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역사 알림이 청소년 기자단] (1)프롤로그

경남도민일보는 지역 중·고교 학생들과 2013년부터 '청소년기자단'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주제는 '지역 역사 알림이'다. 지금 대부분 학생들은 자기 지역의 역사나 문화는 물론 여러 현안·쟁점을 잘 알지 못한다. 학생들이 지역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갖지 못하고 자기가 딛고 선 발 밑을 소홀히 하게 하는 원인이다. 극단적인 중앙집중과 세계적·전국적인 것만 주로 가르치는 교육 현실 때문이겠다.

경남도민일보 청소년기자단의 역사는 지역 밀착의 역사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지원해주고 있다. 진주·마산 초등학생들과 함께한 2013년은 도랑 살리기가 주제였다. 도랑살리기운동이 지금은 전국 곳곳에 퍼져 있지만 원래 출발은 경남에서 민간이었다.

처음 중·고생들과 함께한 2014년의 주제는 '에너지 지킴이'였다. 우리나라 에너지 문제를 지역을 통해 살펴보자는 취지였다. 부산 기장 고리원자력발전본부, 이런 핵발전소에서 수도권까지 전기를 실어나르기 위한 76만 5000볼트 초고압 송전철탑,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밀양 주민들의 반대운동 현장을 찾아 취재하고 신문 만들기를 했다.

창원 웅남중 학생들이 김해 율하리 고인돌 유적, 봉하마을 등을 둘러보며 취재한 내용을 신문으로 만들고 있다.

2015년은 '우리 강 지킴이'가 주제였다. 이전 시기 4대 강 사업으로 낙동강은 모래톱을 잃고 자정 기능에 커다란 타격을 받았다. 이에 더해 섬진강까지 5대 강 사업으로 삼고 남강·밀양강·황강 같은 지류에까지 손을 대겠다는 얘기가 나오는 시점이었다. 원래 모습대로 남은 강과 인간 때문에 원형을 잃은 강을 찾아 살펴보고 비교·대조하는 일정이었다.

올해 청소년기자단은 여태까지와 달리 경쟁이 뜨거웠다. 선착순으로 뽑았는데 이틀 만에 스물이 넘는 학교가 신청을 해왔다. 벤자민인재영성학교·창원 창덕중·창원 웅남중·김해 장유고·고성고·창원 호계중 여섯 학교가 선정되었다. 기자단 활동은 이틀에 걸쳐 진행되었다. 첫째 날은 학교에서 선생님과 학생들이 선택한 지역의 역사·문화 현장을 둘러보며 취재하고 둘째 날은 학교 교실에서 전날 취재한 내용을 바탕 삼아 대여섯 모둠으로 나뉘어 신문을 만들었다.

학교별 취재 지역과 일정은 이랬다. 벤자민고 5월 12일 진주 문산성당~진주향교~옥봉경로당~진주교회~형평운동기념탑~진주성(의기사·국립진주박물관). 창덕중 5월 19일 창원 웅천읍성~진해시가지 근대 역사·문화유적~창동·오동동 근대 역사·문화유적. 웅남중 5월 24일 김해 율하유적공원·전시관~국립김해박물관~봉하마을. 장유고 7월 11일 양산 통도사~북정동고분군~춘추공원 삼조의열단. 고성고 7월 21일 거제 칠천량해전공원·전시관~거제향교~학동해수욕장~기성관·거제질청~거제초교 본관. 호계중 7월 25일 진주 문산성당~진주향교~진주교회~진주역차량정비고~진주성(의암·의기사).

일정은 지역 특징을 잘 나타내는 역사 현장을 찾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진주(벤자민고·호계중)는 왜 '경남 최초'가 많은지, 진주가 왜 '충절의 고장'이라 일컬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장소를 꼽았다. 진주는 너른 들과 넉넉한 물줄기 덕분에 물산이 풍성해서 옛날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았고, 그래서 향교·성당·교회는 물론 경로당까지 경남에서 가장 먼저 들어서게 되었다는 얘기다. 물산과 인구가 많다보니 임진왜란 당시 왜적의 화력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고, 그 와중에 논개의 의로운 죽음이 생겨나기도 했었다.

