틸 걸 하고 후회하는 순간이었다. 어찌 됐든 이 입장료는 돈을 받는 명목도 없고 기준도 없는 셈이다. 그 돈이 군사정부로 흘러들어가는지 아니면 수금하는 이들에게 흘러들어가는지조차 알 수 없다.

미얀마를 여행하면서 숙소에서도 많은 금액의 수익을 군사정부에 헌납(?)한다고 하니 현지인이 아니라 군사정부만 배 불리는 시스템이라는 생각에 여행을 하는 내내 안타까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실이 이러니 어쩌랴. 언젠가는 이 관광사업으로 발생한 이익이 국민에게 오롯이 돌아가는 그날이 빨리 오기만을 바라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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