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딴에 함안 블로거 팸투어]10명 블로거 장춘사·고려동 탐방 함안유적지 방문해 시대 정신 읽어

함안군이 주최하고 갱상도문화공동체 해딴에가 진행하는 '함안 관광 활성화 2016 블로거 팸투어'가 7월 29~30일 펼쳐졌다.

'아라가야 함안의 꿈과 멋·맛'이 주제인 이번 팸투어는 역사와 문화가 담겨 있는 함안 관광 자원을 널리 알리는 데 목적이 있다. 경남을 비롯해 부산·수도권·강원도 등지에서 활동하는 블로거 10명이 함께했다.

먼저 찾아간 데는 장춘사였다. 장춘사의 으뜸 특징은 '작음'이다. 대웅전도 크지 않으며 조사당·약사전·산신각·독성각 등 다른 전각들도 조그맣다. 대부분 절간들이 불사로 건물을 키우는 것과 대조적이다.

대나무를 쪼개어 만든 사립문이 있는 장춘사 모습./김훤주 기자

블로거들이 감탄한 것도 다름 아닌 조그마한 출입문이었다. 우람한 일주문이 아니라 대나무를 쪼개어 만든 사립문이 정면에 있다. '무릉산 장춘사' 편액을 내건 출입문은 살짝 돌아 앉아 있다. 고개를 숙여야 드나들 수 있을 만큼 나지막하고 너비 또한 두 사람이 한꺼번에 들어가면 비좁을 정도다. 문짝에는 빛바랜 천왕상이 하나씩 들어서 있고.

장춘사의 또다른 특징은 샘물이다. 산중턱 가파른 언덕배기여서 지하수가 솟아나기 어려운데도 샘물이 둘 있다.

약사전 옆 샘물은 철판을 둘러썼지만 대웅전 옆 샘물은 전각을 올렸다. 바로 용왕각인데 이 또한 자그마해서 문을 열고 두 사람이 동시에 들여다보기도 어렵다.

용왕각 샘물은 예로부터 우리나라 100대 약수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고 장춘사 스님들은 자랑한다.

절간을 한 바퀴 둘러보고 대웅전 염불하는 스님 소리도 듣고 우거진 나무들도 눈에 담고 무설전 옆 '무릉도원 사시장춘' 편액이 달린 마루에 앉아 얘기도 나누는 데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아랫마을에서 장춘사까지 이르는 자드락 산길이 가파르지 않고 예뻐서 여름 아닌 봄·가을·겨울에는 산책 삼아 한 30분 걷기도 안성맞춤이다.

장춘사 아담한 풍치를 즐긴 일행은 이어 법수면 주물리 소나무집을 찾았다. 소나무집 메뉴는 국수와 돼지껍질 둘뿐이다. 값은 비싸지 않고 국수는 '무한 리필'이 된다. 주인 홍 여사는 알아서 챙겨주겠다고 한다.

주인장은 돼지껍질에 막걸리 한 잔을 먼저 낸 다음 가오리를 얹은 비빔국수와 국산 콩을 갈아 만든 콩국수와 온기가 느껴지는 물국수를 차례로 내었다. 주는 대로 먹고 배가 불러 있는데 마지막 서비스로 팥빙수까지 나왔다. 이처럼 푸진데도 비용은 1인당 1만 원에 못 미쳤다.

점심을 먹은 뒤 산인면 고려동 유적지로 발길을 돌렸다. 고려가 망하자 그 조정에서 벼슬을 했던 이오(李午)라는 이가 고려 유민을 자처하며 식솔들과 들어와 살았던 터전이다. 들머리 다리는 이름이 고려교다. 개울 이쪽저쪽을 이어주는 작은 다리지만 이로써 고려땅과 조선땅이 구분된다. 다리를 건너면 이오가 올 때도 있었다는 배롱나무가 붉은 꽃을 한창 빼어물고 있다.

고려동은 전체가 담장 울타리 하나로 둘러쳐져 있다. 울타리 안쪽은 조선이 아니고 고려라는 얘기다. 물론 큰집 작은집을 가르는 담장도 있는데 전체를 두르는 큰 울타리 안에 있다. 블로거들은 채미정·율간정·복정·사당·종택 등을 둘러보며 조선 왕조가 고려동을 인정하고 품은 까닭이 무엇일까 얘기를 주고받았다. 기본으로는 고려동이 위험요인이 되지 못했기 때문일 테고 두 번째로는 조선 왕조의 신하들에게 '고려동 유민들을 본받아 너희 또한 조선이 망하더라도 일편단심으로 충성하라'는 메시지를 새겨넣고 싶어서였으리라.

