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물고기 씨 마른 낙동강의 보복…제 손으로 되풀이 찍은 우리가 원인

낙동강 수질이 4등급 안팎으로 나빠졌다. 4등급 안팎이면 '상태가 좋지 않은 농업용수 수준으로 오염된 상태'라고 한다. 사람은 색깔에 민감하기 마련인데 지금 낙동강 물은 탁한 녹색이어서 보기만 해도 역겹다. 이명박 정부 시절 강행된 4대 강 사업때문이다. 낙동강을 완전히 가로막는 댐인데도 보(洑)라고 우기면서 함안보·합천보 등등 여덟 개나 설치했다.

강물의 흐름이 느려져 2006년에는 안동댐에서 낙동강 하구까지 흘러오는 데 31시간 걸렸지만 2015년에는 168시간으로 다섯 배가 되었다. 예전에는 바다로 빠져나갔을 미세물질이 강바닥에 가라앉아 썩어버렸다. 당연히 물 속 산소가 충분하지 못하게 되고 물풀도 생명을 다하게 되었다. 물고기들 알을 낳는 자리가 사라진 것이다. 물풀까지 죽어나가 썩다 보니 물 속 산소는 더욱 모자라게 되어 살아남은 물고기조차 가쁜 숨을 내쉬게 된다.

실제 4대 강 사업 전에는 낙동강에 사는 물고기가 빙어·은어처럼 1급수 어종을 비롯해 모두 70가지였으나 올해 6월 조사에서는 강준치·숭어·누치 등 여덟 가지뿐이라고 나왔다. 녹조까지 들끓어 낙동강 물은 위쪽은 물론 아래까지 녹조 차지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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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찜통더위 속에 낙동강 녹조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5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 본포양수장과 본포교 부근 강물을 생수병에 담아보니 진한 녹색을 띠고 있다. / 김구연 기자

자연은 파업은 못하지만 보복은 할 줄 안다고 한다. 낙동강은 수질이 나빠지고 녹조가 뒤덮어도 흐름을 멈추는 파업은 하지 못한다. 반면 수돗물을 받아 먹는 주민들한테 보복은 할 줄 안다.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일구는 이들에게도 그 씨를 말려 보복한다. 낙동강 물로 농사짓는 사람에게도 크든 작든 앙갚음을 한다. 이렇듯 주민들은 보복을 당하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보상하지 않는다. 정부기관은 기껏 한다는 얘기가 '피해 입증을 해서 소송에서 이기면 된다'는 정도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을까? 이명박 정부일까? 그이는 2007년 대선에 한나라당 후보로 나왔을 때 공약이 한반도대운하 건설이었다. 실현 가능성이 없을 뿐 아니라 실제 된다 해도 환경 재앙을 부르리라는 차원에서 반대가 많았다. 당선된 뒤 대운하가 저항에 부딪혔을 때 이명박 대통령은 살짝 비틀어 '4대 강 살리기 사업'을 내놓았다. 그리고 갖은 부작용이 진행 도중에 잇따르는데도 꿈쩍도 않고 끝까지 밀어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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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생각해 보면 이렇다.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든 사람은 누구였나? 투표를 하거나 하지 않거나 한 유권자들 우리 자신이다. 특히 낙동강 수질 악화로 피해를 보고 있는 경남서는 이명박 후보 지지가 압도적이었다. 2014년 지방선거도 어쩌면 마찬가지다. 홍준표 도지사는 한 해 전 8월 낙동강 녹조가 4대 강 사업 보 설치 탓이 아니라는 이명박 정부 옹호 발언으로 작지 않게 논란을 일으켰다. 홍 지사는 분명히 반환경적이었다. 그런데도 이듬해 60% 가까운 지지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낙동강 수질이 나빠진 까닭이 이명박 정부에 있지 않다. 제 발등을 제 손으로 되풀이 찍어 온 우리 자신이 원인이다. 인간에 대한 자연의 보복을 멈추게 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바로 자연을 망가뜨리지 않을 정부를 우리 손으로 선출하는 것이다.

출판국장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도서 제작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관장합니다. 학교와 현장을 찾아 진행하는 문화사업(공연··이벤트 제외)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환경전문기자로서 생태·역사 부문 취재도 합니다. 전화는 010-2926-3543입니다. 고맙습니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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