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다리+미나리=시원한 국물 푹삭힌 젖갈+ 배추=고향맛

마산 어시장 복국 거리로 가기 전, 골목 입구에 ‘생선국전문 은아식당’이 보인다. 현관문 따로 없이 한쪽 벽면을 차지한 신발장에 신발이 가득하다. 가정집을 개조한 식당 안에는 따뜻한 온돌방에서 꽃샘추위를 녹이고 있는 손님들이 많다.

   
 
 

“은아야, 손님 왔다”

식당 간판이 주인집 딸 이름이다. 김순자(여.58) 사장은 어시장에서 횟집을 하다가 그만두고, 생선국 밥집을 시작한 지 10년째다. 횟집을 할 때부터 찾던 단골손님들이 식당 일을 거드는 딸을 “은아야, 은아야”라고 부르던 게 간판이 돼버렸다.

은아 식당의 주 메뉴는 생선국(5000원)이다. 생선은 계절별로 물때에 맞춰 쓰는데, 요즘은 도다리 철이라 도다리국을 내놓는다. 생선국은 시원한 국물 맛에 달려 있다. 미나리와 모자반(사투리로 ‘모재기’라고 한다)으로 시원한 맛을 내고, 거기에 레몬 한 조각을 띄웠다. 향 좋은 레몬이 비린내를 없애기 때문이다.

밑반찬으로 싱싱한 배추 속이 나오는데 젓갈에 찍어 와삭 베어먹으면 입안이 신선해지는 느낌이다. 보기엔 멸치젓갈 같은데 맛이 깊고 구수한 게 오랜만에 먹어보는 맛깔스런 젓갈이다. 멸치만 들어간 게 아니라 갈치.전어 내장 등 여러 가지 생선 속을 넣어 오래 삭힌 것이 제 맛을 낸 비결.

송송 썬 파와 버무린 창란젓도 함께 나오는데 한 젓가락 넣어 먹으면 짭짭한 맛에 자꾸 손이 가게 된다. 젓갈은 김치 맛도 좌우한다. 배추김치는 멸치 젓갈을, 깍두기는 대구아가미 젓갈로 만들어 구수하고 시원한 맛을 낸다.

생선국과 함께 이 집에는 생태탕(5000원)이 유명하다. 제철 생선이 마땅치 않아 생태탕을 시작했는데 손님들의 반응이 좋아 지금도 주로 찾고 있는 메뉴라는 게 김사장의 설명. 여럿이 갈 땐 얼큰한 생태찌개(7000원)도 괜찮다.

어시장 공판장이 가까이 있어 매일 새벽 4시면 공판장에서 신선한 생선을 구해 온다. 시원한 국물은 역시 해장국으로도 손색이 없다.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문을 여는데, 오전에는 주로 속 푸는 사람들이 찾고, 점심시간엔 한끼 식사로, 오후엔 단체 모임이 많다.

주로 나이든 사람들이 많이 찾다가 요즘은 젊은 사람들이 자주 찾으면서 생선국전문집으로 소문이 많이 퍼졌다.

“대는 며느리가 이었으면 좋겠다”는 김씨의 바람은 아직 큰며느리를 보지 못해 미련으로 남겨두고 있다.(055)248-1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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