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과잉·조선 구조조정 여파…아파트가격 하락, 원룸 공동화

국내 최대의 조선도시인 경남 거제시가 조선업 불황에 따른 구조조정 여파로 각종 경제지표가 날로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 부동산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아파트 매매가가 일제히 하락했고 '나 홀로' 근로자들이 많이 찾던 원룸도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이 같은 현상은 전체적인 공급과잉에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양대 조선소의 대규모 적자와 이에 따른 구조조정 여파 때문이라고 지역 부동산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거제시와 지역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시 주요 아파트 매매가격은 10% 정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제의 노른자위 격에 자리한 거제시 수월동 ㄱ아파트(34평형)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4억 원 선에 거래됐지만 최근 들어서는 3억 5000만 원 선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또 같은 지역 ㄴ아파트(32평형)는 2억 4000만 원 선에서 2억 2000만 원 선으로 가격이 내려갔다.

거제시 고현동 대규모 아파트단지. /신서용 기자

특히 준공 5년 이상이 지난 기존 아파트 가격은 올 들어 전체적으로 수천만 원씩 가격이 하락했으며 이마저 거래도 뜸한 실정이다.

신규 분양시장도 조선 불황 여파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이런 가운데 거제시의 주택보급률은 110%를 넘어섰다는 게 정설이어서 지역 아파트값은 조선 불황과 공급과잉이 맞물려 정점을 지나 침체기에 들어섰다는 게 지역부동산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거제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 내 준공 아파트는 86동 4736가구에 이른다.

또 2016년 현재 거제시 사업승인 후 건설 중인 아파트는 문동동 센트럴푸르지오 15동 1164가구, 상동동 힐스테이트거제 11동 1041가구, 상동동 거제더샵블루시티 10동 988가구 등 무려 1만 1712가구에 달한다.

여기다 사업승인 후 미착공 아파트도 3000가구가 넘어 거제시 주택공급 과잉현상은 급격한 인구증가 없이는 해소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조선경기 활황 때 우후죽순 들어선 원룸·투룸도 수주절벽에 따른 조선경기 불황으로 지역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팽배하다.

조선업계의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인구 유출이 가속화하고 삼성중공업의 대규모 기숙사 건립으로 원룸의 설 자리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이들 상당수 원룸 주인들은 수억 원의 공사자금을 대출에 의존하고 있는데,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거제지역 대부분의 원룸은 조선경기 호황일 당시 허가를 받아 신축된 것으로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배후 도심인 고현과 장평, 옥포 등지에 집중됐다. 그러나 경기 불황으로 조선소와 인접한 지역의 원룸 공실이 크게 는 것은 물론 연초면 등 시 외곽지역으로 공실이 확산하고 있다.

장승포동 한 원룸 업주는 "수억 원의 빚을 안고 원룸을 신축했는데 방 8개 중 3개가 몇 달째 비었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원룸 업주는 "대형 기숙사가 건립되자 내달 계약이 끝나는 3개 방 입주자가 연장 계약을 안 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게다가 양대 조선소가 직원용 대형 기숙사를 건립하면서 원룸 공실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지난 5월 삼성중공업은 최대 3100명을 수용 가능한 1520실 규모의 기숙사를 준공해 입주를 완료시켰고, 협력사 직원을 위한 864실 규모의 기숙사도 지난해 9월 준공됐다.

이런 원룸 공동화 현상은 업주뿐만 아니라 지역 금융사의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담보로 땅과 건물을 잡고는 있지만 살 사람이 없으면 원금 회수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두 회사의 직영과 사내외 협력사 근로자 수는 지난 5월 말 총 9만 4100명에서 지난 7월 말 8만 3000명으로 1만 명 이상 감소했다.

거제시와 조선소 관계자들은 "조선업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지역경제가 급격히 위축돼 경남도와 정부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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