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따라 내맘대로 여행] (85) 전북 무주 설천면

가마솥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30도 즈음에 머무른 수은주는 낮이건 밤이건 좀처럼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도시 속 한껏 달궈진 공기는 찰나의 바람에도 시원함을 선물하지 못한다.

덕유산 자락에 자리 잡은 무주는 환한 꼬리 불을 밝히는 반딧불이 생태지로 유명하다. 청정한 생태계에서만 볼 수 있는 반딧불이를 쫓아가면 좀 더 청량한 기운을 느낄 수 있을까? 반딧불이가 안내하는 맑은 물과 시원한 공기를 따라 무주로 떠났다.

전북 무주는 여름이면 떠오르는 곳이다. 덕유산 국립공원 북쪽 70리에 걸쳐 흐르는 무주 구천동 계곡은 입구인 나제통문을 비롯해 은구암, 와룡담, 학소대, 수심대, 구천폭포, 연화폭포 등 구천동 33경의 명소들이 계곡을 따라 자리 잡고 있다.

우선 계곡의 시작인 나제통문 앞에 섰다. 높이 5~6m, 너비 4~5m, 길이 30~40m이다. 암벽을 뚫은 통문으로, 옛 신라와 백제의 경계관문(境界關門)이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에 이 굴이 삼국시대 때부터 있던 것이 아니라 일제강점기에 금광개발을 하면서 신작로를 만들려고 뚫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무주 설천면 구천동계곡 시작점인 나제통문.

나제통문 앞에 설천교가 있다. 무주군 설천면 지역이다. 나제통문을 지나면 경북 김천과 경남 거창, 그리고 설천면과 접한 무풍면이다. 설천은 백제 땅, 무풍은 신라 땅이었다고 해서 만들어진 이름이다. 통문을 경계로 언어 ·풍습 등에 차이가 있다. 사투리만으로도 어디 사람인지 구분할 수 있다는 말이다. 사실과 이야기 그 경계에서 나제통문이 역사의 현장을 지키는 것은 분명하다.

설천교 아래로는 계곡이 유유히 흐른다. 다리 밑에서 혹은 계곡물 주변은 이미 피서를 즐기는 사람들로 붐빈다. 시원한 계곡물 소리를 따라 반디랜드(전북 무주군 설천면 무설로 1324)에 도착했다. 너른 주차장은 여유가 많다. 애반딧불이 모형과 함께 인공연못에 빼곡히 자리한 연꽃이 먼저 우리를 반긴다.

반디랜드 자체에는 입장료가 따로 없다. 곤충박물관이나 수영장, 야영장 등 시설을 이용할 때만 요금을 내면 된다. 시원한 물줄기가 연잎 위로 또르르 떨어진다. 방사형으로 흩뿌려지는 우산 폭포가 머리 위를 지나 더운 공기를 식혀준다.

▲ 설천교 아래로 유유히 흐르는 계곡.

다양한 곤충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곤충박물관(입장료 어른 5000원, 어린이 2000원)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흥미로운 공간이다. 지하에 마련되어 있는 주 전시실 진입로는 고생대부터 신생대에 걸쳐 대표적인 동식물화석 모형과 함께 동굴로 들어가는 분위기를 연출해 놓았다. 이어 '부와 권력을 상징한다'는 비단벌레로 만든 다양한 작품과 함께 곤충박물관답게 무주의 곤충부터 한국, 생전 처음 보는 전 세계 곤충들로 가득하다. 곤충을 매개로 지구의 탄생부터 과거시대의 공룡 이야기, 고척추동물의 사실적이면서도 신비로운 진화과정 등 다양한 전시물이 있다.

3D 입체영상실과 의자 등받이를 한껏 젖힌 채 누워서 관람하는 돔 스크린 영상실은 곤충들의 세계를 애니메이션으로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 이어지는 곳은 생태온실이다. 200여 종의 열대와 아열대 식물이 조성돼 있는데 후끈 달아오른 온실 속 공기와 달리 초록은 생기로 가득하다.

다양한 곤충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곤충박물관.

올해로 20회를 맞는 반딧불이 축제가 내달 27일부터 9월 4일까지 9일간 무주군 일원에서 열린다. 무주읍 갈골마을·잠두마을 등 반딧불이가 서식하는 마을을 찾아가 자연 속에 서식하는 반딧불이를 감상하는 반딧불이 신비탐사를 비롯해 남대천 맨손 송어잡기 등 생태환경축제라는 이름에 맞게 자연의 품속에서 맘껏 즐길 수 있는 축제다.

반디랜드에서의 하루는 밤까지 이어질 수 있다. 곤충박물관 구경을 마친 뒤 분수와 놀이터, 야외 물놀이장에서 한나절을 보내고 난 뒤 가장 꼭대기에 자리한 무주반디별 천문과학관을 찾았다.

관측실은 돔이 열리면서 구경 800㎜ 나스미스식 반사망원경으로 강의와 함께 하늘을 관측할 수 있다. 우주의 탄생과 역사 그리고 태양계, 별자리 우주환경 등과 관련된 이야기는 덤이다. 입장료 어른 3000원, 어린이 1000원. 여름에는 낮 1시부터 밤 10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반디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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