창원 호계중 학생들이 진주역 차량정비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창원(창덕중)은 같은 창원에 사는 친구들조차 잘 알지 못하고 그래서 찾지 않지만 이 도시가 형성되던 근대 전후 특징이 남아 있는 장소를 골랐다. 웅천읍성은 일제 강점으로 진해라는 지명을 쓰기 이전 전통시대를 보여주는 현장이고, 진해시가지에는 일제 강점으로 생겨난 건축물과 해방 이후 현대사 관련 유물이 모두 남아 있다. 창동·오동동 일대에는 1700년대부터 현대까지 마산 도시 형성과 관련된 역사 유물·자취가 어려 있다.

또 김해(웅남중)는 금관가야(옳은 표현은 가락국)와 김수로왕이 지나치게 대표하면서 다른 역사들이 가려진 지역이라 그 이전 청동기시대에도 많은 사람들이 살았던 율하리 고인돌 유적, 가락국뿐 아니라 경남지역 가야 문화를 갈무리해놓은 국립김해박물관, 새롭게 역사와 문화가 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봉하마을을 찾았다.

양산(장유고)은 지역을 대표하는 통도사를 둘러봄과 동시에 양산 최초 역사 인물인 신라 충신 박제상을 비롯해 지역 열사들을 기리는 춘추공원 삼조의열단과 양산 역사·문화의 뿌리를 이루는 가야시대 북정동고분군을 선택했다.

고성고 학생들이 칠천량해전공원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거제(고성고)는 거제가 지금은 물론 옛적에도 해상 방위의 요충이 될 수밖에 없는 조건을 살피면서 거제를 특징 짓는 전통·현대 건축물을 둘러보았다. 임진왜란 조선 수군 유일한 패전인 칠천량해전 현장을 찾아서는 어린이나 여자 등 일반 대중(지배집단이 아닌)에 그 피해가 집중되는 전쟁의 참혹함을 생각하면서 일본 지배층 대륙 진출 욕심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새삼 확인해보았다.

이튿날 신문 만들기에서는 두 가지를 주안점으로 삼았다. 첫째는 마감시각 지키기. 전지 크기 종이를 갖고 편집회의에서 기사 쓰기를 거쳐 신문 제작까지를 두 시간 만에 마치도록 했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엄두조차 못 내기 십상이지만 곧잘 기사를 쓰고 사진을 배치하며 편집을 한다. 빠듯한 시간에 맞추어 쓰는 연습은 글쓰기 능력을 실제로 높여준다. 충분히 시간을 주고 쓰게 하면 오히려 집중과 몰두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가 가진 역량을 짧은 시간에 총동원해 보면 그 자체가 짜릿한 기억으로 남는다. 학생들 소감문을 보면 알 수 있다.

둘째는 자기만의 관점·시각을 담는 것이었다. 70~80년대와 90년대까지는 자료·정보·지식의 전달·확산도 의미가 있었다. 인터넷이 일반화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활성화된 지금은 별로 보람이 없다. 대신 독자적인 관점·시각과 태도·행동·변화가 중요해졌다. 역사 현장을 돌아보며 스스로 무엇을 느꼈고 어떻게 바뀌었으며 무슨 생각을 새로 했는지를 중심으로 삼아 글을 쓰도록 했다.(맞춤법·띄어쓰기·문법은 걸림돌이기도 해서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다면 문제삼지 않았다.)

이렇게 진행하는 모든 과정에서 핵심은 바로 재미·즐거움. 아이들은 물론 사람이면 누구나 즐겁고 재미있어야 잘할 수 있다. 아이들은 특히 능동적·주체적으로 참여할 때 좋아하지 수동적으로 데리고 다니며 설명을 듣게 하면 금세 지치고 싫증낸다. 그래서 즐겁게 현장을 돌아보게 하는 동시에 기자로서 문제의식도 놓치지 않도록 하는 미션을 조그만 상품과 함께 내었다. 또 취재 현장의 특징과 사정에 따라 도전 골든벨, 자세히 보고 그림 그리기, 편지 쓰기를 때로 곁들임으로써 즐거움과 긴장감을 모두 유지하도록 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