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기후보고서'최고 더위 기록, 빙하 녹아 해수면 상승 빨라져
한국에만 자생 구상나무 고사, 충남 미국흰불나방 등 해충 급증

폭염이 겨우 한풀 꺾이는 느낌입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 확실히 기후가 변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달에는 중국에서 18년 만에 최악의 홍수가 났었습니다. 지난 5월에는 인도를 포함해 동남아시아 지역에 사상 최악의 폭염이 이어졌었고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닙니다. 기후 변화로 지리산 구상나무가 말라 죽고 있습니다. 새로운 병해충도 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기후 변화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구가 변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관련 기사 모았습니다. /편집자 주

◇뜨거웠던 2015년…기온·온실가스·해수면 높이 모두 역대 최고 = 지난해 지구의 기온과 온실가스, 해수면 높이가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2015년이 '지구 건강'에 있어 사상 최악의 해였다. 최근 미 해양대기관리국(NOAA)이 발표한 연례 '기후상태'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보고서는 전 세계 과학자 450명이 종합한 50개 기후 관련 양상을 분석했다.

지난해 아프리카 남부 지역이 10월에 48.4℃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10여 개 국가에서 역대 최고 기온을 보이는 등 전 세계적으로 가장 더운 해였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지난해 기록적인 폭염이 나타난 것은 적도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는 '엘니뇨'가 온난화를 악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엘니뇨는 최소 1950년 이래 가장 강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NOAA 국가환경정보센터 토머스 칼 소장은 기자회견에서 "지구의 기온이 올랐을 뿐 아니라 기온 상승으로 예상할 수 있는 모든 관련 증상들이 함께 나타났다"고 밝혔다. 실제로 화석연료 연소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가운데 이산화탄소(CO2), 메탄, 아산화질소 농도도 모두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미국 하와이 마우나로아에서 측정한 대기 중 CO2 연평균 농도는 400.8ppm으로, 58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연간 증가율을 보이며 처음으로 400ppm을 넘어섰다.

전 세계 평균은 399.4ppm으로 전년도인 2014년보다 2.2ppm 높아졌다.

지난 12일 페루 우아스카란 국립공원 내 와라즈 파스토루리 빙하의 모습. 해발 5100m에 있는 이 거대 빙하는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현재 절반 가까이 녹아서 사라졌다. 최근에는 '기후 변화'의 현장을 보려는 여행객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AP 연합뉴스

NOAA 국가환경정보센터 수석 편집자 제시카 블런던은 이는 "2016년에 이 대기록을 쉽게 넘어설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지구의 지표면과 해수면 온도 역시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구 해수면 높이도 1993년 평균보다 70㎜ 높아지며 사상 최고점을 찍었다. 전 세계적으로 해수면 높이는 해마다 평균 3.3㎜씩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수면 상승은 앞으로 수십 년 사이 가속화해 빙하와 극지방을 뒤덮은 얼음층(polar ice cap) 해빙으로 전 세계 해안 지역 수백만의 인명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에는 기상이변도 더욱 잦아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정상 범위를 넘어서는 우기로 대형 홍수가 발생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심각한 가뭄을 겪은 지역이 2014년 전 세계의 8%에서 지난해 14%로 거의 두 배가 늘어났다. 북극 지표면 온도는 역대 최고를 기록했던 2007년, 2011년과 같았다. 고산 빙하도 36년 연속으로 줄었다.

◇산림청 지리산 구상나무 집단고사 현장조사 = 산림청은 17일 '멸종위기 한국 고유 침엽수 보전전략 및 비전 선언'에 따른 후속조치로 지리산 구상나무 집단고사 현황 파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구상나무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대표적인 침엽수로, 현재 지리산·한라산·덕유산 등 백두대간 지역을 중심으로 해발 1000m 이상 고산지대에 분포한다.

국제적으로 보호가치가 매우 높지만,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고사가 진행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한라산에는 구상나무의 46∼48%가 말라 죽은 것으로 추정되며, 설악산에서도 구상나무와 유사한 분비나무의 고사가 확인됐다.

지리산은 대표적인 구상나무 자생지로 천왕봉과 반야봉 일대를 중심으로 급속한 집단고사가 이뤄지고 있어 대응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보령에 미국흰불나방 피해 확산…"기상 이변 탓" = 충남 보령의 유실수와 가로수 등에 미국흰불나방 애벌레 피해가 확산, 당국이 긴급방제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16일 보령시는 지난 9일 청소면 장곡리와 청소면 죽림리, 남포면 양항리의 벚나무·감나무·매실·뽕나무 등 100여 그루에서 미국흰불나방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는 발생 농가와 인근 농가 수목을 대상으로 긴급 방제작업에 돌입했으며, 오는 9월 말까지 예비비 4000만 원을 투입해 4만3000여 그루에 대한 자가 방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미국흰불나방 애벌레는 작은 애벌레로 시작해 나무 전체 잎을 갉아먹으며 성충으로 자라고, 인근 나무로 옮겨가면서 나중에는 앙상한 가지만 남긴다.

충해를 입어 잎이 없으면 광합성량이 적게 되고, 결국 수체 내 저장 양분이 적어져 내년 결실과 생육에 큰 지장을 주게 되므로 하루빨리 방제해야 한다. 시 관계자는 "최근 지구 온난화 등 기상이변에 따라 미국선녀벌레와 꽃매미, 미국흰불나방, 갈색날개매미충 등 돌발 산림해충이 발생해 가로수와 공원 등 생활권 주변 녹지공간에 적잖은 피해를 주고 있다"며 "예비비를 투입해 발생 초기에 신속하게 대처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힘써 나가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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