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처음 - 맨 마지막 의견 팽팽…음식 고유 맛 즐기려면 '나중에'

여름입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절로 납니다. 밀면·냉면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더위로 잃어버린 입맛을 찾고자 발걸음이 한 곳으로 향합니다.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합니다. 가벼운 기다림 끝에 슴슴하고(조금 싱거운 맛) 시원한 육수, 적당히 찰기 있는 면발이 담긴 쇠그릇이 등장합니다. 기분 좋은 만남에 두 손을 한 번 비비고는 젓가락을 듭니다.

마주 앉은 이가 고명으로 올려진 삶은 달걀을 먼저 집어 듭니다. "달걀은 마지막에 먹는 거 아닌가?" "아냐. 찬 음식 먹을 때 달걀을 먼저 먹어야 속을 보호한대." 우리는 입으로 면을 먹으면서 머리로는 달걀이 먼저냐, 면이 먼저냐 깊은 고민에 빠집니다.

우리는 다른 '면객'들에게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김해에 사는 유재태(25) 씨.

"달걀을 먼저 먹습니다. 위장을 보호한다고 TV에 나와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방송에서 그렇게 말했나 봅니다.

냉면.

역시 김해에 사는 김우석(20) 씨는 다른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달걀을 맨 먼저 먹지는 않습니다. 뭔가 남기고 싶은 히든카드라고 할까." 바닥이 선명하게 보일 때까지 먹고 나서 아쉬울 때 먹는 방법도 있겠네요.

그렇다면 밀면이나 냉면 식당 사장님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밀면 전문점을 하는 이언숙(50) 씨는 "밀가루 음식인 밀면을 먹기 전에 속을 보호하라고 달걀을 넣는다"며 "밀면을 먹을 때 달걀을 먼저 먹는 게 낫다"고 합니다. 다른 밀면 가게 사장님도 "달걀을 먼저 먹어야 한다"고 하네요. 그 까닭은 "찬 음식을 먹을 때 달걀을 먼저 먹어주는 것이 소화기능을 도와준다"는 겁니다.

냉면·밀면 전문집에서 일하는 김효진(37) 씨도 비슷한 의견입니다.

"시각적인 효과도 있고 단백질도 보충하라고 밀면에 달걀을 넣습니다. 밀면은 양념이 자극적이라서 달걀을 먼저 먹으면 속이 편안해집니다."

달걀을 먼저 먹는 쪽이 우세합니다. 소화를 돕는다는 나름의 논리도 있네요. 귀가 얇다 보니 '선 달걀파'로 몸이 기웁니다. '후 달걀파'는 개인적인 식습관 차이로 보입니다. 박성지(41·김해시) 씨는 "밀면을 먹기 전에 달걀을 먹으면 목이 막혀서 밀면을 다 먹고 달걀을 먹는다"고 합니다.

그럼 전문가 견해를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마산 출신에, 방송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54) 씨를 모셨습니다. 달걀이 먼저입니까, 면이 먼저입니까?

"관습적으로 따뜻한 국수는 보통 달걀을 풀거나 지단을 만들어 올립니다. 냉면·밀면·비빔국수 등 찬 국수에는 삶은 달걀을 반으로 잘라 올리죠. 국수는 단백질이 부족한 음식입니다. 단백질을 섭취하고자 달걀을 넣는 것이죠. 밀면을 먹기 전에 달걀을 먼저 먹는 것이 속을 편안하게 한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없습니다. 달걀이 의외로 향이 강한 음식이라서 맛이 꽤 오래갑니다. 달걀의 맛 때문에 국수 맛을 버릴 수 있어 찬 국수를 먹을 때는 먼저 먹지 않습니다."

달걀을 먼저 먹는 것이 속을 편안하게 한다는 주장이 근거가 없다면, '선 달걀, 후 달걀' 논쟁(?)은 결론이 나온 듯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방법으로 먹는 겁니다. 다만 맛에 일가견이 있는 분들은 대체로 면 자체를 즐기고자 달걀을 나중에 먹는다고 하니까 참고하시면 좋겠네요.

참고로 경남도민일보 모 기자는 냉면 육수 맛을 즐기려고 달걀은 빼놓고 먹는다고 합니다. 달걀노른자가 육수에 섞이면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없다는 이유에서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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