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영 선수 "고향 방문 길 많은 분 응원 감사…경남체고 '흉상 1호'큰 영광"

"그냥 부모님만 찾아 뵙고 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환대해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리우올림픽 영웅' 펜싱 금메달리스트 박상영이 고향 경남을 찾았다. '금의환향'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방문이었다.

진주 출신 박상영은 19일 자신의 모교인 경남체고를 시작으로 경남교육청, 경남도체육회, 진주시청 등을 차례로 방문해 응원해준 도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날 오전 경남도체육회 사무실에서 만난 박상영은 "아직 젊다. 더욱 열심히 해서 더 좋은 선수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17일 귀국한 것으로 안다. 진주에는 언제 왔나.

"오늘 새벽에 도착했습니다. 집에서 늦잠을 자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 같았습니다. 그래도 먼저 고마운 분들을 찾아 뵙는 게 도리인 것 같아 아침부터 인사하러 나왔어요."

-어머님이 돌아오면 맛있는 것 사주고 싶다고 하셨는데?

"엄마는 맛있는 것 사주시겠다고 하시는데, 저는 엄마가 끓여주는 된장찌개가 제일 그리웠습니다. 제가 부모님께 맛있는 것 사드려야죠. 그래도 맛있는 것 사주신다면 오늘 저녁 기대해 봐야죠. 허허."

-출국 때와 달리 귀국할 때는 주변 반응이 완전히 달랐을 텐데.

"저는 이번 올림픽에 출국할 때도 많이 설렜고요. 귀국할 때는 다른 연유로 많이 설렜어요. 공항에서부터 많은 사람이 '할 수 있다'고 외쳐주시고 알아봐 주셔서 얼떨떨했어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격려 글도 많이 올라오고요. 너무 감사하죠."

-경기를 하면서 '할 수 있다'는 말을 주문처럼 반복했는데 당시 심정은?

"지난해 무릎 십자인대수술을 받고 재활 훈련할 땐 금메달 목에 거는 장면을 수없이 머릿속에 그리면서 견뎌냈습니다. 그렇게 꿈에 그렸던 것이 잘 못하면 물거품이 되는 상황이라 절박했죠. 어린 시절부터 힘들 때면 습관처럼 속으로 '할 수 있다'고 다짐을 했는데 너무 절박하니까 입 밖으로 튀어나온 것 같아요. 다들 기적을 이뤘다고 하는데 저는 가능할 것 같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환대해주고 격려해주는 것을 보면서 대단한 일을 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19일 경남도체육회 사무실에서 만난 박상영.

-'할 수 있다' 신드롬이 형성되면서 국민 주문이 됐다. 어떻나.

"'할 수 있다'라는 마인드컨트롤은 힘들 때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휘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아니어도 청년 취업난을 비롯해 지금 우리 주변에 어렵고 힘든 상황을 겪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런 분들 또한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좌절하지 말고 어려움을 헤쳐나갔으면 좋겠어요. SNS에 모르는 분들이 큰 힘이 됐다는 글을 많이 올려 주십니다. 저의 금메달이 그분들에게 힘이 된다면 제가 더 감사하죠."

-정순조 코치께 고등학교 때부터 금메달 두 개가 목표라고 했다는데 앞으로 포부는.

"지금 금메달은 저의 인생의 영광입니다. 그런데 4년 뒤에는 마음의 짐이 돼서 돌아올 것을 잘 압니다. 그래도 무거워하지 않고 기회가 된다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겁니다. 금메달 땄다고 흔들리거나 거만하지 않고 마음 다잡아 새롭게 시작해서 더 좋은 결과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국민을 대표하는 펜싱선수이기 이전에 경남을 대표해서 더욱 훌륭한 선수로 거듭나겠습니다."

-경남체고에 세워지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흉상 1호가 되는 기분은.

"1호라니 개인적으로 큰 영광입니다. 후배들도 자랑스럽게 생각해줬으면 좋겠고요. 대신 후배들이 더 열심히 해줘서 제 흉상이 외롭지 않게 옆에 쭉 줄을 서줬으면 좋겠습니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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