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마트 선물세트 예년 수준 유지…설 준비는 고심
농축수산 업계 긴장 "고급 과일 판로 막고 한우 소비 위축"

유통가는 이번 달 초 추석 선물 사전예약을 시작했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둔 마지막 명절로 '선물 상한액에 구애받지 않고 제대로 된 성의를 보일 수 있는 기회'로 여겨 백화점이 덕을 볼 것이라는 예측이 있는가 하면 이미 5만 원대 이하 선물 비중이 큰 마트에서 선물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난무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유통가는 이번 추석 선물 준비 과정에서 바뀌는 게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유통가는 일단 관전 모드 = 도내 백화점은 '김영란법' 시행에 맞춰 5만 원 이하 상품의 구성비를 35%까지 늘렸다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5만 원 이하 버섯·와인 세트가 추가된 정도다.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에서 가공품 외 5만 원 이하 선물세트는 찾기 어렵다. 현재 김영란법이 크게 이슈화되고 있지만 피해가는 마지막 명절이다 보니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판매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선물 소비층이 어떤 직업인지 알 수 없어 내년 설 선물세트 구성과 판매조차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역시 이번이 시험대라고 하지만 구색이나 매출은 달라질 게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마트 관계자는 "원래 명절선물로 1, 2위를 다투던 생활용품, 가공식품은 5만 원 미만이다. 과일 역시 4만 9900원 상품이 있고 개수 조정으로 5만 원에 맞출 수 있다. 하지만, 한우는 용량을 줄인다거나 수입육, 냉동육으로 대체한다 하더라도 5만 원에 맞추기 어렵다. 설령 냉동 수입육으로 5만 원에 맞춘 육류 세트를 선보인다고 해도 과연 선물용으로 판매될까 하는 고민은 벌써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 마산점에서 추석 선물 세트 사전 예약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마산점

◇고급화 농가·한우업계 '한숨' = 유통가에서 김영란법으로 위축을 우려하는 곳은 오히려 농가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유기적이지 못하고 따로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백화점에 납품하는 사과·배 농가는 처음부터 고급 선물용으로 재배한다. 일반 사과가 한 나무에 50개 열린다면 이들은 한 나무에 20개만 키워 가격을 높이 받는다. 정부가 각 나라와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하면서 고급화로 우리나라 농가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과도 일맥상통했다. 농가에 고급화를 주문하면서 판로는 막아 고급화 농가의 위축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유통가에서는 5만 원 이하 한우 선물세트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우업계가 내년 설 선물세트에서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전국한우협회는 "명절 한우 소비량이 상당한 만큼 한우업계는 벌써 위축, 소값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며 지난 1일 한국농축산연합회 회의를 통해 김영란법 개정 TF(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천막 농성 등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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