이어 함안연꽃테마파크 옆 카페드아라에서 조정래 함안군 문화예술담당관을 만나 함안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설명을 듣고 <역사에 뿌리내린 함안의 이야기>란 책까지 한 권씩 선물로 받은 블로거들은 곧바로 입곡군립공원을 찾았다.

일제강점기 만들어진 입곡저수지는 수면이 마름으로 뒤덮인 색다른 모습이었다. 한가운데 걸려 있는 출렁다리를 건너며 맞은편 바위절벽과 탁 트인 전망을 눈에 담았다. 산기슭 산책로에서는 패랭이꽃을 비롯해 풀꽃들을 찾아보는 즐거움도 누렸다. 오후 6시 30분 칠원읍 운곡리 신풍식육식당에서 저녁을 먹는 것으로 첫날 일정을 마쳤다.

입곡저수지 수면을 덮은 마름을 관찰하는 장면./김훤주 기자

이튿날은 함안연꽃테마파크와 무진정·말이산고분군·함안박물관을 찾아보고 함주공원 물놀이장과 낙동강·남강 합류지점을 눈에 담았다. 함안연꽃테마파크에 심긴 홍련은 법수면 일대 습지에 자생하는 연들이다. 개량을 거듭해 색깔이 자극적인 다른 연꽃과 달리 은근하고 그윽한 멋이 있다.

함안연꽃테파크에 수놓은 홍련./김훤주 기자

가까이서 사진을 찍다보니 알게 됐는데, 꽃술에 꿀이 아주 많이 달려 있었다. 이른 아침인데도 벌들이 많이 날아와 웅웅거리는 이유를 알았다.

두 번째로는 무진정=이수정을 찾았다. 앞에 있는 연못만 둘러보고 나무에 가려진 언덕배기 무진정은 놓치기 십상인데 블로거들은 호기심이 많아 언덕까지 올라 주세붕이 쓴 편액 글씨까지 훑어봤다. 내려다보는 풍경도 그럴 듯했고 배롱나무의 붉은 꽃 또한 볼 만했다. 부자쌍절각과 충노대갑지비도 놓치지 않았다.

배롱나무 붉은 꽃을 찍는 블로거./김훤주 기자

쌍절각은 정유재란을 맞아 조상 무덤을 파헤치는 왜적을 막지 못했다고 자결한 아버지와 정묘호란 당시 평안도 의주에서 전사한 아들을 함께 기린다. 충노대갑지비는 그 아들을 위해 종군했던 종 대갑이 주인공이다. 살아 돌아와 아들 유품과 함께 부음을 전하고는 주인을 구하지 못했으니 면목이 없다며 강물에 몸을 던져 자살했다는 얘기다. 블로거들은 이 빗돌을 당대 양반들이 노비들한테 "너희도 대갑을 본받아 주인을 잘 섬겨라" 하는 데 써먹었을 것 같다고들 했다.

말이산고분군을 찾은 장면./김훤주 기자

함안면 대구식당에서 아침을 먹은 다음 말이산고분군·함안박물관을 찾았다. 말이산고분군은 6세기 중반까지 500년 동안 강력한 세력을 유지했던 아라가야의 수장들이 잠들어 있고 바로 옆 함안박물관은 아라가야가 남긴 문화재들을 갈무리해 놓았다. 왜와 신라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했던 아라가야는 불꽃무늬토기로 남았다. 함안박물관은 내실이 아주 알찬 편이다.

함안박물관 유물을 찍는 모습./김훤주 기자

불꽃무늬토기뿐 아니라 등잔·기마무사·수레바퀴 모양 등 장식용 토기도 나와 있다. 말갑옷·미늘쇠(위세를 떨치려고 새 모양을 매단 납작한 쇳덩이) 등 아라가야 함안만의 유물도 볼 수 있다. 이어서 여름철 어린이를 위해 마련한 함주공원 물놀이장과 남강이 낙동강과 합류하는 대산면 장암리 일대를 둘러본 다음 가야시장에 있는 진이식당에서 집막걸리와 된장찌개 집밥을 맛보면서 이틀 일정을 마무리했다.

팸투어에 참여한 블로거들은 메타블로그를 비롯해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스토리·밴드 등 여러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번에 둘러본 함안의 자연생태와 역사·문화유산 등 관광자원을 널리 알리는 활동을 이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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