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이후 1급수 어종 전멸, 최상위 포식자 강준치만 잡혀…용존산소 0구역도 존재

'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후에야, 마지막 강이 더럽혀진 후에야, 마지막 남은 물고기가 잡힌 후에야 그대들은 깨닫게 되리라. 을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

19세기 크리족 인디언 시애틀 추장이 했다고 전해지는 이 말은 두 세기가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환경단체와 학계 조사에 따르면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 수생태계는 물고기가 생존할 수 없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 저층에서는 어류의 생존에 꼭 필요한 산소마저 고갈돼 물고기 씨가 말랐다는 어민들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영남의 젖줄이자 풍부한 수자원과 비옥한 토지가 있는 강이었던 낙동강이 로봇물고기만 살 수 있는 '죽음의 강'으로 변하고 있다.

◇ 4대강 사업 이후 어류 '급감'…1급수 어종 전멸

1970년대 학계 조사를 살펴보면 낙동강에는 1973년 어류 18과 55종, 1977년 24과 91종이 서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가 1997년부터 2002년까지 실시한 '제2차 전국자연환경조사'에서도 낙동강유역에는 뱀장어, 빙어, 은어 등 약 70종의 어류가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1급수에서만 산다는 갈겨니, 버들치, 쉬리, 모래무지 등은 낙동강 전 구간에 걸쳐 고루 분포한 것으로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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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올 5월 10일 4대강 조사위원회가 낙동강 남지, 삼량진, 상동, 대동, 구포, 하구둑 엄궁 지점에서 서식실태를 분석한 결과 어류 생태계가 심각하게 망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조사위가 포획할 수 있었던 어류는 참게, 블루길, 강준치, 숭어, 누치, 붕어, 동자개, 베스 등 8종이 전부였다.

이중 누치를 제외하면 1급수에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된 어종은 한 마리도 없었다.

이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할 당시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사업 추진 이후 3년 뒤에는 물고기가 많아질 것이라며 어민들을 안심시킨 것과 정반대 결과다.

물론 조사위 분석은 특정 지점에서 제한된 시간에 이뤄진 것이라 낙동강 전체 어류 서식실태를 포괄한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다른 연구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부산대학교 생명공학과 조현빈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4대강 사업이 한창이던 2010~2011년 사이 낙동강 본류 합천창녕보 인근에 서식하는 어류의 개체 수는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 수변부에 서식하는 고유종·재래종·이입종·외래종 등 어류의 개체 수는 2007~2010년 사이 400마리에서 600마리로 꾸준히 늘었다.

그러나 2011년부터 200마리 수준으로 뚝 떨어진 뒤 2014년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4대강 사업이 실시된 뒤 이곳에 서식하던 물고기의 3분의 2 정도가 자취를 감춘 셈이다.

◇ 어민들 "어획량 줄어"…물고기 떼죽음도 잇따라

어류 감소는 어획량에도 영향을 미쳤다.

조현빈 교수 연구에 따르면 낙동강에서 어업활동을 하던 한 어부는 2011년까지 낙동강 본류 물고기 어획량이 연간 1천800㎏ 수준이었으나 2011년 이후 200㎏ 아래로 급감했다.

이마저도 간 질환을 유발하는 마이크로시스틴이나 리굴라 촌충에 감염돼 팔 수가 없다는 게 어민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물고기들 떼죽음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올 6월 13일에는 낙동강 분천리 양원역에서 소천역, 임기리에 이르는 30㎞에서 꺽지·붕어·누치·피라미·칠점어 등 물고기 수천마리가 죽은 모습이 목격됐다.

올 1월에는 경북 낙동강 칠곡보 하류에서 강준치 47마리가 폐사한 채 발견됐다.

이 지역에서는 2014년 7월 21일부터 8월 1일 사이 강준치 537마리가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조사위에서는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 수심이 깊어지고 8개 보가 만들어져 강이 호수처럼 변해 물고기 산란처가 사라진 것을 급격한 어류 감소 원인으로 꼽았다.

게다가 수질 악화로 정수성 어류(수심이 깊은 곳에서 서식하는 어류)인 붕어, 잉어 등도 관찰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는 수심이 깊은 곳의 용존산소(DO) 고갈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조사위는 올 6월 10일부터 이틀간 수심이 깊은 함안보(11m), 합천보(11m), 달성보(9m) 지점 수질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이 구간의 심층수에는 용존산소(DO)도 고갈돼 물고기가 숨 쉬며 살 수 있는 환경이 안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합천보 표층(수면) 용존산소는 8.8㎎/ℓ였으나 수심이 깊어질수록 산소도 줄어들었으며 9~11m 구간에서는 수치가 0㎎/ℓ였다.

이처럼 수심이 깊어질수록 용존산소 농도도 떨어지는 것은 함안보와 달성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수면 바닥에 서식하는 물고기는 호흡 자체가 불가능해 도저히 살 수 없는 것이다.

◇ '육식어종' 강준치만 남았다…보 준설로 생태계 더 악화

마창진 환경운동연합 임희자 정책실장은 "강바닥이 모래, 진흙, 자갈 등 다양하게 구성되고 산소가 풍부해야 물고기들이 살 수 있는데 보 준설 때문에 바닥 모래가 모두 사라지면서 많은 어류가 멸종한 것으로 보인다"며 "산란처 자체가 사라지고 산소도 없으니 생태계 순환구조가 깨지면서 번식 자체가 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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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어민들과 만나보면 강준치만 잡힌다는 얘기가 많다"며 "창녕함안보 등에 녹조가 끼면 수면으로 숨을 쉬기 위해 올라오는 어종도 대부분 강준치"라고 덧붙였다.

강준치는 육식어종으로 외래어인 베스나 블루길 등도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먹이사슬의 제일 꼭대기에 있는 어류이다 보니 다른 어종에 비해 먹이가 풍부해 오래 생존할 수 있어 비교적 많이 목격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는 2008년부터 '하천수생태계 건강조사 및 평가'를 실시해 낙동강을 비롯한 4대강 전체의 어류 변화상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사업 관리를 총괄하고 건국대 산하협력단이 중심이 돼 수계별, 분야별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수자원공사 등 유관기관과 함께 녹조 상황을 계속 점검하고 있으며 상황이 악화할 경우 새로운 대책을 강구하기보다는 황토살포, 정수장 정화기능 강화 등 기존 방식으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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