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위해 시작한 '라이딩' 산·바다 달리며 매력에 푹 사람들과 어울리는 재미도

이야기를 좀 나누려 하다가도 드나드는 손님에 자리를 뜨기 바쁘다. 나이 어린 학생에겐 "네 체형엔 이 자전거가 맞다. 싸게 해줄게"라며 옆집 삼촌처럼 행동하기도, 의류를 구입하려는 중년의 남성에겐 "고급 양말도 함께 주겠다"며 시장 아지매처럼 수완을 발휘하기도 한다. 창원 중앙동에서 자전거 판매점 '마징가자전거'를 운영하는 박용태(39) 대표의 모습을 보자니 한편으로 재미가 쏠쏠하다.

용태 씨와 자전거의 인연도 10년이 넘었다. "25살 때였어요. 당시 살이 좀 쪘었는데 다이어트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걷거나 뛰는 거 말고 할 만한 게 자전거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꾸준히 탔어요. MTB를 타고 산을 오르내렸는데, 그때부터 매력에 빠져든 거죠."

80㎏대 몸무게에 고혈압이 있던 용태 씨는 자전거를 타면서 다른 운동도 같이 했다. 시간이 흐르며 혈압도 내려가고 체지방도 빠졌다. 근육량이 늘며 몸이 가다듬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모습들이 정말 좋았죠. 자전거란 게 제 몸이 가벼워야 쉽고 빠르게 가거든요. 몸을 관리하지 않을 수 없었던 거예요. 그렇게 지금까지 이어진 겁니다."

지난해부터 자전거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용태 대표. /류민기 기자

사람들 만나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자전거는 혼자 타기보다 동호회를 통해 함께 탄다. 용태 씨도 마찬가지. 회원들과 같이 웃으면서 타는 가운데 친구가 되고 선후배가 되었다. 백패킹(backpacking·배낭 하나에 필수 야영용품을 짊어지고 강과 산, 계곡을 자유롭게 떠나는 여행)을 하면서 끓여 먹었던 라면은 그 무엇보다 맛있었다.

용태 씨는 지금도 매일 아침 라이딩을 한다. 자신이 운영하는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면 찾아오는 이들과 함께하는데,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을 땐 가까운 귀산으로 가기도 하고 지금처럼 날 더울 땐 어디 계곡으로 가서 피서를 즐기기도 한단다.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는 것과 판매점을 운영하는 건 또 다른 문제. 지난해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이 일을 시작한 용태 씨는 "더 늦어지면 안 될 거 같아서"라고 말했다. "다니던 회사도 자전거 관련 회사였지만 제 사업을 하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회사 일을 3년 정도만 하고 그만둬야지 생각했는데, 진급도 빨리 되고 시간이 지나며 '이거 나와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어요."

'내 사업을 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갈등하고 있을 때 "뭐든지 해봐라"며 부인이 말했다. 30대 후반에 새로운 도전을 하기가 쉽지 않았던 그에게 그녀의 격려는 힘이 많이 됐다. 용태 씨는 그렇게 자기 자신의 일을 시작했다. "사업 아이템을 찾는데 제가 잘하는 걸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다른 쪽으로 선택하면 자전거를 많이 못 타는 것도 작용했고요. 지금 생각하면 금전적으로 조금 힘들지 모르지만 제 장사고 하니깐 잘 결정한 거 같아요."

자전거를 통해 몸도 관리하고 사람들도 만나고, 거기다 자신의 사업까지 하는 용태 씨. 누군가 시샘하듯 "만날 자전거 타고 놀러 다니는 거 아니냐" 하고 말한다면 어떻게 반응할까. 그의 대답에서 지금껏 해왔던 이야기들이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동호회 회원과 함께 라이딩하는 모습.

"알고 보면 경쟁업체들이 많습니다. 가게가 많지 않은 듯 보이지만 여기만 해도 주위에 3곳이나 더 있어요. 제 몸이 뚱뚱하거나 하면 어느 손님이 사려는 마음이 생길까요. 자전거와 관련한 최신 트렌드를 물었는데 대답을 못 한다면요? 회사 다니는 것이나 사업을 하는 것이나 똑같아요. 도태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탄탄한 몸매를 유지하고자 하루도 빠짐없이 타려 하고, 끊임없이 견문을 넓히고 정보를 습득하려는 것입니다."

찾아오는 손님들 맞이하랴, 이야기 나누랴 바쁜 용태 씨가 자전거와 관련해 끝으로 창원시에 쓴소리(?)를 했다. 공공자전거 '누비자'를 잘 운영하고 있지만 도로환경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는 '연결고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산·창원·진해 이렇게 보면 마산에서 창원으로 갈 때, 마산에서 진해로 갈 때 어디로 가야 할지 딱 떠오르지가 않아요. 자전거도로가 끊겨 있다는 거죠. 다 같은 이동수단이잖아요. 차는 가는데, 오토바이는 가는데, 왜 자전거는 못 갑니까? 다 같이 잘 만들어놓아야죠. 연결고리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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