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뒤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전국의 주요 강과 호수에 녹조(綠潮)가 번지고 있다.

대청호와 낙동강 창녕함안보에는 이미 조류경보 '관심단계'가 발령됐고, 낙동강 강정고령보 등에도 '녹색띠'가 확산하는 추세다.

신라 사적지인 경주 안압지도 녹색 물감을 풀어놓은 것처럼 진녹빛으로 변했다.

녹조는 식물 플랑크톤의 일종인 남조류에 의해 발생한다. 남조류는 수중 생태계를 구성하는 필수요소지만, 과다 증식할 경우 악취와 함께 물고기 폐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낙동강 창녕함안보는 지난달 25일 4320개/㎖이던 남조류 세포 수가 1주일 뒤 8174개/㎖로 두 배 치솟으면서 지난 1일 조류경보 '관심단계'가 발령됐다.

낙동강 강정고령보의 남조류 수치도 지난 1일 1988개/㎖로 경보 발령 기준을 넘어섰다. 이곳에는 지난 6월 8일부터 7월 12일까지 한 달 넘게 조류경보가 이어졌다.

초여름부터 녹색 물빛이 돌던 영산강 승촌보·죽산보·구진포·영산포의 남조류도 지난 1일 6800개/㎖로 올라섰다.

이곳은 상수원이 아니어서 수질예보제가 시행된다. 경보는 남조류가 2주 연속 1만 개/㎖를 넘어설 때 발령된다.

다만 수도권 식수원인 팔당호와 한강수계에서는 아직 녹조가 심하지 않다.

경기도 수자원본부 관계자는 "올해 비가 많이 내렸고, 상류에 있는 소양강댐과 충주댐의 방류량도 많아 지난해 8.8일이던 팔당호의 물 체류 기간이 2일로 크게 단축된 게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낙동강 수계의 부산 매리취수장과 물금취수장의 수질도 비교적 양호한 상태다.

녹조가 퍼지면서 지자체마다 먹는 물 수질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대전시 상수도사업본부는 매주 1차례 하던 취·정수장의 수질 모니터링을 2차례로 늘리고, 숯가루의 일종인 분말활성탄을 투입해 혹시 생길지 모를 악취에 대비하고 있다.

청주시 상수도사업소도 조류 발생이 적은 심층부에서 취수하면서 정수장에 분말활성탄을 투입하는 등 수돗물 안전관리를 강화한 상태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한국수자원공사·경남도 등과 수질 모니터링 정보 공유에 나서는 한편, 정체 수역 해소를 위해 국토교통부에 상류에서 더 많은 물을 흘려보내도록 요청할 계획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폭염으로 녹조가 빠르게 번지는 상황이어서 물이 고이지 않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수자원본부도 지난달 녹조 제거 작업이 가능한 75t급 다목적 선박 1척을 새로 건조했다. 3곳의 취수장에는 길이 120m·폭 1.5∼2m의 조류 차단막도 설치했다.

촘촘한 그물망 형태로 된 섬모상(纖毛像) 조류 차단막은 오염물질을 60∼80% 걸러내는 효과가 있다는 게 수자원본부 측 설명이다.

녹조가 심할 경우 한꺼번에 많은 물을 흘려보내 오염물질을 쓸어내는 '펄스(충격) 방류'도 고려하고 있다.

경기도 수자원본부 관계자는 "새로 설치된 섬모상 차단장치가 어느 정도 녹조를 걸러내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아직 걱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8월에 녹조가 극심했던 경험에 미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팔당호에는 지난해 8월 19일부터 9월 30일까지 한 달 넘게 녹조 주의보가 내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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