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얼마 전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자고로 본인이 선택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선 비난하면 안 된다. 나는 그리 배웠다. 즉, 내가 한국에서 태어난 것은 내가 선택한 게 아니다. 내가 백인이 아니라 흑인이나 황인으로 태어난 것도 내가 선택한 게 아니다. 내가 여자로, 또는 남자로 태어난 것도 내가 선택한 게 아니다. 내가 잘 생긴 것도, 못 생긴 것도 내가 선택한 게 아니다. 키가 작고 큰 것도 마찬가지. 그렇게 보면 키 작다고 놀리는 것도 인종 차별 혹은 장애인 차별이나 똑 같다. … 내 용모도 내가 선택한 게 아니거늘…."

제가 이런 글을 올린 것은 페이스북에서 어떤 분이 올린 글을 보고 발끈했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에게 걸핏하면 '좌빨' 딱지를 붙이고, '못생긴 년' 운운하며 용모를 비하하는 글을 올립니다. 저에게도 언젠가 '늙은 남자' 운운하며 비난성 글을 올렸더군요. 앞서 이야기한 것과 마찬가지로 나이가 들어 늙는 것도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영화 <은교>의 대사 중 한 마디가 생각나는군요. "너의 젊음이 네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사회에서 인종 차별이나 성 차별, 장애인 차별 등에 대한 발언은 어느 정도 해선 안 될 일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만, 용모나 키, 나이 등에 대한 차별적 발언은 쉽게 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건 인권의 문제입니다.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걸로 놀리거나 비난하는 사람은 인간으로서 덜 성숙한 사람입니다. 인간이 인권 의식을 갖는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또 한 가지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공감 능력'입니다. 이번호 원고 중 '조재영 기자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읽으며 눈에 띈 대목입니다.

"출발하기 전에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을 모터사이클 안테나에 달았다. …모터사이클이 달리면 리본도 바람에 날릴 것이다. 내 나름으로 세월호에 희생된 아이들을 추모하는 방식이다. 사람들마다 세월호에 대한 생각들은 다르겠지만 적어도 세월호에 갇혀 다시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과 어른들, 그리고 그들을 떠나보낸 아픔으로 삶을 포기하다시피 절망에 빠진 유가족들을 모욕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아직도 세월호냐?"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럼 '아직도가 아니었던 그때'는 도대체 뭘했는데?"라는 말을 해주고 싶을 뿐이다."

'아직도 세월호냐?'라는 말이나 고위공직자의 '민중은 개·돼지' 발언은 '공감 능력의 결여'라는 점에서 배경이 같습니다.

에스엔에스(SNS)가 세상 사람들 간 교류와 소통 수단이 된 지금,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에서 그런 인권 의식과 공감 능력이 결여된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던 중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 뉴스가 터졌습니다. 그토록 돈 많은 재벌 총수도 사람의 마음을 사지는 못하고, 단지 몸을 살 수밖에 없구나 생각하니 측은하기조차 했습니다.

결국은 사람입니다. 돈이나 권력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살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 덕목을 생각해봅니다.

이번호에서는 그동안 인기코너였던 '초짜애식가의 레시피 탐구' 연재가 마무리됩니다. 필자였던 고동우 기자가 서울로 인사발령이 났기 때문입니다. 다음호부턴 서울에서 보내오는 새로운 코너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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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우보라의 영화보라'도 이번호를 마지막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우보라 기자는 시민사회부로 발령 났습니다.

유은상 기자가 연재해 온 '경남 아너소사이어티-아름다운 나눔 행복한 삶' 시리즈도 지난호를 마지막으로 연재를 마쳤습니다. 가을의 문턱인 9월호에서 좀 더 다채롭고 인간미 넘치는 기획으로 찾아뵙겠습니다.

편집책임 김주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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