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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목수 세상에서 살아남기] (8) 견적은 어려워

먹고사는 문제 직결된 견적 금액, 적어도 과해도 괴로워
'온돈 내고 온집 짓는 게 옳다' 가르침 되새기며 일합니다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2016년 08월 22일 월요일

◇남는 거 없는 장사하면…속 쓰리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만 견적은 어렵습니다. 비교적 간단한 목공 소품은 그렇다 치고, 조금 덩치가 크거나 구조가 복잡해지면 견적금액을 입 밖으로 내보내기 전에 신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가끔 맡게 되는 실내장식 공사는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뱉고 나면 고치기 어렵습니다. 약간의 정신노동 외에 대부분을 몸으로 하는 일이어서 자칫 실수해서 저가견적을 내면…, 속 쓰립니다. 남아야 먹고사니까요.

지난 4년 자영업자로 살면서 맡은 일거리를 대충 갈라서 생각해 봅니다. 주문형 살림 가구와 실내장식, 그리고 각종 사회단체의 일거리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군요.

살림 가구야 규모와 금액에서 비교적 견적을 내기가 어렵지는 않습니다. 이사를 하면서 이것저것 여러 가지 가구를 한꺼번에 주문을 받는 경우 제법 재미있습니다. 금액도 금액이지만 특별한 요구가 없으면 제 생각대로 만들어 볼 기회거든요. 주문자와 콘셉트만 맞추면 그 뒤부터는 제 마음대로 만들 수 있으니까요. 남의 돈으로 제가 기분을 내보는 것이죠.

실내장식은 까다롭습니다. 지금까지 10곳 정도의 일을 맡아봤는데요. 대부분 원목을 쓰는 친환경 공사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초창기 두 차례 정도는 도배나 시트지를 쓰는 실내공사를 했는데, 지금도 가끔 들러보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상담 의뢰가 있으면 될 수 있는 대로 원목 시공을 권하고 있습니다. 실내장식 공사는 철거부터 목재작업, 칠 작업, 바닥작업, 전기작업, 배관작업, 가구작업, 간판작업, 여기다 가끔은 외벽작업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야 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입장에서 견적을 내는 과정부터 만만치 않습니다.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두어 달 정도의 기간을 두고 일하는 것인 만큼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과 견적을 맞추기 위한 협력관계도 중요합니다. 특히 현금 결제가 많은 실내장식 공사는 공사대금 수급문제도 견적작업만큼 신경 써야 합니다. 자칫 욕먹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에 여유자금 확보도 필요합니다.

창동에 직접 실내장식한 복합문화공간 '소굴' 조명 작업.

◇바보견적으로 쪽팔린 경험도

양덕동 대규모 고층아파트 주변의 학원 로비 공사를 맡은 적이 있습니다. 원장이 어디서 "황 목수가 제법 한다"는 헛소문을 듣고는 공방으로 찾아와 상담을 진행했고, 나름 신경을 곤두세워 견적서를 발송했습니다. 하루 뒤 원장은 '금액도 좋다'면서 즉시 시공을 요청했습니다. 20여 평의 학원 로비를 카페처럼 꾸미는 일이었는데, 원목을 재료로 벽체와 여러 가지 가구를 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뭡니까. 목수 두 명이 일을 하는데, 견적서에는 한 명으로 계산을 했던 것입니다. 적어도 인건비 200만~300만 원이 적게 계산된 견적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원장이 금액이 좋다고 한 것인 게죠. 쪽팔림을 무릎 쓰고 사정을 얘기했고, 사정을 이해한 원장과 중간 정도의 금액에서 다시 타협을 봤습니다. 원장에게 고맙기도 했지만, 이런 '바보견적'을 한 것이 몹시 부끄러웠고, 견적을 바꿔 얘기한 것이 더욱 망신스러웠습니다. 다행히 학원 일이 마음에 들었는지 원장은 인근에 조그마한 편의점 실내공사도 추가로 발주해줘서 일은 해피엔딩으로 끝났습니다만, 두고두고 낯이 화끈거리는 경험이었습니다.

