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어민의 삶] (2)낙동강 하구둑 이어 이번에는 4대 강 사업

김무생(69·김해시 상동면 매리마을) 씨는 40여 년 전 아내와 결혼하면서 '낙동강 어민'이 됐다. 배 끌고 나가면 마냥 돈 되던 시절이 제법 됐지만 1987년 하굿둑이 들어서면서 한숨이 커졌다.

재첩·장어·진기미(새우)·참게와 같은 고급 어종이 사라졌고, 남은 잉어·붕어도 한 해가 다르게 줄어들었다. 축산업·횟집·산딸기농사를 병행하며 근근이 낙동강 삶을 이어가던 터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4대 강 사업' 얘기가 나왔다. 2007년 대선 전 대운하로 거론됐다가 여론이 좋지 않자,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4대 강 사업으로 사실상 이름만 바꿔 본격 추진됐다.

"축산업에 미련을 못 버려 한우 60마리를 사육하고 있었지. 낙동강 바로 옆에 집과 축사가 같이 있었고. 그런데 4대 강 정비사업해야 한다고 나와야 한다고 하데. 강 조금 위쪽에 이주 단지를 만들어줘서 나는 그쪽으로 옮겼고, 이사 비용 받고 시내로 가는 사람은 가고 그랬지. 안 팔리던 땅을 비싼 가격에 보상받아 속 시원히 나간 사람도 있고, 남의 땅 빌려 농사하다 새 땅 알아봐야 하는 사람은 쓰린 마음이고, 제각각이었지."

김무생(69) 씨는 김해 상동면 매리마을에서 40년째 낙동강 어민으로 살아오고 있다. 그 사이 하굿둑 건설, 4대 강 사업이 진행되면서 더 이상 어업만으로는 살 수 없게 됐다. 김 씨가 녹조 범벅인 낙동강 물을 퍼올려보고 있다. /남석형 기자

하굿둑 때와 마찬가지로 4대 강 사업에서도 주민들은 나랏일로 받아들였다. 물론 하굿둑으로 돌이키기 어려운 어업 피해를 본 어민들이었기에 이번에는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정부 쪽에 가까운 학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4대 강 사업 완료 후 4년이 지나면 고기가 100% 복원될 거라고 했어. 자, 4년 되려면 이제 한 달 남았어. 그런데 지금 고기가 아예 없어. 99% 씨가 말랐다고 보면 돼. 한 달 만에 없던 고기가 솟아난다는 거야 뭐야. 강을 가로질러 양쪽으로 그물을 쳐놓았는데 그 넓은 물에서 딱 붕어 한 마리 나올 정도니까. 가끔 봄철에 숭어가 올라오기는 하는데 민물 숭어는 펄 냄새가 나서 먹지도 못하고."

어민들은 학자들같이 전문적인 분석은 할 수 없지만, 수십 년간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을 제일 잘 알 수밖에 없다. 김 씨는 고기가 없어진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4대 강 사업 이후 확실히 홍수 피해는 없어졌어. 하지만 홍수가 물을 솎아주면서 깨끗하게 하는 측면도 있었거든. 지금은 보 때문에 호수처럼 돼 버렸어. 더군다나 보에 막히다 보니 고기가 지류에서 들어올 수가 없어. 통 안에 갇힌 꼴이라고 보면 되지. 그나마 있는 고기들이 산란해도 치어들 살아갈 환경이 무너졌어. 왜냐? 물 흐름이 없다 보니 미세물질이 바닥에 쌓여 펄구덩이로 변했고, 그 때문에 수초가 없어졌거든. 그나마 살아남은 놈들은 또 강준치·배스·블루길 같은 놈들이 다 잡아먹어버려."

실제 4대 강 사업 전에는 빙어·은어 등 1급수 어종을 비롯해 모두 70종이 서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올해 4대강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강준치·블루길·배스·숭어·누치 등 8종만 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씨는 낙동강 물가로 향했다. 집·축사가 있던 터에는 어른 키만한 수풀이 우거져 있다. 녹색으로 변해 있는 강물을 한동안 쳐다봤다. 바가지로 물을 떠 코에 갖다 댔다. 큼큼한 냄새에 이내 얼굴이 일그러졌다. 옛 시절 고기 잡으러 나갔다가 목마르면 바로 목을 축이던 물이 이렇게 변했다. 김 씨는 지금 수질 상태에 대해 우회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BOD(생화학적 산소요구량)니 COD(화학적 산소요구량)니 그런 거 우리는 몰라. 단, 눈으로 봐도 페인트 엉겨놓은 것 같잖아. 위에만 그런 게 아니라 바닥까지 다 그래. 예전에도 녹조가 있기는 했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지. 맨눈으로 봐도 이런 물에서 고기가 아가미로 호흡해 살아남을 수 있겠나 싶어. 설령 있다 하더라도 그걸 누가 사 먹으려 하겠어. 우리가 봐도 먹기 싫은데…."

김 씨는 아직도 한 달에 6~7일은 그물을 놓으려 배를 띄운다. 물론 고기 잡겠다는 생각은 애초 버렸다. 단지 어떠한 어종이 남았는지 확인하는 차원이다.

김 씨는 어민들의 이러한 현실을 알리기 위해 국토부를 찾았다. 그런데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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