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신데렐라> 파격적으로 소극장에 올려... 한국어··객석 연주단 등 관객의 거부감 거둬내

지역 오페라단의 생존방법을 엿볼 수 있었다.

지난 5일과 6일 진주 경상대학교 예술관 콘서트홀 무대에 경상오페라단의 <신데렐라>가 올랐다. 경상오페라단은 지난 4월 창단해 5월 14일 진주에 있는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초연 오페라를 성공리에 마친 데 이어 이번 무대를 가족오페라로 꾸몄다.

오페라는 연주와 성악이 같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규모와 장르의 어려움으로 지역에서 무대에 올리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교향악단, 가수, 소품 등을 갖추는데도 한계가 있다. 그러나 경상오페라단은 여러 한계에도 오페라에 익숙지 않은 시민의 열띤 호응을 얻으며 창단 두 번째 공연을 마치고 지역 오페라단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경상오페라단은 지난 5일과 6일 경상대학교 예술관 콘서트홀 무대에 오페라 <신데렐라>를 올렸다. /경상오페라단

이번 공연은 첫날 매진에 이어 이튿날 열린 공연도 많은 관객이 찾았다. 더불어 소극장에서도 충분히 오페라를 올릴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오페라를 소극장 무대에 선보이다 = 이번 공연을 준비한 경상오페라단 단장 최강지 대표(경상대학교 음악교육과 교수)는 지난 2009년부터 서울에서 오페라 단체를 운영한 바 있다. 공연문화사업을 하다 2014년 9월 경상대학교로 부임하면서 지역오페라단 창단을 준비했다.

최 대표는 "자생적 공연장이 있고 콘텐츠를 만들 기회가 생겼다. 이미 서울에서 많은 공연을 기획·연출해본 경험이 있어 시작하게 됐다. 소극장에서 오페라가 열리기 어렵다는 편견을 깰 수 있으리라 본다"고 전했다

이번에 무대에 올린 <신데렐라>는 최 대표가 서울에서 소극장 위주로 공연을 하던 당시 30여 회에 걸친 공연을 기획한 바 있다. 그래서 자신감 있게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오페라를 선보였다.

최 대표는 "오페라는 한 번 본 사람이 다시 보는 경우가 많다. 장소에 대한 아쉬움을 좋은 공연으로 해소해 나가는 동시에 앞으로도 꾸준히 오페라를 기획해 지역, 나아가 경상도를 대표하는 오페라단으로 성장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족 오페라다운 가벼움과 재미 = 경상오페라단이 선보인 <신데렐라>는 로시니가 작곡한 오페라다. 계모와 새언니에게 학대받는 불쌍한 신데렐라 이야기를 현실주의자 입장에서 가벼운 희극적 오페라 형식으로 다뤘다.

공연에 앞서 계모 대신 계부가 등장하는 등 원작과 다른 내용을 상기시키고 무대는 시작됐다. 가볍고 재치 있는 대사는 모두 한글로 재탄생했다. 일반적으로 오페라 대사는 외국어다. 이는 보통의 오페라가 가사에 음악을 맞추기 때문이다. 때문에 번역을 해도 무대에 올리기 쉽지 않다. 하지만 경상오페라단은 가족 오페라라는 점, 주관객이 성인보다는 초등학생 등 어린이이기 때문에 특별히 더 세심하게 준비했다.

이효석 연출가는 "한국어로 변환한 가장 큰 이유는 거부감을 줄이기 위함"이라며 "원작자의 생각과 의도를 살리기 어렵지만 충분히 해봄직한 도전이라 생각하고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 연출가는 "오페라는 외국 장르라는 점을 확실히 이해해야 한다. 지난 <세빌리아의 이발사>를 연출할 당시에도 본질은 살리되 구성은 쉽게 가려고 노력했다. 이번 연극 역시 한글로 대사를 전부 바꾸거나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줄이고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연출했다"고 전했다.

◇객석 뒤로 간 연주단 = 이번 공연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오케스트라의 위치였다.

작은 무대 특성상 연주를 할 오케스트라의 공간적 한계가 분명했다. 이에 경상오페라단은 고민 끝에 객석 뒤쪽으로 오케스트라를 돌렸다. 공연 시작을 알리는 서곡이 시작되면서 피아노와 목관 5중주(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 호른)를 바라보는 관객들은 늘어났다.

경상오페라단은 작은 무대 특성상 오케스트라를 객석 뒤쪽에 배치했다. 전욱용 지휘자, 피아노와 목관 5중주 연주 모습.


/경상오페라단

공연 지휘를 맡은 창원대학교 음악과 전욱용 교수는 "대극장, 소극장에서 많은 공연을 해왔던 최강지 교수의 경험이 바탕이 돼 이번 무대는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지역오페라 한계와 생존 방법은? = 경상오페라단이 선보인 오페라가 주목받은 이유는 지역오페라단의 창단에 이은 두 차례 공연 때문이다. 도내에 오페라단은 몇 있다. 다만 경남오페라단 외에는 특별히 눈에 띄는 공연을 하고 있는 오페라단이 거의 없다. 오페라가 아닌 갈라쇼만이 무대에 가끔 오를 뿐이다.

단체는 많지만 인적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배우뿐 아니라 조명이나 무대미술을 할 스태프도 대부분 서울 또는 대구에 있다. 경상오페라단 역시 비슷한 사정으로, 일부 스태프는 타 지역에서 왔다. 경상오페라단이 이번 공연을 성공리에 마쳤으나 이 부분은 해결과제 중 하나로 남는다.

또 하나는 유료오페라에 대한 거부감이다. 경상오페라단은 이번 공연을 유료로 진행했다. 뮤지컬, 연극은 유료로 해도 충분히 관객들이 오지만 오페라는 유료공연에 익숙하지 않아 관객들이 거부감을 나타낸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 대표는 "시장은 넓지만 점차적으로 관객들이 무료가 아닌 유료로 공연을 봐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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