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이장님]전금옥 양산 남부동 주공7단지 통장

"무엇보다 이웃의 어르신들에게 부모님에 대한 효도를 대신할 수 있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해병대 가족의 정신'으로 무장된 요양보호사 양산시 남부동 주공7단지 전금옥(63) 통장에게 붙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요양보호사인 데다 미용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고, 서예대전 초대작가로 실력을 인정받은 서예가이기도 하며 시전문 잡지를 통해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이뿐만 아니다. 양주빛 실버합창단에서 소프라노를 맡고 있고, 캘리그래피 수료자이기도 하다. 다양한 기능으로 무장한 통장인 셈이다. 특히 전 통장이 참여하고 있는 양주빛 실버합창단은 지난해 경남도가 개최한 여민동락 합창 경연대회에서 우수상을 받는 등 실력을 뽐내고 있다.

2.jpg
▲ 전금옥 통장은 요양보호사인 데다 미용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고, 서예대전 초대작가로 실력을 인정받은 서예가이기도 하다. /김종걸 기자

이 같은 다양한 재능은 모두 주민들을 향한 봉사에 쏟아붓는다.

8년 전 남부동 주공아파트로 이사를 온 전 통장은 4년 전 통장으로 당선돼 올해 재선 통장의 관록(?)을 자랑하고 있다.

어르신들을 위해 봉사를 하고 싶다는 다짐으로 통장선거에 나섰던 전 통장의 하루는 처음 다짐처림 온통 주민에 대한 봉사와 자신의 재능을 연마하는 데 소진하고 있다.

남부동 주공7단지는 1260가구 중 3분의 1 가량의 주민이 노인들이다.

어르신 대다수가 기초수급자이거나 차상위 계층으로 이웃의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한 이웃이다.

전 통장은 통장업무 외에도 매주 1회 아파트 노인정 식사봉사와 한 달에 2번의 설거지 봉사에 이어 1주일에 1차례씩 양산과 인근 울산지역의 노인요양병원을 찾아가 간병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간병봉사가 끝나면 낭랑한 노래실력으로 어르신들을 쓰다듬고 위로한다. 또 좋은 내용이 담긴 서예작품도 틈틈이 이웃들에게 나눠주며 이웃에게 활력을 주고 있다.

전 통장의 어르신에 대한 공경심은 남다르다. 10여 년 전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35살 때인 1987년, 결혼 12년 만에 해병대 194기(67년 입대) 스킨스쿠버 다이버 출신인 남편을 떠나 보내면서 부모님에게는 불효막심한 딸이 되고 말았다.

전 통장의 인생에서 1987년은 인생의 기쁨과 고통을 함께 준 해이다.

그해 여름 영일만 해변에서 해병정신으로 무장한 남편과 함께 전국 해병대동우회 행사에 다녀온 후 가을께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하자마자 남편은 선뜻 미용실을 차려줬다.

인생에서 행복의 절정을 맛보자마자 2개월여 만인 11월 남편은 사랑했던 바다를 영원한 안식처로 삼았다.

그렇게 남편을 여읜 전 통장은 당시 12살의 큰딸과 두 아들(10살, 8살)과 함께 태어나고 결혼생활을 했던 정든 부산을 떠나 그해 말 양산으로 이주했다. 홀로 된 전 통장은 친정집 근처로 오게 된 것.

전 통장은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그렇게 딴 자격증은 이제 노인요양병원에서나 아파트 단지의 어르신들을 보살피는 사랑의 손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 통장은 "아이들을 키우느라 정신없이 일만 했는데, 그런 시간을 보내면서 부모님에게 온 정성을 쏟지 못했다는 죄스런 마음이 어르신들에 대한 봉사로 이끌게 된 것 같다"며 "제 재능으로 어르신들은 물론 젊은이들에게도 삶을 윤택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전 통장은 올해부터는 양주동 통장단 단장을 맡고 있으며 2년째 양주동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으로 지역사회 여걸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전 통장은 "남편의 사고 때 가족들이 타향에서 어쩔 줄 모르고 있을 때 해병대동우회 회원들이 전국에서 찾아와 발벗고 사고 처리를 도와 주는 것을 보고 이웃에 대한 봉사의 의미를 알게 됐다"며 "힘이 있는 한 아파트 단지의 어르신들을 내 부모님처럼 잘 모시고 싶다"고 말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