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 '이우걸문학관'개관…시민단체 푸른우포사람들 운영

문학과 자연이 결합한 문학관이 문을 열었다.

경남 창녕군 이방면 '㈔푸른우포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이우걸문학관'이다.

창녕 부곡면이 고향인 이우걸(70) 시조시인을 기리고, 시인과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자 마련됐다.

이 시인은 197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해 정운시조문학상, 경상남도문화상, 한국문학상, 가람시조문학상 등을 받으며 40년 이상 시조 시인의 길을 걷고 있다.

시인은 <저녁이미지>, <나를 운반해 온 시간의 발자국이여>, <주민등록증>, <아직도 거기 있다> 등 시집 20여 권을 냈다.

생존한 문인을 이름으로 한 문학관은 흔치 않다. 생존한 시조 시인을 기리는 문학관은 '백수문학관'에 이어 두 번째다.

◇왜, 이우걸문학관인가 = 창녕에서 생태 환경 교육을 하는 20년가량 된 시민단체인 푸른우포사람들은 김승옥 소설가와 정채봉 동화작가를 기리는 순천만의 순천문학관처럼, 자연과 문학을 결합하고자 했다. 푸른우포사람들은 이우걸 시인에게 문학관 개관을 간곡하게 부탁했고, 시인은 시조 확산 등을 이유로 고심 끝에 수락했다. 이 시인은 창녕 출신으로, 시조의 형식에 현대성을 접목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우포늪을 노래한 '늪'이라는 시를 쓰기도 했다. "햇볕, 들다만 고요의 수렁이라도/늪에는 범할 수 없는 초록의 혼이 있다/우포는 수백만 평의/그 혼의 영토이다//(중략)편한 대로 닿아서/스스로의 생을 가꾸는/배려와 위안의 따뜻한 나라여/늪에는 범할 수 없는 초록의 혼이 있다//"

◇문학관은 어떻게 운영되나 = 문학관은 지자체 등의 지원 없이 푸른우포사람들이 운영한다. 강병국 푸른우포사람들 부회장이 관장을 맡았다.

환경체험학습 등을 펼치는 강연 공간을 새롭게 꾸몄다. 푸른우포사람들은 최근 1층은 전시 갤러리, 2층은 이우걸문학관, 3층은 이우걸 시조시인의 집필실로 구성했다. 2층 이우걸문학관은 82.64㎡(25평) 규모로, 아담하다. 이 시인의 시집을 비롯해 시인이 조명된 잡지, 평론집 등을 전시해 두고 있다. 시인이 걸어온 길은 벽면에 연보로 설명하고 있다.

이 시인은 지난 7월부터 이곳에서 시조 아카데미를 열고 있다.

창녕 출신 이우걸 시조시인을 기리는 문학관이 탄생했다. 1층은 전시 갤러리, 2층은 이우걸문학관, 3층은 이 시인의 집필실로 꾸며졌다 이 시인이 개관한 문학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생태·환경 문학, 시조 보급의 창구 역할 = 문학관은 지난 20일 오후 개관식을 했다. 이 자리에는 엄용수 새누리당 국회의원, 김충식 창녕군수, 민병도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장, 조현술 경남문인협회 회장 등 150여 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 자리에서 이 시인이 걸어온 길을 동영상으로 보여주고, 축사와 시조 낭송, 시조에 곡을 붙인 축가 등이 이어졌다.

강병국 이우걸문학관 관장은 개관식에서 "작지만 지속 가능한 문학관을 만들고 싶다. 문학과 환경은 둘이 아니다. 특히 시조는 우포늪에 한층 생명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우걸문학관은 △100년 이후에는 살아남는 문학관 △모든 시인과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곳 △이우걸문학상을 제정해 후학을 길러내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이 시인은 "이제 떠돌이의 삶을 접고 제 문학의 영원한 보금자리를 고향 창녕에서 얻게 됐다"며 "시의 방향을 '뉴 휴머니즘'으로 잡았다. 문학이 생태환경 쪽으로 가고자 하는 것이다. 남은 시간 고향 사람과 강산을 사랑하면서 창작에 진력해 제 문학의 생애를 이곳에서 완성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우귀화 기자 wooki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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