또 한 번은 경남대 근처에 타로점 실내공사를 했는데,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사차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철학과 신학에 관심이 깊은 순수한 청년의 의뢰였습니다. 창동 골목에서 자연스럽게 알게 됐는데, 점포를 찾는 것부터 시작해서 소소한 인생 상담까지 주고받는 사이입니다. 장애아동 도우미 일도 겸하는 '영혼이 맑은' 이 친구와 마음을 트고 지내다 보니 저를 '사회적 아버지'라고 부릅니다. 적당한 점포를 찾아내고 나서 실내장식 콘셉트 의논만 해도 무려 4~5개월이 걸렸는데, 당시 최종적으로 합의한 레이아웃을 연필로 그린 합판 조각은 제 목공소 기둥에 붙여두고 있습니다.

창동에 직접 실내장식한 복합문화공간 '소굴' 바닥에 써놓은 글귀. 스스로에게 하고픈 얘기다.

◇시민단체 일은 견적 필요 없음

시민단체 일은 보람이 큽니다. 2013년 가장 먼저 목공 일로 인연을 맺은 시민단체는 마산YWCA였습니다. 이어 마산YMCA, 로뎀의 집, 아름다운 가게 등도 알게 됐습니다.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사무실도 처음 가보게 됐습니다. 경남자원봉사센터와도 일을 해봤습니다. 재정이 넉넉지 않은 시민단체들과의 거래는 이익이 있느냐 마냐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들에게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좋습니다. 오히려 서툰 목수를 믿고 일거리를 주는 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조차 생길 정도입니다.

그래서 시민단체와의 견적은 훨씬 부담도 적고, 그런 만큼 쉽게 견적을 합니다. 꼭 들어가야만 하는 자재를 계산하고, 최소한의 인건비만을 책정하면 끝. 나름대로는 봉사의 개념을 적용하기 때문에 이렇게 저렇게 잔머리를 굴릴 필요가 없는 것이죠. 뭐, 가끔 자그마한 소품이나 출장보수작업 정도는 흔쾌히 대가 없이 하기도 합니다. 이런 단체 구성원들은 거의 예외 없이 매너도 좋습니다. 언제나 웃으며 반갑게 만나고 있습니다.

아직 목공소 기둥에 붙어 있는 '타로 데 루에다'의 평면도. 콘셉트 의논에만 4∼5개월 걸렸지만 참 재밌는 작업이었다.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가끔 이런 얘기를 합니다. "이제 악착같이 먹고살려고 돈 벌 필요가 없으니 재료비만 구해지면 이런 단체들이나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공짜로 만들어 주는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견적이 따로 필요 없는 단순한 삶을 꿈꾸는 것이죠. 복잡한 계산도 귀찮고요. 그러면 더러 "나한테도 공짜로 만들어 줘"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론 농담이죠. 하지만, 이럴 때 저는 정색을 하고 말합니다. "너한테 공짜로 만들어줘야 할 이해할 만한 이유 만 가지만 얘기해 봐." 이상하게도 이런 대목에서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주지 못하는 성질 더러운 서툰 목숩니다.

견적은 이문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견적이 잘못되면 괴롭습니다. 초창기에는 엉터리 견적으로 정말 손해 본 적도 있습니다. 반대로 욕심에 과한 견적을 했는데 주문자가 받아들여 뜨끔한 적도 있습니다. 이런저런 경험을 통해 견적에 이런 원칙을 세웠습니다.

"스스로 싸구려는 되지 않겠다. 하지만, 뒤통수도 때리지 않겠다."

한옥학교에서 이렇게 배웠습니다.

"온돈 내고 반집 지으면 바보다. 반돈 내고 온집 지어달라면 도둑놈이다. 온돈 내고 온집 짓는 것이 옳다. 집을 짓는 것은 축제와 같으니, 목수가 즐겁게 집을 짓지 않으면 그 집에 사는 사람도 행복하지 않다."

/황원호(창동목공방 대표)

※이 기사는 경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주민참여사업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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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후 기자

    • 이서후 기자
  • 문화체육부에서 문학/영화/연극/뮤지컬 등을 맡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